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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호봉제(3) - 거룩한 밥상, 그 앞에서 회개하다.

김진철 (충남노회,오순교회,목사) 2012-10-21 (일) 21:01 11년전 5557  
차마 먹을 수 없었던 수박
작은 농촌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던 어느 날,
몸이 아픈 사람이 있어서 심방을 갔다 오다가
동행한 집사님이 수박농사를 짓는 자기의 하우스에 들리자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돈이 더 되기를 바라면서 하우스 수박농사를 시작하신 집사님,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집사님,
하우스에 잠간씩 들르기는 했지만 그때는 안이 그렇게 더운 줄 몰랐습니다.
<오늘 첫 수박을 따는 날입니다, 목사님 기도해주세요.> 하고 집사님이 말했습니다.
나는 하우스 안에서 땀 흘려 수고한 결실들을 바라보면서 기도를 했습니다.
잠시 있는 동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집사님은 고맙다고 하면서
<이게 목사님 수박>이라고 하면서 제일 큰 수박을 따 주었습니다.
나는 그 수박을 들고 오는 내내 발걸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잠시 있었는데도 땀으로 범벅이 되는 그 하우스에서
골병든 몸으로 일하는 집사님을 생각하고,
제일 좋은 놈을 목사님을 주려고 점찍어 놓았다면서 따 주신 그 수박을 보면서,
나는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냥 가슴이 뭉클해지고 목이 메었습니다.
<하나님, 이 피 같은 수박을 내가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
다른 과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수박은 좋아해서 생각 없이 즐겨 먹었는데....
그 수박을 위해서 골병든 몸으로 땀범벅이 되어서 일하는 집사님,
교인 몇 명 안되는 교회에 조금이라도 헌금을 더 하고 싶어서 힘든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신
그 집사님의 마음을 생각하니, 차마 수박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님, 그냥 약이라고 생각하고 드세요.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던 권사님
<예수 믿는 사람이 자살하면 안되지요. 그래서 죽지도 못해요.>하고 눈물을 훔치던 권사님
<온 손가락 마디마디가 안 아픈 데가 없어요.>하며 굽고 휘어진 손가락들을 만지작거리시던
 권사님께서 어느 날 씀바귀를 캐어서 김치를 담그셨다고 했습니다.
<목사님, 맛으로 먹지 말고 약이라고 생각하고 잡수세요.>
나는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 <이 씀바귀는 어디서 났어요?> 물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캤지요.>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권사님을 보고 나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손가락이 굽고 휘고, 마디마디가 부은 그 손으로 이것을 캐서, 김치를 담그고
그리고 멀쩡한 나보고 약으로 먹으라고...
밥을 사도 내가 사고 약을 사도 내가 사야 하는데
내가 당신을 돌보고 섬겨야 하는데...

거룩한 밥상을 소홀히 한 죄
나는 몇 번 병원에 입원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위에 출혈이 심하게 있어서 쓰러져서 병원에 갔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병원에 누워 있다가 죽 같은 밥을 처음 먹던 날,
내 앞에 놓인 병원의 밥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솟구쳤습니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밥을 내가 얼마나 소홀히 여겼던가?
아내가 매끼니 마다 정성스럽게 차려주던 밥을 그냥 국에다 훌훌 말아서 급하게 먹고는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밥상에서 물러났던 날들...
애써 준비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 맛있다는 말 한번 제대로 안하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운 것처럼 그렇게 먹었던 날들을 생각하면서
매일 매일 귀찮아하지 않고 밥을 차려주던 아내의 정성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목사를 대접하는 것을 즐거워하던
성도들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왈칵 눈물이 밀려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밥은 거룩한 것인데...
세상의 모든 노동이 성스러운 것처럼...   
 
어느 작가(김훈)는 밥벌이가 구차하고 지겹다고 했는데,
작은 교회를 섬기고 조금이라도 더 헌금하기 위해서
못난 목사의 끼니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하지 않고
구차하고 지겨운 밥벌이의 수고를 하는 성도들의 손을 통해
내 앞에 마련된 거룩한 밥상, 그 앞에 나는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밥상공동체, 그 앞의 불평등은 사라져야 한다고,...기도했습니다.
 

고석완(대전노회,한밭교회,장로) 2012-10-21 (일) 21:40 11년전
목사님,
지하철안에서라도 댓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여서요.
참 좋은글 읽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목사님(증경총회장 고 최문환목사)에게 그리하시던 생각나게 하는 목사님 글입니다.
참외가,무우가,배추가 잘 됐다며....제가 심부름 했습니다.
그 어머니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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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2-10-21 (일) 21:51 11년전
감동입니다.
눈물입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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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윤(전북동노회,전주금암교회,) 2012-10-22 (월) 08:25 11년전
나는 농부의 아들로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성장하였기에
목사님의 글을 읽으며 옛날 일들이 추억으로 떠 오릅니다.

고향의 넓은 들판에 논 한필지를 가지고 있는데, 후배가
비닐하우스를 한다기에 임대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오이나
토마토를 조금 보내왔고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향가는 길에 현장을 가보고는 마음이 뭉클하였습니다.
어린 자녀들이 학교가 끝나면 부모가 일하는 하우스에 와서 숙제도
하고 놀기에 엄마 아빠처럼 얼굴이 까맣게 된 것을 보고는, 다시는
우리집에 생산물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 일이 있습니다.
소득은 논농사에 비해 높지만 작업은 연중 힘이 들기에 지금도
그 후배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따뜻한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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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남(경기북노회,의정부 송암교회,장로) 2012-10-22 (월) 09:50 11년전
목사님의 글이 너무 감동적입니다. 마음이 뭉클하고 눈물이 납니다. 정말 수고 하시네요 언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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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모(인천노회,인천내일을여는집,목사) 2012-10-22 (월) 11:48 11년전
참 고맙습니다. 집사님, 권사님 모두가 하나님의 귀한 일꾼들입니다. 거룩한 밥상을 대할때마다 생각나고, 거룩한 헌금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더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의 성도들이 주신 헌금이 바르게 쓰이고, 효율성 있게 쓰이고, 거룩한 일에 쓰이도록 할 일입니다. 교회에서, 노회에서, 총회에서 말입니다. 오늘 하루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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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충남노회,오순교회,목사) 2012-10-23 (화) 14:52 11년전
가을 오후의 햇살만큼 따스한 댓글을 주신 분들과 함께 사랑과 정이 흐르는 교회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게 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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