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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새겨진 신의 얼굴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0-04-09 (금) 11:46 13년전 3508  


신의 창조물 가운데 최고의 작품은 꽃이라고 합니다.
신은 최고의 작품에 자기의 숨결뿐 아니라 자기의 얼굴도 새겨놓았습니다.
문인 김동리는 <꽃과 소녀와 달과>에서 ‘그렇다. 내가 꽃을 보고 그렇게 충격을 받은 것은 거기서 신의 얼굴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신의 얼굴, 그것은 상처하나 없이 예쁘게 피어난 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바람에 상하고, 찢기고, 벌레 먹은 꽃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상처받은 꽃을 보면서 십자가에서 일그러진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봅니다.

그러나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상한 꽃도 기어이 열매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하는 동백도 어느새 열매를 맺습니다. 이 신비로움은 기적이라는 말과 통합니다. 기적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기적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자체가 기적임을 봅니다.

일상, 그것은 생명 있는 것들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은총입니다. 그러니 일상에는 기적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혹은 갑작스레 생사의 이별에 놓인 사람에게 ‘단 하루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맞이한 오늘은 그 누군가의 간절하고도 애틋한 기도에도 맞이하지 못한 날입니다.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실종자 가족 한 분이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봤으면….’하면서 오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소원이 이뤄진다 한들 그 슬픔이 어찌 작아지겠습니까마는 그렇게 간절한 소원마저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저 ‘얼굴 한 번만 보고, 만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면서도 그렇게 애틋하게 마주하지 않습니다. 남과 비교해서 단점만 보고, 꼴도 보기 싫다고 합니다. 때로는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지난주 내내 병원에서 구순을 바라보시는 노년의 아버님 병간호를 하며 보냈습니다.
아버님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셨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계시고, 퇴원한 분도 있고, 치료할 수 없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도, 아무리 나이가 많고 혹은 치료할 수 없어 보이는 분도 ‘살고 싶다.’라는 강렬한 소망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죽음을 맞이하는 훈련이 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짧은 생이지만 정들었던 것,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는 것이 섭섭하고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환자나 가족이나 병원에 올 일만 없어도 행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 많았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도종환 시인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산문집이 있습니다.
시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신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라는 고백으로 들렸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시어(詩語)입니까?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 자리에 맘몬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고, 싸웁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공격을 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합니다. 공격할 빌미를 잡으려고 단점을 들춰내는데 혈안이 되어 살아갑니다.
그러니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데,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시간인데 감사가 없고, 행복이 없습니다. 하나님 없는, 우상 숭배하는 이들은 그리하여 ‘지금 여기서’ 지옥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꽃은 신의 얼굴이라 했습니다.
삭막한 세상, 콘크리트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에서도 여전히 꽃은 피어납니다. 여전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의 얼굴을 보이시는 증거입니다. 잘 보이지 않지만, 도시에서도 풀꽃이 낮은 곳에서 아우성치며 피어납니다. 그것이 일상입니다.

그러나 그 일상도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하나님, 기적을 볼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사는 기쁨이 충만할 것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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