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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지도자”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2-11-21 (수) 15:54 11년전 4171  
 
[전대환 칼럼]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지도자”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우리나라 사람들 같이 열정이 넘치는 민족이 또 있을까. 7년 전 이맘때쯤, '황우석'이라는 이름 석 자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지체장애인이 벌떡 일어나 걸어 다니고, 난치병 환자들이 새 삶을 얻게 되고, 연간 33조의 수입이 굴러 들어오고…. 사람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이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거니 하며 희망을 가진 사람도 있었고,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그의 논문은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이제는 그를 두고 열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 3년 전의 월드컵 열기는 온 나라를 삼킬 정도로 용광로 같았다. 거리마다 붉은 색 인파로 가득했고, 우리나라 팀이 경기를 할 때는 딴 일 하고 있다가도 동네 옆집에서 나는 함성소리를 듣고 경기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떠들썩했다. 대표 팀 선수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 바빴고, 히딩크는 국민 영웅이 되어 있었다. 이때 떠오른 사람이 월드컵 조직위원회 정몽준 위원장이었다. 그 당시 그가 왜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는 그해 대선 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올해 대선에서 그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두고도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영남지역의 한 노교수는 공개석상에 나와 박근혜 찬가를 열창했다. "꽃 중의 꽃 근혜님 꽃 팔천만의 가슴에…" 그의 표정과 몸짓은 엄숙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연모와 존경의 마음이 철철 넘쳐

어쩌면 저리 감동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연모의 마음과 존경의 마음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가 시장 통에 나서면 열광하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박 후보가 지나가는 앞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하니 그를 향한 절대적인 사랑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에서는 그의 95회 생일을 기리는 '탄신제'가 열렸다. 내 삶의 반 이상을 구미에서 살면서도 그곳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뉴스타파 취재팀이 제작한 영상으로 본 행사 장면은 사람의 가슴을 메이게 할 정도로 거룩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유진 구미시장은 자신의 말이 전국으로 알려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천 명의 청중 앞에서 거침없이 신앙을 고백하고 있었다. "피와 땀을 마을과 조국에 헌신하신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지도자는 이제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남 시장은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반인반신'을 언급한 박정희 신학자다.

구미 갑 지역구의 심학봉 의원(새누리당)이 나와서 분위기를 돋우었다. "금오산에서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 전설이 꼭 이루어지도록 여러분들이 지켜주셔야 합니다!" 김관용 도지사(새누리당)도 빠질 수 없다. 반인반신(半人半神)을 기리는 엄숙한 장소에서 좀 불경스러워 보이기는 했지만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선거법에) 문제가 되니까, 담 넘다가 툭 걸리면 호박인 줄 그렇게 알고…"라며 박수와 웃음을 유도해 냈다. 김 지사는 최근 5년간 박정희 관련 사업에 1000억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데 앞장섰다.

피켓을 들고 다니는 한 노인을 선관위 직원이 제재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아버지 집에서 하는데 왜 말이 많아?" 하긴 예수도 성전을 가리켜 "내 아버지 집"이라고 했었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이라고 말하는 어떤 아주머니는 집에도 고인의 영정과 제상을 모셔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두 번씩 이곳에 찾아온다고 했다.

박정희 동상 앞에서 절하는 '신도'들

특별한 행사가 없는 날에도 '신도'들이 와서 박정희 동상 앞에서 절을 하고 생가에서 참배를 하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 성지순례객까지 있으니 이쯤 되면 종교의 형식을 거의 갖춘 셈이다. 평양의 만수대 이야기가 아니고 구미의 상모동 이야기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니 누가 누구를 숭배하든, 그리고 숭배의 대상이 그의 딸에게까지 이어지든 그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박근혜 후보는 이런 '신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지지자의 수준은 곧 후보의 수준이니까 말이다. 다른 후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이런 '신도'들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 20121121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News.asp?nnum=690049&sid=E&tid=8
 
 

이상호(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2-11-21 (수) 17:22 11년전
박정희 95회 생일 대잔치
박정희교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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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2-11-23 (금) 06:52 11년전
박정희교(敎), 바로 그것이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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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모(인천노회,인천내일을여는집,목사) 2012-11-23 (금) 07:33 11년전
우리나라 구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상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어쨌든 놀라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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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2-11-25 (일) 01:19 11년전
이준모 목사님, 일부 목사들이 동상 세우기와 생가 성역화사업 등 박정희 우상화에 앞장서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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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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