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지자'(擔持者)라는 말은 10여 년 전만해도
3,000페이지가 넘는 국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서남동, 안병무 교수 등과 그들을 추종하는 제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였지만 실은 국적 없은 단어였다.
예를 들어, '희망의 담지자'(Traeger der Hoffnung) 등이 바로 이것이다.
'보유자', 혹은 '배달자'라고 할 수 있지만
'담지자'라는 단어를 더 선호했다.
이 단어가 종종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어느 학회 자리에서 한 민중 신학자가
'담지자'라는 단어를 발제문에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질문 시간에 '담지자'라는 단어가 국어 사전에도 없는데,
무슨 의미이냐, 어느 나라 국적의 말이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질문을 받은 분이 식은땀을 흘리며 우물쭈물하는 것을
나는 목격한 적이 있었다.
내가 연구한 바로는
일본에서 공부하신 서남동 박사가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그 뒤에 학계에 빠르게 전파되었던 단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다음(Daum) 국어 사전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그 의미는 "생명이나 이념 따위를 맡아지키는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뜻이다.
표준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이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
일본 국적의 말이든,
표준어로 착각된 말이든
나는 이렇게 외쳐본다.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의 담지자'(Traeger der Hoffnung)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