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목사님 게을러서 이제야 글을 읽었습니다.
생태공동체에 대한 목사님의 의견에 대하여 먼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에 동의를 합니다. 목사님께서 지적하신 문제점들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관점의 문제는 생태공동체가 활동을 하는 모든 영역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
일 것입니다.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사람으로서 뼈아픈 지
적에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몇가지 답변의 글을 적어봅니다. 물론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입장이지, 생태공동체의 합의된 의견은 아닙니다.
1. 생태공동체 운동본부의 지향점, 운동의 원칙, 방향을 설정하는데, 근본적인
(radical) 생태운동을 염두에 두고 출발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근본적인 생태운동이 잘못되었다는 뜻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
려 저의, 우리의 준비정도가 모자라기 때문에 근본적인 생태운동을 지향하면서
도,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자람과 부족함이 많을 것입니다.
2. '숨비소리프로그램'이 다른 부서에서 한다고 한다면 용납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생태운동을 한다는 곳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인 부분에 대
해서 지적하신 점에서 이의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제 생각은 그와는 조금
다릅니다. '숨비소리'행사는 기장청년들과 만남을 갖고자하는 마음, 기장 청년들의
마음에 생태적 영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터널을
나온 친구들과 제주섬의 바닷길을 걸으며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과
제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을 잘 보전하고 지켜나가자고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3.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퀘이커공동체 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전기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박하고 단순함' 속에 신앙공동체를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입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참으로 소중하고 진지한 그 분
들의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평화를 잠시라도 맛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공동체, 소박한 삶, 진지한 신앙의 지향을 놓치지는 않겠습니다.
4. 올 겨울, 눈도 많이 내리고, 추위도 극심한 것이 지구 생태계의 위기,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입니다. 그만큼 지구촌 생태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
과 그 근본 원인이 '더 많이,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편하게' 살려고 하는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과 산업구조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더욱 분발하고, 더욱 깊이있는 운동
생활 구석구석에서 실현되는 운동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예리한 비평들을 저희에게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잘 알아듣고 움직여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