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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광주 기독인 선언(영상,전문)

이종희 (광주남노회,영암읍교회,집사) 2012-12-14 (금) 16:38 11년전 4139  


 

2012 광주 기독인 선언
“다만 정의를 강물같이 흐르게 하여라. 
서로 위하는 마음 개울같이 넘쳐흐르게 하여라.”(아모스 5:24)

5천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한반도는 외세의 수많은 침략과 수탈, 지배 권력의 학살과 횡포에도 결코 굴함 없이 생존의 터를 지켜왔던 민중들의 숭고한 땅입니다. 조선 말기 사대주의와 관료들의 타락과 비인간적 탐욕에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새 세상에 대한 열망이 간절한 때 기독교는 전래되었습니다. 선조 기독교인들은 민족의 수난과 민중의 삶에 진실하며 정의로운 믿음으로 민족 자주와 민중 해방을 향한 열망에 함께 하였습니다. 이곳 광주의 기독교인들은 3.1민족독립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독립의 열망을 알렸고, 가난하고 피폐한 민중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실천해 왔습니다. 신분타파, 인권 증진, 의료, 교육, 복지 등 수많은 현장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과 80년 5.18 광주민중항쟁 그 고난의 현장에서도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에 함께 하였습니다. 분단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일에도 예언자의 심장으로 온 몸 다하여 동참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민중의 구원과 진정한 해방을 위한 실천을 수없이 외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습과 교파, 교권주의, 외형적 성장과 반(反)생명, 반(反)역사적인 행태는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 이상 방관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분단의 역사와 1%만의 탐욕이 제어 없이 질주하는 조국의 현실과 고난 받는 민중들 앞에서, 사라지고 파괴되는 수많은 생명들 앞에서 잘못을 참회하며 심각한 위기에 놓인 생명세계, 약자와 소외된 자를 구조적인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창조 질서를 회복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가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분단을 이용한 이념 공세와 무한경쟁 이라는 신자유주의의 탐욕과 방종은 우리 사회를 불신과 양극화로 갈라놓았습니다. 가장 건강하게 지켜져야 할 농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자본의 이익만이 절대선이라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절반을 넘어서 버렸고 정리 해고된 이들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재벌은 우리 사회의 지배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미래의 꿈도 꾸기 전에 삶을 포기하며 절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친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민중의 생존권은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토호, 건설 세력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개발은 가난한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결국 용산의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쌍용자동차의 폭력진압은 이미 23명의 안타까운 삶을 앗아가고도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분단을 고착화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막아 버렸습니다. 언론 장악이라는 독재시절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합리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시민 세력을 표적삼아 이 사회를 공포와 어둠으로 지배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민중의 생활터전과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여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렸고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과 경외감을 잃게 했습니다.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는 미군의 동북아 패권이며 제주도를 전쟁의 포화에 내모는 살상행위입니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수천만 년 인간의 삶을 가능케 했던 산과 숲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자주적 인간, 창조적 인간, 공동체와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도록 가르쳐야할 교육은 오로지 입시를 위한 경쟁으로 청소년들을 내몰아 OECD 자살률 1위라는 슬픈 현실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는 여전히 왜곡과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지금의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피조물의 고통을 안고 십자가를 지고 끝내 새로운 생명의 질서를 세운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를 외면해온 우리의 죄를 먼저 고백하며 참회합니다.
“정의와 평화를 온 땅에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는 말씀을 따라 살지 못하였습니다. 스스로 탐욕에 물들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희생을 외면하였습니다. 약육강식의 적자생존을 당연시하며 지배와 폭력이 일상화된 이 시대의 야만성을 묵인했습니다.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도 분단과 냉전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지성과 신앙의 양심을 버렸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질서를 파괴하고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며 편리와 욕망을 취해 왔습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하나님 나라,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가며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는 깊은 병, 영혼 없는 이기주의 신앙에 사로잡혀 있고, 참된 화해와 평화대신 배타적이고 제국주의적 선교로 개교회의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이웃사랑인 나눔과 섬김의 숭고한 가치를 망각하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품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참회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시대만을 탓하거나 윤리적 반성과 교회의 자성만을 촉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독교인으로서 다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고 성서의 가르침과 양심에 따라 새로운 행동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이 일에 광주의 기독교인들이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만인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분 이십니다. 그분은 만물위에 계시고 만물을 꿰뚫어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십니다.”(에베소서 4:6) 

