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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춘화(춘란) - 들꽃이야기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0-04-01 (목) 11:48 14년전 5489  

보춘화(報春化)는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춘란(春蘭)이라고도 합니다. 난은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잎선이 그리는 넉넉한 자태와 맑고 청아한 향기를 갖추고 있어 선인들에게서 사군자 중의 하나로 분류되었습니다.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서 꼭 보고 싶지만, 야생의 상태에서 볼 수 없는 꽃이 있습니다. 발품을 덜 팔아서 그렇기도 하고, 아직은 보여줄 때가 아니라고 꼭꼭 숨어 있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이 말하듯 ‘임자가 따로 있는’ 꽃들도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도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하는 것이죠.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마음 아픈 것은 흔하디 흔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뽑혀서 우리에게서 멀어진 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보춘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저희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춘화가 지천으로 깔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곳을 서너 번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가만히 두면 지천으로 피어 있을 꽃들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보춘화의 꽃말은 ‘소박한 마음’입니다. 

보춘화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귀티가 나고 준수한데다가 국숫발 같이 실한 뿌리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그 생명력이 끈질길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외향으로는 귀공자 같으면서도 그 내면에는 소박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서민들 같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춘화는 관상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약으로 쓰기도 합니다. 꽃을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고 뿌리나 잎을 쓰기도 하는데 몸의 기운을 다스리고 피를 잘 돌게 하며 눈을 밝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군자는 매와·난초·국화·대나무의 총칭이며, 이 네 가지가 기품 있고 고결한 군자와 같다 해서 붙여진 호칭입니다. 매·난·국·죽의 순서는 춘하추동의 순서에 맞추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사군자를 계절감 있게 풀이하자면,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고고한 품격과 향을 품은 매화,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다가 꽃을 피워 깊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아름다운 난초, 서리 속에 피어 더없이 아름다운 향을 뽐내며 정취를 더해 주는 지조 높은 국화, 추운 겨울에도 그 푸름과 꼿꼿함을 잊지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입니다.  

난에 관한 문학작품 하면 고교시절 외우고 또 외웠던 가람 이병기의 <난초>라는 시조가 떠오릅니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오일장에 갔더니 꽃집마다 보춘화가 지천이었습니다. 꽃대까지 올라온 보춘화 서너 촉이 불과 이천 원이라 야생의 상태와 비슷한 곳에 두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두었는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연약한 꽃대가 다 부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거실로 들여왔는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이파리며 꽃이며 전부 축 늘어졌습니다. 보춘화를 위한다는 것이 오히려 그를 해하는 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밖에 내어 놓으니 사흘이 못되어 다시 꼿꼿하게 이파리를 세웁니다. 참 고맙습니다.

그런데 난 한 촉에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 있고 이것도 모자라 한 촉에 일억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대략 작은 난 화분에는 서너 촉이 한 작품을 이루니 화분 하나에 몇억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편향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식의 꽃 사랑은 소유하고 독점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의 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춘화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소박합니다.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봄을 알려 줍니다. 풍족함으로 자신의 생을 이어 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에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삶을 강인하게 엮어 갑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 그 사람들이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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