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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교단들 함부로 말했다간 큰코다쳐

추일엽 (경기노회,수원주님의교회,목사) 2013-02-25 (월) 10:18 11년전 2742  

지난해 9월25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유민주연합 회원들이 ‘종북정당 해산, 종북의원 제명, 전교조 해체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근거없는 종북 매도는 명예훼손”…법원 ‘반국가세력 낙인’ 제동
전교조 비난한 보수단체들에
항소심도 잇따라 배상 판결
공익·표현의 자유 한계 벗어나
‘종북표현’ 남발 분위기에 경종

근거 없이 ‘종북’이란 단어를 사용해 특정 단체·개인을 비난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회적 낙인·배척 효과를 노리고 ‘북한 정부를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뜻을 가진 종북이란 표현을 남발하는 분위기에 법원이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상준)는 보수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반교연) 등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앞에서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한 행위 등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전교조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반교연한테 ‘전교조에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교연이 펼침막에 “김정일이 이뻐하는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 북한에서 월급받아라”고 적은 것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전교조 교사)들이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에 비춰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이는 반국가·반사회 세력으로 낙인찍혀 그 사회활동의 폭이 현저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해시키는 표현으로, 전교조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종북이라고 비난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유승룡)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재판장 김정학)도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종북세력들이 전교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등의 편지를 보낸 보수단체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을 상대로 전교조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명예훼손을 인정하며 2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가 한때 전교조 누리집 등에 게시된 자료인 것은 맞지만, 그중 일부는 외부 인사가 작성한 것이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만큼 전교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1심 재판부도 “전교조를 종북단체로 묘사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교학연은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잇따른 판결에서 법원은 객관적인 근거 없는 종북 비난이 ‘표현의 자유’나 ‘공익적 목적’으로 합리화되지 않는 ‘부당한 사회적 낙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교학연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에서 법원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국가보안법으로 엄하게 처벌되는 실정을 감안하면 종북세력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종북세력’으로 지칭되는 경우, 그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질 사회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북’이라는 단어 사용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교학연의 주장을 두고서는 “교학연이 제출한 근거들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반교연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에서 재판부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더라도 공익적 목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반교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익적 목적을 앞세운다 해도 허위 사실에 근거해 ‘종북’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빨갱이’처럼 정치·사회적 배척의 용어로
MB정부 고위 공직자마저 무분별 사용

법원의 잇단 명예훼손 판결 의미

‘종북’이라는 단어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짓눌러왔던 ‘빨갱이’의 진화된 표현이나 다름없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색깔론’이 종북이라는 낙인을 이용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종북’이라는 용어는 2007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친북이 아니라 종북을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처음 공론장에 등장했다.

이후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때 보수언론 및 보수단체들이 민족해방파(NL) 성향의 민주노동당 계파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면서 확산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진보·개혁 성향의 인물·단체를 공격하는 용도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급기야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2011년 8월 취임식에서 ‘종북 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전쟁 때는 ‘빨갱이’로 몰리면 즉결 처형을 당했다. 그 단어 자체가 사회적 낙인은 물론 생명을 빼앗는 초법적 폭력으로 사용됐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있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이제는 ‘종북’이라는 단어로 ‘빨갱이’라는 용어를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법원의 잇단 명예훼손 판결은 종북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우려를 담은 판결인 것으로 해석한다”고 덧붙였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념 대립을 부추기고 정치·사회적 배척의 의미를 담아 사용된다는 점에서 ‘종북’이라는 단어는 ‘빨갱이’와 같은 기능을 하는 매카시즘적 용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극우단체는 물론 보수 정치인들까지 ‘종북’ 용어를 여전히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정미홍 전 아나운서는 지난달 트위터에 “서울시장·성남시장·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 내년 있을 지방선거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정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종북이라는 단어에는 북한 체제를 추종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감정적 비난’이 담긴 ‘빨갱이’보다 더 극악한 표현이다. 이런 단어를 사용해 지자체장 등을 함부로 비난하는 것을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 질서가 무너질 수 있어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처럼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고위 공직자가 일부 정치집단이 악의적으로 쓰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종북 좌익 세력과의 전쟁’ 운운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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