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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표징

윤응진 (충북노회,한신대학교,목사) 2010-03-23 (화) 18:08 14년전 6795  
2009.12.25.
성탄의 표징
(누가 2:7-14)


7    마리아가 첫 아들을 낳아서,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 두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8    그 지역에서 목자들이 밤에 들에서 지내며 그들의 양 떼를 지키고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한 천사가 그들에게 나타나고, 주님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니,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10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
11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12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
13    갑자기 그 천사와 더불어 많은 하늘 군대가 나타나서, 하나님을 찬양하여 말하였다.
14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1. 구유에 누인 아기!
오늘 우리가 경청한 누가복음 2장 7절의 말씀은 성탄의 현실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첫 아들을 낳아서,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혀 두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관에 들어갈 방이 없어서 아기가 마굿간에서 태어나다니! 그리고 그 아기가 말 구유에 눕혀져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께서 잘 알고 있듯이, 요셉은 로마 황제의 칙령에 따라서 고향인 베들레헴에 호적하러 내려왔습니다. 그는 고향을 찾아왔지만, 아무도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온 마리아에게 방을 양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미 오랫동안 로마제국의 억압과 착취에 시달려 왔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삶의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배려할 마음의 여유조차 지닐 수도 없었는지 모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굴에 마굿간을 만들었습니다. 마리아도 어느 동굴에 있는 마굿간에서 몸을 풀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철저히 짓밟혀진 비참한 현실- 바로 이것이 성탄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밤을 새우며 양 떼를 지키고 있던 목자들이 하늘의 천사로부터 놀라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11-12)
이 뜻밖의 소식이 얼마나 놀랍고 기쁜 소식이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로마 황제와 아기 예수
첫 번 성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하여 누가복음 기자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칙령을 내려 온 세계가 호적을 하게 되었다(눅 2:1)고 전합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한 이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우구스투스(재위 BC 27~ AD 14)의 이름은 ‘옥타비아누스’입니다. 그는 BC 34년에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제2회 ‘3두 정치’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BC 31년에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을 격파하고, 이듬해에 이집트를 정복함으로써 지중해 연안을 평정하였습니다. 이로써 그는 세계에 평화와 질서를 가져온 최초의 ‘구원자’로 추앙되었습니다. 그는 BC 27년에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이 칭호는 ‘존엄한 자’라는 뜻으로 신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는 제정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정치인으로서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는 “벽돌로 이루어진 로마를 계승하여,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로마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리석으로 빛나는 로마를 이루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식민지 백성들이 착취를 받았겠습니까!
로마제국의 지배자들은 정복을 통해 먹고 살았습니다. 그들은 성전과 궁전을 약탈해 전리품을 취하고, 마을을 습격하여 사람들을 노예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조세를 갈취하였습니다. 식민지 이스라엘의 소작농들은 아우구스투스 직전 황제인 율리우스 황제 때부터 안식년을 제외하고 매년 생산물의 대략12.5%를 세금으로 바쳤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대제사장이 주도하는 자치 정권에 십일조를 바쳐야 했습니다. 생산물의 거의 1/4을 지배자들에게 바쳐야 하는 유대 민중들의 처지가 어떠했겠습니까?
예수께서 태어난 시기가 BC 4년이라면, 이미 로마 제국이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삼은 지 거의 60년이 되었고,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아우구스투스’가 지배한지도 24년에 접어들었던 때였습니다. 이때에 황제는 인구조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식민지를 더욱 철저히 지배하고 착취하기 위한 조처였습니다. 이로써 황제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인 지배체제가 완벽하게 형성될 것이며, 호적을 근거로 인두세가 빠짐없이 거둬질 것입니다.
이처럼 로마제국의 억압과 착취체계가 조직화되던 시기에, 식민지 유대 땅에 한 아기가 태어난 것입니다. 천사가 목자들에게 놀라운 소식을 선포합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서 너희에게 구주가 나셨으니,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11)
이 메시지에는 로마 제국의 지배체제와 지배이념들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구주’로 번역된 희랍어 soter는 정치적인 ‘구원자’를 의미합니다. 이미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구원자’로 불리고 있던 그 때에, 천사는 또 다른 ‘구원자’의 탄생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황제를 대신할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천사의 성탄메시지입니다! 실제로, 예수님만을 진정한 구원자로 고백한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로마황제에 대한 숭배를 거부하였으므로 박해를 받고 처형당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은 황제숭배를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늘의 군대가 부른 노래에는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14)
1) 로마황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배자가 신격화된 세상은 억압과 착취의 체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그 근본모순이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로마 제국의 평화는 지배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평화는 민중들과 노예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의해서만 유지가능 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지배자들에 의해 고난 받고 있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평화세상을 수립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통하여 로마제국에 대한 심판과 고난 받는 민중들에 대한 해방이 시작되었음을 축하하는 천사들의 찬양입니다.

3. 성탄의 표징
아우구스투스는 황제가 된 후 자신이 태어난 8월에(원래는 여섯째 달) 자신의 호칭을 붙여 아우구스투스(Augustuxs-> August)로 고쳤습니다. 로마인들은 짝수를 불길한 숫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본래 홀수 달은 31일, 짝수 달은 30일로 만들었던 규칙을 깨고, 8월의 길이를 31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이어지는 달의 크기들이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탄생이 거룩한 탄생으로 오래 기억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우구스투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41년간 로마제국을 통치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신적인 존재로 숭배되었으나, 그는 잊혀진 존재입니다. 그가 세운 대리석 건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억압과 착취를 받으면서 청년으로 성장했던 예수님은 아직도 인류의 생각과 삶을 지배하고 있는 진정한 왕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달력에 남아있지 않으나, 오늘 전세계의 인류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을 위하여 작은 건물 하나 세우지 않았으나, 그분을 구세주로 증언하는 교회들이 세계 도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렇게 천사의 예언은 실제로 완벽하게 성취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전세계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아기 예수의 탄생을 ‘거룩한 탄생’으로 기억하며 축하합니다. 그리고 예수님만이 인류의 ‘구원자’임을 재확인 합니다!
로마제국에 맞서서 하나님의 혁명을 이룰 새로운 왕의 거룩한 탄생! -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위험하고 놀라운 소식이며, 기쁜 소식입니다.
그런데 그 혁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아기예수는 구유에 뉘어 있습니다! 이것은 목가적인 현실이 아니라 비참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천사는 바로 이것이 ‘성탄의 표징’이라고 확언합니다.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받고 있는 식민지 백성의 처절한 비인간적인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 바로 그 현장에서, 하나님께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시는 표징을 보라고 합니다. 그 역설적인 표징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참된 신앙인입니다.
아기 예수가 없어도 행복한 사람은 그 성탄의 표징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가 없이는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을 수 없던 목자들은 그 표징을 보았고, 그 표징으로 인하여 성탄의 기쁨과 감격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성탄의 증언자들이 되었습니다.
교우여러분! 성탄의 표징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산타클로스도, 성탄트리도 아닙니다! ‘구유에 뉘인 아기’만이 성탄의 표징입니다! 하나님의 천사는 오늘 우리에게도 그 표징을 보라고 요구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이 표징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의 세상에 아기 예수가 새로운 왕으로 오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성탄의 표징를 보고 기쁨과 희망을 간직한 목자들처럼, 여러분 모두 진정으로 성탄의 기쁨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일하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귀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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