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
 
 
 


쿠바에서 보내는 편지

강현 (기타,,신도) 2014-03-25 (화) 06:20 5년전 1782  

유튜브는 펌

-------------------------------------------------------------




랜딩기어 내려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착륙할 모양이다승객들은 대부분 독서등을 끈 채 잠에 떨어져 있다.

착륙합니다.객실 승무원 착석해 주세요

선윙에어 696 편 전세기는 '후안 구엘베르또 고메즈' 국제공항 활주로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쿠바 본섬 서북쪽에 안테나처럼 가늘고 길쭉하게 뻗어있는 이까꼬스 반도...... 바로 여기에 리조트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보통 바라데로라고 부른다. 혁명수도아바나로부터 동쪽으로 약 140 km 떨어져있다.  

마침내 비행기 뒷바퀴가 하고 활주로에 착지했다. 

쿠바다 !” 

작년 봄, 느닷없이 고조됐던 北-美간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평양-신의주 기차여행 (1000 유로 + 항공)을 포기하고나서 대안으로 구상한 것이 쿠바 여행이었다. 그 때는 결국 북코리아도 쿠바도 아닌 다른 곳에 갔었다. 그때로부터 10 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쿠바에 도착한 것이다.

어촌마을 부근에 위치한 작은 시골공항은 캐나다 각 도시에서 날아 온 비행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선윙에어 전세기들이었다. 에어캐나다 정규노선 비행기도 눈에 띄였다. 토론토와 몬트리얼에서 출발하는 정규항공인 쿠바나항공이나 에어캐나다를 타면 대개 아바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지만, 캐나다 24개 도시에서 출발하는 직항전세기 선윙에어를 이용하면 리조트 타운 바라데로를 비롯해 쿠바 12 개 도시로 직접 날아갈 수 있다.

아바나 대신 바라데로에 도착하는 여정을 선택한 건 순전히 편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은 언제나 아바나로 달려가곤했다. 바라데로에서는 먹고 마시고 춤추고 수영하고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거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출발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밤, 웬 긴머리 여인이 꿈에 나타났다. 40 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여인은 고개를 약간 숙인채 커다란 두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봤다. 그는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바라데로의 저녁노을을 감상하지 못하고 저승으로 돌아간다면 지구에 여행오신 보람이 없어요.”

긴머리 여인은 자신을 가리켜 석양의 여신 (goddess of setting sun)이라고 소개했다. 꿈치고는 너무나 생생해서 머리털이 쭈뼛 곤두설 정도로 놀랐었다.여신은 모두 하얀 원피스를 입은 20 대 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여신은 중년인데다 크림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다는 것도 기이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그때까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바라데로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스로 질문을 하고 새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리조트타운에 대한 편견만으로 바라데로를 과소평가했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 편견이란 정보의 부족이나 불균형즉 무식에서 나오는 엉터리 믿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바라데로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는반도 (peninsula)였다. 길이가 20 km 에 달하는데 비해 평균 폭은고작 5 백 여 미터에 불과한 skinny peninsula(가느다란반도) 였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이 반도에서는 어디에 있든지 양쪽으로바다가 보인다는 의미였다. 반도의 서해안에서 출발하면 보통걸음으로 7 30 초 만에 동해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까꼬스 반도해안은 투명한 물빛을 지니고 있는 환상의 바다들 중 하나였다. 매혹적인 바다는 쿠바 본섬 북쪽으로 길게 퍼져 있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그가 끝까지 쿠바를 떠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 바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쿠바의 북쪽바다는 대서양이고 남쪽바다는 Caribbean Sea 다.   

