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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박사의 글 “함석헌의 '뜻으로 본 세계역사'”를 읽고

박재순 (서울북노회,,목사) 2010-03-23 (화) 18:48 14년전 6545  
김박사는 함석헌의 저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세계역사”를 읽고 중요한 내용과 의미를 밝혀주었다. 함석헌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박사의 '함석헌 이해'에 대해 나로서 특별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 없다. 그러나 논평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함석헌의 사상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토론의 실마리를 삼고자 한다.

첫째, 김박사는 함석헌이 1930년대 후반에 “성서조선”에 연재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세계역사'의 제목을 '뜻으로 본 세계역사'로 바꾸었다. 왜 바꾸었는가? 함석헌이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바꾼 것은 기독교라는 종교의 울타리와 관점을 넘어서서 보편적 관점에서 한국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함석헌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세계역사'를 다시 펴내는 글에서 “내 생각이 그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나의 생각의 근본 졸가리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함석헌전집9. 한길사, 3-4쪽) 김박사는 역사에 대한 함석헌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무엇이고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둘째, 김박사는 서두에서 오늘의 대다수 철학자들은 역사의 의미를 묻지 않으며, 과학자들에게 우주는 죽어 있는 물질의 총체라면서 역사의 뜻을 물은 함석헌은 “우리 시대의 소중한 이단아”였다고 한다.
김박사의 이런 평가는 너무 일방적인 것이 아닌가? 오늘날 서구에서도 프리초프 카프라와 같은 신과학자들은 우주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고 있으며, 생태학적 위기 시대에 지구와 우주, 역사와 사회를 유기체적 전일적(全一的)으로 보는 관점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고, 앞으로 이런 관점이 대세와 주류를 이루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와 우주를 전일적, 유기체적 관점에서 본 함석헌은 이단아가 아니라 새 시대, 새 사상의 흐름을 앞지른 사상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박사는 “역사의 의미를 묻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역사의 의미를 묻지 않는 역사가를 어찌 역사가라고 할 수 있으며, 삶과 우주의 의미를 묻지 않는 철학자를 어찌 철학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늘의 민중과 시민, 씨알은 삶과 역사의 의미를 절실히 찾고 있으며, 철학자와 역사 연구자가 삶과 역사의 의미를 말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늘의 역사학자들이 역사의 의미를 묻지 않고,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만 하고, 철학자들이 삶에서 우러난 철학을 모색하지 않고, 과거의 철학자들의 글에 대한 주석만을 일삼고 있다면, 역사가와 철학자의 본무를 저버린 것이고 씨알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생활철학을 추구하는 김박사가 철학과 역사학의 잘못된 관행을 너무 의식하고 그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닌가?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으로 역사연구는 역사에 대한 실증적 과학주의적 연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역사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 허락되고 권장되고 있지 않은가? 현대의 역사 연구자 라카프라(LaCapra)에 따르면 역사연구는 “역사가의 의미와 문서의 의미 사이의 대화”이다.( 리처드 에번스, 역사학을 위한 변론. 이영석 옮김, 소나무, 1999. 148쪽.) 또한 현대의 역사연구는 역사적 사실에 의해 단련된 “시와 상상력”의 사용을 허락할 뿐 아니라 요청하고 있다.(앞책. 324쪽) 시와 상상력, 상징과 영감을 자유롭게 역사연구에 끌어들인 함석헌의 역사서술방식은 오히려 오늘날 새롭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김박사는 함석헌의 “세계역사” 서술에서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함석헌이 세계역사를 연구할 때 자료와 정보는 매우 한정되었고 부족했다. 함석헌의 인용과 기술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학자들의 견해를 따른 것이지만 지구의 연령을 20억년으로 제시하고 있다.(함석헌전집9. 32쪽) 또한 가축을 기른 것을 인간과 짐승의 교우관계로 파악한 것은 인간중심적인 일방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김박사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넷째 함석헌의 세계역사 서술에서 중심원리는 종교에 있다. “세계역사” 말미에도 종교에 대한 자세한 서술이 나온다. 그런데 김박사는 종교에 대한 논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세계역사”에서 함석헌의 사관을 한 마디로 종교사관, 생명사관, 정신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을 결합하여, 정신과 생명, 하나님과 영혼을 중심축으로 세계역사를 풀어간다. 함석헌에게 정신, 생명, 영혼, 신(하나님)은 하나로 통한다. 함석헌은 물질에서 생명과 정신이 나왔다고 하지 않고, 정신에서 생명이 나오고, 생명에서 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함석헌의 사관은 한 마디로 주체사관인데, 생명, 정신, 영혼, 신은 모두 “나”로 표현된다.
함석헌에게 “나”는 정복자적인, 자기확장적인 자아가 아니라 아가페 사랑 속에서 자기를 포기하는 나, “죽어서만 사는 나”이다. 함석헌이 말하는 “나”는 매우 종교적인 개념이며 기독교의 신과 직결된다. 역사의 주체로서 “나, 정신”을 강조하는 함석헌의 정신사관은 물질과 정신을 분리시키는 서구의 관념론과는 구별된다. 함석헌에게서 “정신”, “나”는 물질, 몸의 주체이다. 함석헌에 따르면 생명은 “생과 사, 정신과 물질, 활동과 휴양”의 대립과 모순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이 모순에 의해 역사의 진행은 나선운동으로 이루어진다.(함석헌전집9.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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