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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임창세 (서울노회,용산제일교회,목사) 2020-10-29 (목) 10:18 3년전 2098  

공공신학(Public Theology)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 공공신학의 사회과학적 토대 -

 

임창세 박사(칼바르트센터 국내소장)

 

1970년대 군사독재시절 민중신학은 동시대의 예언자적 사명과 사회개혁의 기치를 들고 출발했다. 이후 민중신학은 다양한 사회사상들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성경과 사회과학이라는 두 축을 사용해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예언자적 선포의 사명을 감당하려고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마르크스주의및 주체사상과의 접목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두 사상이 당시 사회운동권 및 학생운동권의 이론적 토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를 기초로 한 해방신학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성경을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의 결과와 마르크스주의 및 주체사상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소비에트와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었고, 또한 더 깊은 사회과학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주체사상이 한계 때문에 민중신학은 사회과학적 방향을 잃어버렸다. 마르크스에서 벗어난 왜곡된 사회주의는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을 간과하고 계급적 시각에 집착하였고, 주체사상은 사회과학적 깊이를 제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민중신학은 더 이상의 학문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서구신학이 아닌 우리의 신학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서구신학의 연구와 대화를 소홀히 하였고, 그 결과로 민중신학은 신학으로서의 자기 발전을 위한 동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다.

2010년이 시작할 즈음, 민중신학이 과거의 찬란함(?)만 자랑하고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 당시 진보진영은 마르크스주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으며 새로운 사회과학적 사상을 찾고 있었다. 더욱이 당시 진보진영은 대통령선거의 패배와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으로 패닉상태였다. 정당정책의 방향과 노선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었던 최장집, 류시민 그리고 조국은 막스베버의 사상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진보진영의 사회과학적 잣대는 마르크스였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마르크스 이론이 힘을 잃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때 세 명의 논객은 막스 베버의 사상에서 새로운 담론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장집 교수는 베버의 사상을 가리켜 한국정치를 성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평가했고, 유시민은 정치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답변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막스베버 연구의 열풍이 불었다.

진보 진영은 특히 베버의 국가, 정당, 정치인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출판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존 로크에 이르는 12명 학자에 대한 정치철학 연속 강의 첫 권이다. 그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사회구조는 다원화되고, 경제 역시 세계경제의 선진국으로 부상하면서 크게 변했다""그러나 정치 이념은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묶여 있고, 정치에 대한 이해는 부정적·경직적이어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작동 원리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신간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베버가 말한 정치인의 자질과 윤리를 부각시켰다. 그는 "진보주의는 신념윤리(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행하고 그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 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행동의 예견할 수 있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야권 연합의 필요성도 이런 책임윤리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베버의 정치가론을 인용했다. 그는 대담집 '진보집권 플랜'에서 진보 진영을 향해 "권력 혐오증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다. 그는 "정치인은 악마적 힘과 손잡는 사람"이라는 베버의 말에 기대어 "정치권력은 악마의 힘이지만 그 힘을 정확히 사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조선.Com 북스 2011531일 기사인용)

 

그리고 이런 진보진영의 막스베버 탐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막스베버는 종교사회학자이다. 특히 그는 기독교적 합리성이 어떻게 서구 고대사회를 변화시켰는지 연구했다. 기독교가 보급되기 이전의 그리스 고대사회는 주술과 신화로 인해 비합리성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하지만 기독교가 보급됨으로 신화적 마술적 비합리성이 제거되고 기독교적 합리성이 자리하면서 사회가 발전하였다. 이런 기독교적 합리성은 종교개혁과 함께 서구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막스베베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베버는 칼빈주의 윤리와 종교적 합리성이 자본주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베버에 따르면, 근대 시민계급은 프로테스탄티즘을 수용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칼빈주의가 주장하는 예정론과 금욕적 세계관이 자본주의를 형성하는 정신적 토대를 만들었다. 칼빈주의는 금전추구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윤리적인 통제를 가함으로써 향락과 낭비를 절제하고 최선을 다해서 경건한 삶을 사는 것을 지향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세시대에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가르쳤던 물질적 축적을 하나님의 주신 축복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중세 봉건사회의 계층적 세계관에서 철저하게 신분적으로 규정된 직업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여기며 근면성실하게 사는 삶이 곧 신앙적 경건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 칼빈주의가 직업소명론을 유럽사회에 자리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칼빈주의의 물질과 직업에 대한 윤리는 바로 자본주의 형성의 중요한 정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베버의 종교사회학적 이론은 신학과 많은 접촉점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공공신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학적 파트너는 바로 막스 베버이다. 공공신학은 막스 베버의 사회와 정치분석을 토대로 성서를 해석하고 오늘의 사회와 정치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시도한다.

더욱이 막스 베버의 사상은 현대 사회학적 사상의 기초를 제공했다. 막스 베버의 사회학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세계관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며, 프랑크 푸르트 학파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현대 사회현상의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푸코의 신체 정치학과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공신학은 막스 베버의 사회학과 정치이론을 가장 기본적인 사회분석의 방법론으로 수용한다. 공공신학은 베버 사회학을 토대로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사회주의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공공신학은 푸코와 하버마스의 이론과 대화하면서 오늘의 사회문제에 대한 신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런 공공신학의 목표는 방향과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교회에게 공공성을 가진 교회로 나아가는 모티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민중신학은 민중교회를 탄생시키고 교회의 흐름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운동이 사회주의적 방향이 아닌 시민사회운동으로 바뀌면서 민중교회는 선교의 방향과 동력을 상실했다.

이제 공공신학은 공공성을 상실한 교회에 봉사하고자 한다. 공공신학은 새로운 사회학적 방법론으로 시민사회운동의 방향과 보조를 맞추면서 교회의 갱신을 시도한다. 그래서 시민사회와 함께 공공의 장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관철시키는 교회로 변혁되어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제자리를 찾도록 돕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이번에 한국 칼바르트 센터에서 한국사회와 교회에 공공신학의 담론을 새롭게 시작하는 책을 기획하였다. 내년 2월 중순 즈음에 정승훈 박사의 공공신학과 학제간의 소통이라는 책이 출간된다.

정박사는 미국에서 알려진 바르트 학자일 뿐만 아니라 버클리대학 사회학과에서 사회학, 특히 베버와 마르크스, 푸코 그리고 하버마스를 7년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캠브리지에서 발행되는 인터네셔널 공공신학 저널에 정박사가 기고한 에른스트 트뢸취의 공공신학과 생활세계란 논문이 사회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social sciences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공공신학과 학제 간의 소통에서 정박사는 서구 근대정치이론 (홉즈, 로크, 존 스튜어트 밀,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그리고 존롤스)을 검토하면서 루소의 시민사회이론에 주목하면서 칼빈과 바르트로 이어지는 개혁신학과 시민사회 그리고 공론장에서 신중한 민주의와 연대윤리를 새롭게 이끌어 낸다.

 

책의 출간과 함께 한국 교회와 신학에서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리라 기대한다.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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