1959 , 미국인들에 대한 본국 정부의 소개명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동안 쿠바를 떠나려하지  않았다. 쿠바혁명정부가 외국인재산 (대부분이 미국인재산) 몰수조치를 시행하고 나서야 헤밍웨이는 쿠바를 떠났다. 1960 7 월의 일이었다

그가 쿠바를 떠난 지 10 개월 후인 1961 년 5 월, 쿠바와 미국은 공식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쿠바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961 년 7 월,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자살로 그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쿠바를 떠난 지 1 년, 그리고 쿠바와 미국이 외교단절을 선언한 지 두 달 만의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떠 오른 사람은 누구였을까? '혹시 사자꿈을 꾸고 있는 산티아고 노인'이 아니었을까?   




쿠바 북쪽 바다는 기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바다는 거칠면서도 투명했다. 멀어질수록 쪽빛으로 진하게 변해가는 바다 저 편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만큼 아름다웠다. 그 쿠바 북쪽 바다 중에서도 그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이 바라데로 해안이었다.

싸르니아는 그 바다에게 the tempter of suicide (자살의 유혹자) 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나도 바다 저 편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릴까 하는 강렬한 유혹이 내 가슴을 뒤흔들었다.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얀 모래가 너무 고와 마치 밀가루 위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어느 고급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 간 곳은 카사데알 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석조건물이었다. 1923 년 지어진 이 석조건물은 미국의 형님재벌 알 카포네가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기도 했다

해변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이름이 붙은 알 카포네 랍스터 정식을 주문했다. 웨이터에게 식사를 가져오기 전에 아바나클럽 7 년산으로 만든 모히또 한 잔을 먼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알 카포네 별장에서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모히또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 올랐다. 두 사람은 각각 작가와 건달로 직업이 전혀 다르긴 했지만 공통점도 많았다는 생각도 했다. 우연인지 두 사람은 1899 년 생 동갑내기였다. 전투와 모험을 좋아하는 승부사 기질이 남달랐다는 것도 비슷했다.    

쿠바에서의 첫 날은 무엇에 홀린 듯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보면서 지냈다. 폭이 좁은 특이한 반도의 동쪽 바다에서 태양이 떠 오를때부터 서쪽 바다로 노을이 퍼질때까지, 내내 그 바다 곁에 붙어서 먹거나 마시거나 무언가를 읽었다. 

난 원래 바다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바다에 가면 에너지를 빼앗기는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나로서는 참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알 카포네의 바라데로 별장 (지금은 Casa De Al 레스토랑)


 

꿈에 나타난 트렌치코트 아줌마의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어...... 





이세윤(전북동노회,전주금암교회,) 2014-03-25 (화) 14:52 5년전
강현님!
오랜만에 올리신 글 사진 멋 있습니다.
덕택에 쿠바 여행 잘 다녀온 기분이니 감사합니다!!!
주소
강현(기타,,신도) 2014-03-26 (수) 10:00 5년전
사람들은 착하고 음악은 흥겹고 예쁘게 낡은 거리모습이 정감을 주는 나라입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과일, 채소, 신선한 빵도 맛 있었습니다.
다만 시스템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한 면도 보였고요.
제가 다녀 본 곳 중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쿠바를 꼽을 것 입니다.
주소
김종권(대전노회,,목사) 2014-03-26 (수) 17:17 5년전
강현님
너무 오랫동안 잠잠하셔서 근황이 궁금하였습니다.
남미의 '쿠바'하면 군사적, 정치적, 이념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느꼈는데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강현님의 글을 읽으면서 정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대합니다.
주소
     
     
강현(기타,,신도) 2014-03-27 (목) 10:08 5년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은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호텔에 머무는 날은 바닷가 그늘에 앉아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그 나리에서 많은 장점도 발견했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일 부러웠던 건 대체로 가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한 모습들이었지요.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인프라를 넗히면서 인민의 생활에 보탬을 주려고 하는 적극적인 노력은 북코리아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소
김종권(대전노회,,목사) 2014-03-28 (금) 17:55 5년전
북한이 그런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방에서 쪼아 대는데.......

