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
 
 
 

 

[전대환 칼럼] 사랑의 기술, 정치의 기술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2-11-07 (수) 15:55 11년전 8562  
 
[전대환 칼럼] 사랑의 기술, 정치의 기술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박근혜 후보 쪽에서 최근 '여성 대통령론'을 들고 나와 대선 판의 주도권을 쥐어보려고 하지만 잘 통하는 것 같지 않다. 그쪽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과거에 상대 당을 향해, 대통령 유고시 여성 총리가 국방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했던 말이 아직까지 검색되고 있는 터에, 그것도 바로 그이가 지금 박 후보 선대본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터에, 이제 와서 그런 이슈를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유력 후보들 가운데서 여성적 섬세함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이는 오히려 안철수 후보인 것 같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품성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품성의 차이를 표현한 것일 뿐 호불호나 우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줄다리기는 꼭 남녀의 '밀당'(밀고 당기기) 같았다. "우리 단일화합시다. 시간이 없으니 결단해야 돼요. 웬만한 건 제가 다 양보하겠습니다." 이 프러포즈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답은 초지일관이었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정치개혁이 먼저입니다." "아니 그럼 단일화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그런 말은 아니고요, 여건이 먼저 형성돼야…." 이런 식이었다.

남녀의 대화로 풀어보면 "우리 결혼합시다. 우리도 나이가 들만큼 들었고 양가 어른들 연세도 높으시니 어서 결단해야 돼요. 웬만한 건 제가 다 양보하겠습니다." 여자의 답은 늘 같다. "결혼도 중요하지만 서로 상대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해요." "아니 그럼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고요, 분위기가 먼저 형성돼야…."

기대보다 시원한 합의 이뤄내

남자의 말은 '이해해야' 하고 여자의 말은 '느껴야' 한다고 했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체로 그런 경우가 많다. 이해해야 할 말을 느끼려 하고 느껴야 할 말을 이해하려 고집한다면 그 커플의 앞길이 순탄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남자의 다그침에 미루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여자도 반응을 하듯, 계속 뜸을 들이던 안철수 후보가 엊그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물꼬를 텄다. 문재인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했고, 어제 두 사람이 만났다. 기대보다 시원한 합의를 이루어냈으니 이제 일정에 맞춰 단일화 과정을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남녀가 결혼하기로 했다고 해서 행복한 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할 때까지도 난관이 많고 결혼하고 나서는 더 첩첩산중인 것이 세상사다. 두 후보의 험난한 길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문 후보가 합의를 재촉했고 안 후보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으니 이제 공은 문 후보에게 넘어간 셈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말로 다그칠 것이 아니라 여자의 마음을 '느껴야' 하는 것처럼,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도 안철수 후보 쪽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느낌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안 후보의 품성은 뭘 내놓으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정권교체보다 정치개혁이 먼저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당개혁이나 정치개혁에 매달려 있을 시간은 없다. 안철수 후보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무소속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또한 민주당에 요구하는 정당개혁이 개인 아무개를 들어서 물러나라고 하는 뜻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답은 무엇이겠는가?

민주당은 안 후보 위한 공간 만들어야

두 사람의 생각이 아직은 동상이몽이겠고, 앞으로 누가 단일후보로 정해질지 그것도 아무도 모른다. 안 후보는 이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강은 이미 건넜고 배도 불살랐다고 한 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 목표지만 만일 안 되더라도 정치는 계속 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제 안 후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대통령이 되든지, 책임총리가 되든지, 당권을 쥐게 되든지, 어떤 경우든 안 후보로서는 민주당 안에서 자신의 입지가 확보되는 것이 필요조건일 것이다.

기득권 포기와 정당개혁을 요구하는 안 후보의 말을 '느껴보면' 그런 뜻으로 이해된다. 어제의 합의문을 보면 문 후보도 어느 정도 느낀 듯하다. 이제 새 사람 맞을 잔치를 위해 바빠져야 할 곳은 민주당이다.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츲ҺڻȰ ⵵ ȸ ѱ⵶ȸȸȸ ()ظ ѽŴѵȸ μȸڿȸ ȸ б ѽŴб ûȸȸ ŵȸ ŵȸ ȸÿ ѱ⵶ȸȸͽ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