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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수도선부(水到船浮)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2-26 (화) 16:21 11년전 4711  
 
[전대환 칼럼] 수도선부(水到船浮)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수도선부(水到船浮, 물이 불어나면 큰 배가 떠오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쓴 글귀다. 2013년 신년사에서 이 말을 사용하더니 이번에 또 썼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쳐 대운하를 건설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큰 강줄기들을 거의 운하처럼 만들어놓았다. 그가 퇴임시각에 이르러서까지 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물에 대한 그의 집착은 견고해 보인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서 아마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4대강에 화물선들이 쉴 새 없이 다니고, 그렇게 해서 늘어나는 물동량만큼 경제사정도 나아지고, 4대강변으로 이어져 있는 자전거길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레저 활동을 즐기고, 강 가운데로는 밤낮으로 호화 유람선들이 관광객을 가득 태운 채 유유히 떠다니고, 강변의 사람들과 유람선에 탄 사람들뿐만 아니라 거의 전 국민이 4대강을 찬양하며 '이명박'을 연호하고…. 결코 이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다고 믿지만, 일각에서 개헌을 요구하며 그의 '연임'을 들먹이는 꿈같은 상황을 그려봤을 수도 있다.

이를 황당한 추측이라고 일축해버릴 수만도 없는 것이, 정년이 되거나 임기가 만료돼서 공직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속으로 안타까워하다 못해 돌출행동을 하는 일들을 여러 차례 보아왔던 터라 그렇다.

감사원·인권위까지 'MB 치적' 비판

실제 이 전 대통령도 인기 없는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셀프 사면'에, '셀프 훈장'에, 무리한 자화자찬까지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것을 보면 권력무상에 대한 그의 허탈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그동안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때 그의 영향력 안에 있는 것으로 보였던 국가인권위원회와 감사원까지 그의 임기 중 '치적'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은 냉담한 것 같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며, 연일 '나의 공적을 좀 알아 달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유럽에 비교해서 그런대로 넘어갔던 일이지,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 나라들에 비하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실소를 유발할 뿐이다.

또한 그가 틈만 나면 입에 올렸던 우리나라의 '국격'도, 사실은 그의 평가와는 반대로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는 것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업적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곱십(←ㅆ)어보면 '지금은 평가 받기 싫다'는 말로 들린다. 여론 주도층 인사들이나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박근혜 신임 대통령 측조차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그로서는 퇴임길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하여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도가 너무 낮다. 최근 조사에서 '잘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응답자가 70% 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도 기대 이하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정권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전두환과 함께 반란을 주도했던 노태우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초 지지율도 이렇지는 않았다. 그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확보를 위하여 친구인 전임 대통령을 청문회에 세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박근혜 대통령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강물이 흐르는대로 그냥 두자는 것

수도선부! 말 자체는 옳다. 그러나 이 말은 물이 모이면 배가 뜬다는 말이지, 억지로 물을 가두어서 배를 띄운다는 말은 아니다.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 곧 물처럼 되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한 것은, 물을 가두어서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대로 그냥 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자가 가장 싫어하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물을 가두어놓고 거기에 배를 띄우려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났고, 대기업들의 담합 등 불법행위 정황까지 의심받고 있다. 수도선부(水到船浮)가 아니라 수퇴치부(水退恥浮, 물이 빠져서 오물이 드러남)의 형국이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위해서도 반드시 풀고 가야 할 문제다.

※ 2013.2.26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 http://www.naeil.com/News/economy/ViewNews.asp?sid=E&tid=8&nnum=7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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