먼저, 한/미/일 삼국의 사고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통일대박'이라고 나발풀고 있는데
 그들 나름대로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있겠지요.
아무튼  기독인들이 목사들이 먼저 가난했으면 합니다.
주소
강현(기타,,신도) 2014-03-28 (금) 22:21 5년전
여유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때 상대는 당황하게 됩니다. 쿠바역시 북 못지 않게 조임과 탄압을 받은 나라고 적어도 미국에 의한 규제는 북보다 더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바로 밑에 있는 쿠바야말로 눈엣가시이지요.
쿠바역시 1990 년대 초반 고난의 행군을 겪었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민이 기아상태에 놓이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지도부의 결단으로 투어리스트 섹터가 산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집게 된 것이지요.
쿠바인민들은 몰려드는 캐나다와 유럽 여행자들이 마구 뿌려대는 돈을 보면서도 결코 그들을 동경하거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카스트로 형제를 비롯한 혁명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아주 공고합니다. 게바라는 쿠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가지는 '예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 신화적 인물로 사람들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구요. 심지어 카스트로에 대한 비판은 넘어가도 게바라에 대한 비판은 용납되지 않는게 쿠바 인민 일반의 분위기 같습니다.
움츠려들면 들수록 더 쪼임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주소
김종권(대전노회,,목사) 2014-03-28 (금) 23:35 5년전
게바라!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 입니 다.
아르헨티아 사람 '체게바라'지요'
큐바혁명의 아버지???
 '체게바라 평전'이라는 책 내용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주소
강현(기타,,신도) 2014-03-29 (토) 09:10 5년전
산타클라라에 있는 게바라 묘소 옆에 박물관이 있는데 거기 그의 전기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접했던 소소한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그가 콩고로 떠나면서 친구이자 혁명동지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원본입니다. 어린 딸을 쿠바에 남기고 떠나면서 새정부가 그의 딸에게 특별한 대우가 아닌 인간다운 교육과 삶을 보장할테니 걱정하지 않는다는 신뢰의 표시도 남기지요.

참고로 게바라는 1960 년 혁명정부의 전권특사 자격으로 전 세계 각국을 순방하는데, 그 해 말 북코리아에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합니다.
주소
이세윤(전북동노회,전주금암교회,) 2014-03-29 (토) 11:05 5년전
두 분의 글을 읽으며 또 박대통령의 독일 연설을 생각하며 이제 우리는 통일을 말하지 말자
고 외치고 싶은 마음 입니다. 조국의 통일은 중국이 절대로 미군이 주둔할 명분을 줄 수 있는
그런 통일은 원치 않고, 미국 또한 통일된 국토에 미군 주둔이 불가능한 그런 통일 절대 원치
않음은 분명하고, 남쪽 정권도 잘 알면서 자기들의 통일은 애국이고 진보의 통일은 친북,
종북, 용공으로 빨간색 칠하여 선거에서 득표의 도구로 활용해 재미를 보는  공격무기이니
이제 진보는 통일을 주장하다 손해보는 일 않했으면 하는 절망적 생각에 미치게 됩니다. 

북쪽도 중국이 있는한 북침은 없을 것이니 중국 또는 소련과 남쪽이 미국과 맺은 핵 관련
협약과 같은 보장을 받고, 핵 포기하고 남쪽과  경제발전에 힘을 모으면 그 속도가 훨씬 빠르게
국민의 생활이 향상되어 남과 북의 경제가 균형을 이룰 때 통일이 연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결코 정치가 통일을 주도하지만 경제적 뒷 받침없이 불가능하고 민족통일은
입으로 않되고 진심으로 애국자가 집권할 때 통일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내요.
주소
호지영(예장통합,도림교회,신도) 2014-04-22 (화) 10:45 5년전
이런 잡글에 댓글 달고 격려랍시고 하는 님들도 참!!!.....
주소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 츲ҺڻȰ 忩ȸ ѱ⵶ȸȸȸ ܹظ ѽŴѵȸ μȸڿȸ ȸ б ѽŴб ûȸȸ ŵȸ ŵȸ ȸÿ ѱ⵶ȸп ⵶̰߿ 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