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단식기도의 결행을 재확인하면서
오늘 오후 1시 30분경에 제가 “기장 교단 총회의 목사후보생 교육을 수호하기 위한 삭발 성명”을 발표하고 오후 3시 30분에 수유리 캠퍼스 예배당에서 삭발식을 한다고 공지하자 총장은 오후 2시 40분경에 신학과장 권명수 교수를 통하여 저에게 “최성일 교수의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비서실-170, 2012년 12월 17일)을 전달하였습니다.
이 공문을 검토한 결과, 저는 삭발을 하면서까지 교단 총회의 목사후보생 교육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 옳은 일이었음을 확신하게 되었고, 삭발식을 거행한 뒤에 계속해서 단식기도를 이어간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말씀드려야 한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칭)발전학대학원 신설을 위해 신학대학원원 정원을 감축하는 안건에 대해 신학과 교수들이 반대 의견을 모으고 신학대학원운영위원회에서 전원 반대로 이를 부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위원회와 기획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불법적으로 처리하여 교무회의에 상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저의 질문에 대하여, 총장은 “신대원 운영위원회는 물론 교무회의도 법적으로는 심의권만 가지고 있으며, 위원회나 교무회의가 설령 어떤 의결을 했어도 그에 관계없이 최종적인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습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것은 총장이 대학 구성원들의 심의를 가볍게 여기고 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할 의사가 추호도 없다는 것을 천명하였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교단 총회의 미래를 이끌어 나아갈 목사후보생 교육 제도에 대해서도 신학과 교수들의 의견과 결정을 짓밟고 절차의 적법성마저 희생시키면서까지 총장이 임의적인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겠다는 것을 확인하여 줍니다.
저는 바로 이 점을 문제로 삼아서 지난 13일부터 단식을 하였던 것이고, 오늘 삭발을 하겠다고 천명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총장이 학교를 마치 자기 소유물처럼 임의적으로 운영하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한, 삭발 단식기도를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이미 “기장 교단 총회의 목사후보생 교육을 수호하기 위한 삭발 성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총장은 내년 2월 말까지 말미를 줄 것이니 신학 교수들이 신학대학원 신입생 충원 미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 신대원 정원 조정을 확정하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총회 전수조사의 결과를 고려한다는 점을 덧붙이기는 하였지만, 총장은 (가칭)발전학대학원 신설을 위해 신대원 정원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신학과 교수들은 지난 11월 29일 신학대학원운영위원회에서 신학과 연계된 융복합대학원을 설립할 경우, 신학대학원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결의한 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요구에 따라 전문 교역자를 양성하는 데 이바지하는 교회음악대학원이나 상담학대학원이나 디아코니아대학원 등을 염두에 둔 결정이지, 신학과 무관한 (가칭)발전학대학원 설립을 위한 정원 조정이 결코 아닙니다. 총장은 이러한 신학대학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알고 있음에도 신학과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저는 단식기도를 중단할 수 없으며, 오늘 예정된 삭발식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장이 저의 셋째 요구를 받아들여 교단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신학대학원 입학정원 문제 등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좋은 일입니다. 앞으로 총장은 교단과 협의할 뿐만 아니라 신학교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민주적이고 적법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하여 우리 교단 총회의 목사후보생 교육을 제대로 펼쳐나가는 데 필요한 제도들을 마련하기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2년 12월 17일
신학과 교수 최성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