우리는 성서가 증언 하는 대로 하나님께서 온 우주와 생명을 창조하신 것을 믿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광주는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를 지향합니다. 광주에 있는 제1전투비행단은 반드시 이전해야 합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시설들이 한반도 전역에 배치되어 언제든지 대리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소음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주민들의 생활과 삶의 기반을 흔들어 버린 소음피해는 자주국방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중단해야 할 일입니다. 영광 핵발전소의 잦은 안전문제는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수많은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입니다. 탈핵은 시대의 요청입니다. 후쿠시마의 비극을 목격하며 핵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며 소위 ‘녹색성장’의 대안이 결코 될 수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편리함만을 추구해 온 우리들의 절제된 삶도 요청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로부터 왔기에 저마다 고유한 생명의 권리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실 때 모든 생명들이 상생을 이상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책임도 부여하셨습니다(창 1:27-29). 따라서 우리 각자가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온 생명이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창조 질서를 따라 살게 될 때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음을 믿습니다.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며 더욱더 많은 힘을 얻고자 패권을 휘두르는 것은 우상숭배이며 죄악입니다. 생명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영성을 키워 생명 고유의 존귀함과 아름다움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전쟁도 반대합니다. 전쟁은 생명과 평화를 깨뜨리는 큰 죄악입니다. 특히 분단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우리에게는 진정한 평화와 화해가 절실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통일을 성취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남과 북이 군비를 축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남과 북은 6.15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을 따라 평화적인 통일의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가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에베소 2:14)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과 평화. 화해의 중재자이심을 믿습니다. 
5.18 피해자와 희생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치유는 더욱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의 아픔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재벌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는 공동체의 삶을 파괴하는 살인행위입니다. 상생하는 광주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요 1:14). 이 땅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셔서 우리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십자가의 길로 보이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말씀하셨고 이루시고자 하셨습니다. 정치권력과 짝하여 민중위에 군림하는 기성종교를 거부하셨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고난 받는 이들을 대신하는 죽음이요, 이 한 번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이루어가는 것(히 7:27)입니다. 고난의 현장에서 이 십자가 사건은 재현됩니다. 
주님은 불의와 죽음의 협박에 굴하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진리와 정의가 승리함을 십자가와 부활로 확인 시켜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나라가 평화와 정의의 세상이라고 믿습니다(사 45:7-8).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은 민주주의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입니다. 신앙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이 바탕이 되어 서로 연대하고 더 큰 정의와 민주주의를 키워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경제적 약자의 고통을 해결하고 또한 자본이 민중의 삶을 파괴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요한복음 4:14)

생명과 평화의 힘이신 성령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념.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을 수 있게 하십니다.(행 2:4, 3:43-47) 
오늘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광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은 낯선 곳에서 2등 국민으로 차별 받으며 살아갈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할 이웃들로 존중 받아야 하며 공존해야 할 동포들 입니다. 이주여성들이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쫓겨 가다시피 해야 할 값싼 인력이 아니라 동등한 자격으로 대우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북한이주민들도 고향을 떠나 온 이들이기에 이념의 색안경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먼저 온 사람들이라는 인식으로 대해야 합니다. 청소년들 또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성숙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이니 더욱 넓은 사회 품에서 마음껏 활동하고 경험하며 자라나야 합니다.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은 맑고 곱게 지켜지고 키워져야 합니다. 특별히 사람을 성의 도구로 취급하는 시대적 풍조,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바로 잡아 가야 합니다. 성폭력으로 영혼이 파괴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가부장적인 사회문화에서 양성평등의 지향점을 향해 가야 합니다.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 영이요,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겔 36:26-27) 

생태계를 이윤과 탐욕의 대상으로 삼는 4대강 사업 등 각종 개발주의 경제정책을 반대합니다. 인간과 자연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여 생명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이 넘치는 세계를 위해 활동해야 합니다. 
교회는 성령의 능력가운데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모든 생명이 맺어야할 관계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곳이어야 합니다. 가난한자, 약한 자 억울한 자를 섬기고 연대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리주의의 독선을 버리고 타종교와 대화하고 연대하며 사회의 변혁과 생명평화 운동에 동참해야 합니다. 

기독인들은 진리와 자유의 영을 끈임 없이 간구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 광주의 교회들은 돈이 하나님의 자리에 위치하고 정치권력에 무력하며 성공만이 축복이라는 우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과 실천은 뒤로한 채 개인구원이라는 낡은 교리에 파묻혀 있습니다. 개교회주의가 극에 달해 교회간 양극화는 또 하나의 사회 병리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교권주의로 깊은 병이 든 기독교는 종교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패권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해 구원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더 이상 사회와 공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모습이 결코 건강한 신앙의 모습이 아니라 단언하면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갈구하는 참된 신앙인들의 길이 새롭게 열리도록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 광주 기독인들은 생명과 평화, 정의가 춤추는 세상을 위해 다음과 같이 결단하고 헌신할 것을 천명합니다.
개교주의와 교리주의를 버리고 생명과 평화,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위해 연대 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공동체로서 종교간 장벽을 넘어 대화와 상생을 위해 이웃종교와 연대하며, 시민사회와 함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아직 해방되지 못한 이들과 함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함께 할 것입니다. 
역사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정의를 세워가겠습니다.
5.18민중항쟁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민주와 인권, 평등의 가치를 지키는데 헌신 할 것입니다. 
대선정국을 틈타 불의와 독재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는 2012 대선에서 생명과 평화, 정의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기도하며 행동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 하고, 이 땅에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헌신할 것입니다. 

2012. 10. 11.
2012 광주기독인 선언 참가자 일동.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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