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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뜻대로 안 되어 다행이다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0-04-23 (금) 10:09 14년전 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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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뜻대로 안 되어 다행이다

 

이번 봄에는 꽃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꽃샘추위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일조량이 적고 이상저온현상으로 채소류도 70% 이상이나 생산량이 감소해서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습니다. 재래시장에 나가보니 좌판을 깔고 채소를 팔던 아주머니들이 좌판을 깔지도 못했습니다. 채소값이 너무 올라 물건을 떼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진과 해일, 화산폭발, 황사 등 지구가 몸살을 앓던 지구의 병이 깊어진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났습니다. 자연이 보내온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이젠, 나도 더는 참을 수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자연이 보내온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 행복 때문에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는다고 할지라도 그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멸종위기종 식물들이 짓밟히고 있고,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진행 중인 남한강 이포보~여주보 사이에서 지난 4월 22일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물고기와 식물들만 고난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주변에서 유기농을 하시던 분들도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삶의 터전을 빼앗아 자전거도로와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 속에서 유기농을 하시던 분들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려버리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중순에 강원도 갑천에 있는 물골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이맘때 보랏빛으로 피어나는 처녀치마를 만나려고 종종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처녀치마를 만나기는 했지만, 이파리를 산짐승들이 모두 따먹었습니다. 먹을 것이 얼마나 귀했으면 산짐승들이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던 처녀치마 이파리까지 뜯어먹은 것입니다. 그런 일은 저희 옥상 텃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옥상텃밭을 갈고 상추씨를 뿌려놓았더니만 사흘도 안 되어 싹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잘 나오던 싹을 누군가 모조리 잘라먹었습니다. 벌레가 뜯어 먹은 것도 아닌데 누굴까 지켜보니, 의심을 했던 비둘기가 아니라 참새였습니다. 요즘은 텃새인 참새도 마음껏 볼 수 없는 터라 지난겨울 옥상으로 날아오는 참새들을 위해 먹이를 뿌려주었더랍니다. 채소가 올라왔을 때 참새가 벌레를 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상저온으로 봄이 주춤거리다 보니 곤충들도 늦게 나오고, 참새들은 먹을 것이 궁했던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나 보다. 상추 이파리까지 뜯어먹는 것을 보니.”

아버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참새도 먹을 것이 없으면 풀도 뜯어 먹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개가 풀 뜯어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풀에 맺힌 이슬을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양이가 배탈 난 것을 다스리려고 괭이밥 이파리를 뜯어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참새가 풀 뜯어 먹는 현장은 처음으로 본 것입니다.

이렇게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은 하늘의 구름 하나 제대로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물론,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약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아픔을 감당해야 한다는 아픔은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사람의 뜻대로 모든 일들이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더 공허해지는 인간 무한욕망의 수단으로 자연은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 앞에서 무용지물임을 깨달을 때에, 자연이 인간의 무한 욕망을 영원히 채워주는 곳이 아니라 한계에 다다라 몸부림을 칠 때 그나마 자연 앞에서 겸손해 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뜻대로 안 되어 다행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MBC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별히 여러 부족 중에서도 문명과는 가장 거리를 두고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조에족의 풍습이나 그들의 생활상을 보고 많은 분이 감동했습니다. 저는 그들의 생활상 중에서 ‘오늘 먹을 만큼만 사냥한다.’라는 이야기에 감동하였습니다. 인디언들의 생활상도 그랬습니다. 축적해 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자연에서 얻는 것입니다. 문명의 눈으로 보며 미개한 것 같지만, 자연의 눈으로 보면 그들이야말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법을 체득한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자연에서 튀어나와 자연을 갉아먹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오히려 미개한 삶이지요.

저는 아마존 조에족과 인디언의 생활방식을 떠올리면서 마태복음 6장 26절의 말씀,‘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라는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알든 알지 못하든,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하나님 말씀에 가장 가깝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땅을 정복’하는 일을 하는 이들보다 훨씬 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디언들은 이미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지 오래고, 이제 마지막 남은 아마존의 부족들도 하나 둘 문명의 이기가 들어가면서 그들의 자연친화적인 문화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의 뜻보다는 자연의 뜻이 더 많이 작용하는 곳, 그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것입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토목공사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천 수 만 년 유유히 흐르던 곡선의 강물을 직선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바짓가랑이만 걷으면 뛰어들어가 놀 수 있었던 모래톱이 깔린 강에 유람선을 띄울 생각을 하고 있다니 마음 아픈 일입니다. 이런 사람의 생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상기후니 지각변동이니 지구온난화니 사람의 뜻대로 자연이 움직여주질 않습니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아 참 다행입니다. 자연의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는 이때, 자연의 메시지를 듣는 귀를 가진 사람,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 계절에 자연은 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냅니다.

‘내 몸을 더 파헤치지 말고 그냥 두게 하여라. 나도 아프다. 아픔을 참는 것 이력이 났지만, 이젠 더 참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돌이켜 가만두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시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끝없는 욕망을 채우려고 그 길을 달려간다면 막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 길은 생명의 길이 아니라 사망의 길이 될 것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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