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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의장은 심부름꾼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3-14 (목) 18:04 10년전 2373  
 
[전대환 칼럼] 의장은 심부름꾼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얼마 전에 이웃 도시에서 열린 행사에 다녀왔다. 그런 자리에 가면 보통 '내빈소개'라는 것을 하는데, 그날 행사장에도 시장, 시 의장, 도의원, 시의원, 학교 교장, 농협조합장 등등, 그 지역의 유지들이 거의 총출동을 한 터라, 약 20명쯤 소개를 하고 박수를 치는 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나 역시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박수를 받았는데, '아, 나도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시종 박수만 쳐야 했던 90%의 하객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주인공들인데 말이다.

어제 또 하나의 큰 행사가 있었다. 내가 속한 기독교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북노회였다.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모임이지만, '노회'(老會)란 지역 내 교회와 교인의 대표인 목사와 장로들이 모여서 여는 회의로서 해당 지역의 최고 의결기구다. 세간의 관심을 별로 받지도 못하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노회라는 조직에는 좀 별난 구석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회의 회장 선거에는 선거운동이 없다. 정견발표도 없다. 후보등록도 없다. 매년 한 차례씩 정기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뽑는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재투표를 한다. 이렇게 해서 선출된 노회장은 노회의 대표로서 상당한 '권위'를 가지지만 '권력'은 없다. 이번 회기에는 내가 노회장으로 선출됐다. 굳이 '나'를 언급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도 노회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벼슬' 아니라 '당번'에 가까워

도대체 '나'라는 사람이 어떻기에? 첫째, 나는 어디서든 얼굴을 내밀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 눈치 안 보고 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둘째, 나는 '아주' 작은 교회의 목사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세'를 형성하는 데 서툴러서 사람들의 뜻을 모아 무슨 일을 추진하는 데는 낙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회장이 되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 되었을까? 노회장 자리는 '벼슬'이 아니라 '당번'에 가깝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맡아야 하는 것이 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ㆍ외빈들을 초청해서 거창한 취임식을 하지도 않는다. 회의시간 중 10분 안팎의 임원교체식이 있을 뿐인데, 그것도 셀 수도 없이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직책임에 비해 생각 밖으로 간단하다.

문제는, 2박3일 동안 하루에 열 시간 이상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의장의 위상이다. 어제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고 회의를 진행하면서 얼마나 혼쭐이 났는지 모른다. "의장! 의사진행 발언입니다. 의장은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므로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의견을 제시하고 싶으면 회원들의 허락을 받고 하십시오." "의장, 지금 그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이미 보고된 절차와 어긋납니다. 정해진 절차를 바꾸려면 회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런 식이다. 그밖에도, 토론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어서 조금 길게 진행하면, 회의 진행은 하지 않고 토론만 하고 있을 거냐 하는 타박을 받는다.

회의장에서는 회원이 의장 압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다른 교단, 다른 노회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 노회에서는 회원이 명실상부한 왕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 어떤 안건을 의결하는 도중에 한 사람이라도 일어나서 "법이오!" 하고 소리를 치면 회의는 일단정지다. 그 의결이 어느 법에 어떻게 저촉되는지, 이의를 제기한 회원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게 미진하다고 여겨지면 교회 법규를 다루는 위원회나 부서에 의뢰해서 즉석에서 유권해석을 얻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손가락질을 많이 받고 있다. 어디 가서 기독교 목사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게 작금의 형편이다. 뼈저리게 반성한다. 그러나 이 한 가지, 회원이 주인이 되고 의장은 심부름꾼일 수밖에 없는 이 제도는 감히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효율성 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적어도 회의장 안에서만큼은 회원이 의장을 압도한다.

(※2013.3.12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김진철(충남노회,오순교회,목사) 2013-03-15 (금) 19:56 10년전
어려운 문제가 많으니 목사님에게 노회장을 맡기셨나 봅니다.
더디더라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지혜롭게 의사진행을 하심이 보기 좋습니다.
한해동안 그 마음과 생각으로 좋은 노회장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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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3-16 (토) 13:07 10년전
김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짐을 잔뜩 지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일을
완벽에 가깝게 처리해 나가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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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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