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33주년에 다녀와서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이하여 생명선교연대 역전의 용사들이 광주에 내려가 무등산 등반과 금남로 전야제, 그리고 망월동 묘역 참배를 하기 위해 다녀왔다. 회원들은 어제 이른 아침부터 서울 전남북 등지에서 광주로 모였는데 필자는 강경신흥교회 담임목사 취임식에 참석한 후 늦게 광주를 향했다.
무등산은 광주광역시 및 전라남도 화순군과 담양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87m의 산이다. 1972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작년 12월 27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한민국 21번째 국립공원이며 1988년 변산반도 · 월출산 이후 24년 만의 신규 지정이었다. 먼저 예정은 원효사를 들머리도 서석대(해발 1,100m)에 다녀 올 예정이었는데 양지는 늦어서 증심사를 들머리로 하여 세인봉 코스를 다녀왔다. 참고로 정상은 천왕봉이나 1966년 공군부대가 주둔해서 정상 부근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통제되는 바람에 일반 등산객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은 서석대이다.
증심사를 지나 약사암을 지나 세인봉 코스는 참 아름다웠다. 왕복 4km에 해발 490m로 행복한 산행이었다. 의재미술관에서는 허백련 화백의 수준 높은 산수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증심사를 지나다가 이색 현수막을 보았다. '같이 살자' - 양양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는 부제에 이야기손님으로 목사, 신부, 스님, 교무 등의 이름이 있는데 잘 아는 고백교회 김성룡 목사의 이름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모임으로 '무등산 풍경소리'라는 이름으로 벌써 110회 째 공연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내가 언제 이 시간, 이 장소에 있을까? 생각하여 공연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시간(7시)이 되자 녹색지대 권선국씨가 나와서 사랑을 할까?, 준비없는 이별, 한동안 뜸했었지 등을 신나게 노래한다. 가정의 달 5월에 '내가 지켜 줄께'는 마음을 울리는 노래였다. 증심사 어머니 합창단의 합창에 이어서 이야기 손님들이 소개된다. 사회도 목사가 본다. 목사2, 신부2, 주지스님이 등장한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온다. 신부는 교황청 발표 석탄일 메시지를 전했다. 끝으로 싱어송라이터 양양이 봄봄, 바람이 불어오는 굿(김광석), 같이 살자 등 노래를 부른다. 성탄절에는 교회나 성당에서, 석가탄일에는 절에서, 원불교에서 자연, 사람, 생명을 주제로 노래하며 이야기하는 공연이란다. 매달(아주 추운 1,2월만 빼고) 열리는 공연이 벌써 110회이니 무려 10년 넘게 이 일을 해 왔다고 한다.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서 모두 공감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금남로를 향했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5.18 전야제는 아직도 한창이었다. 5.18정신계승 민주수호 반전평화 한국청년대회를 비롯해서 각종 공연, 풍물 등 야단법석 전야제였다.
이제는 잠을 자냐하는 시간이다. 무등교회 이철우 목사(전 광주YMCA 이사장)의 도움으로 광주시로부터 YMCA가 수탁받아 운영하는 세하동 서창전통한옥문화체험관에서 반가운 만남과 안식을 할 수 있었다. 최의팔, 박종렬, 정상시, 이춘섭, 홍기원, 이상점 등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5. 18일이다. 아침식사를 위해 이동한 곳은 광주무진교회 앞 삼백집이다. 콩나물국밥도 맛있었지만 새로 지은 무진교회를 가보고 싶었는데 덤으로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다만 전화기를 집에 두고 가서 장관철 목사와 통화도 하지 못해 아쉬웠다. 망월동을 가다가 두 번째 소원도 이루었다. 지난 달 청지기교육세미나를 인도해 주신 서용주 목사가 시무하는 광평교회를 지나 김성룡 목사가 시무하는 고백교회를 들렀다. 김목사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잔을 하고는 시간이 모자라 바로 출발하였다.
광주 5.18민주묘지는 국립묘지가 됐다. 입구에서 차가 밀린다. 가는 차가 많아서인 줄 알았더니 경찰이 제지하기 때문이었다. 신묘역에는 대통령과 양당대표 등이 참석하여 33주년 추모행사를 하기 때문에 경계가 삼엄했다. 우리는 구묘역에 간다고 하니 들여보낸다. 가면서보니 경찰과 경찰차가 겹겹이 둘러쌓였다. 아직 광주는 권력자가 두려워하는 곳인가보다. 아니 올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에 반발한 5.18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해 반쪽 행사가 됐다.
5.18 구묘역에서는 기념식 공식 식순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국가보훈처의 조치에 반발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별도의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진보연대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광주시의원들은 이날 기념식이 시작된 오전 10시 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비표가 없어서 신묘역에는 입장자체가 안됐다. 별도의 대회에는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참배객 등 7백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5.18에 대한 정부의 역사왜곡을 비판했다. 특히 한 시각장애인의 클라리넷 연주와 합창은 감동이었다.
한편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박 대통령은 "5월 정신을 통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념식은 헌화 분향과 5.18 경과보고, 기념사,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식순에서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일어나 함께 제창한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입을 다문 채 제창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고 한다. 초청된 기관 단체들이 불참함에 따라 눈에 띠게 빈 자리가 많았고 일부 식순은 급하게 조정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는 보도다.
다시한번 5.18 광주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 민주수호, 반전평화 통일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덕분에 의미있고 유익한 광주기행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
읨제 미술관
세인봉에서
풍경소리 공연에서 성직자들
금남로에서
구묘역 광주시립묘원
전통한옥에서
무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