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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아픔을 모르는 병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2-10-09 (화) 15:11 10년전 4030  
[전대환 칼럼] 아픔을 모르는 병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엊그제 구미 불산 가스 누출사고 지역에 가보았다. 사고 당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사고현장 지척과 인근 마을은 '폐허'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대개 뉴스에서는 봉산리 상황만 나오는데, 사실은 4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근처 아파트 밀집지역의 수만 명 주민들도 걱정이다.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도 환경부장관은 사고 열흘 만에야 잠깐 구미를 방문한단다. 어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늑장대응 때문에 앞으로 일이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유독가스 유출로 봉산리 일대 농작물들과 근처 야산의 나무와 풀들도 거의 말라 죽었다. 가축들도 수천 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곤충들과 들짐승들의 피해는 파악조차 안 된다. 결국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피난을 해야 했다. 동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식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식물들도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이번 사고처럼 직접 독가스를 뒤집어쓴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나 다른 사물들의 고통도 지각을 한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보았다.

나무들도, 들풀들도 이렇게 민감하게 남의 고통을 아는데, 정작 사람들은 이웃의 아픔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사고가 난 9월 27일 목요일 오후 3시 43분 경, 나 역시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시각에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연휴 때는 거의 구미를 떠나 있어서 뉴스도 제대로 못 찾아보다가 징검다리 화요일이 지나고 수요일(3일) 저녁이 돼서야 이번 사고를 다시 보게 됐다. 다른 사람들도 대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km 지점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심각성을 깨달았으니 그 둔함이 한심하다. 이웃의 아픔을 감지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있는 것 같다.

구미 사고 다음날 서울에서는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18살 김 아무개가 야삽을 들고 한 초등학교 교실로 들어가서 어린이 6명을 다치게 했다. 곧바로 교사들이 달려와서 난동을 막고 범인을 경찰에 넘겨서 사건은 거기서 그쳤지만,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참 무서운 세상이다. 초등학교 교실에 가만히 있다가 이런 변을 당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안전지대가 없다.

난동을 부린 김 아무개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은 뒤로 술 취한 아버지로부터 "나가 죽어버려라" 하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다고 한다. 가정불화와 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3번이나 자살을 기도했다. 동네사람들의 평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원래 그렇게 못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 난입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른 그를 편들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죄를 김군 혼자에게만 물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영어의 '엠퍼씨'(empathy)를 우리말로는 '감정이입' 또는 '공감'(共感) 정도로 번역하는데, '파토스'(pathos)는 그리스말로 '고통'이라는 뜻이고 '엠'(em)은 '어디어디에 있다'는 뜻이니까, 풀어서 말하면 '고통 가운데 있다'는 말이다. 한센병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병인데, 이 병에 걸려서 몸의 일부가 기형으로 변하는 이유는 아픔의 신호를 전달하는 말초신경이 활동을 하지 않아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꽉 끼는 신을 신으면 발가락이 아파야 하는데, 아프지 않으니까 계속 그런 신을 신다가 발가락이 다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불산 가스 사고로 인한 고통을 우리가 좀 더 일찍 함께 느끼고 발 빠르게 대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난동을 일으킨 김 아무개를 비롯하여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가 좀 더 심각하게 함께 느끼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동체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부 사람들의 아픔을 그 구성원들이 함께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 공동체는 끔찍한 병에 걸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2.10.9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이상호(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2-10-09 (화) 20:09 10년전
아픔에 마음 깊이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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