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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내리는 날, 가버린 그대들에게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0-04-28 (수) 22:31 13년전 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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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올해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이상저온현상으로 피어나는 봄 꽃들이 제 빛을 잃었고,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못다 피운 젊은 꽃들을 잃었습니다. 4월말인데도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눈이 내린다 하고, 여름 소낙비 같은 장대비와 우박이 내려 텃밭에 모종을 낸 가지의 싱싱하던 이파리도 오늘 아침에는 축 늘어져버렸습니다.

 

봄비가 내린 다음 날, 개나리 피어있는 담장에 새워둔 차에 노란 개나리가 수북하게 떨어져있습니다. 노란 꽃차가 되었습니다. 벚꽃나무 아래 세워둔 트럭 적재함에는 하얀 벚꽃이 눈처럼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낙화한 꽃들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순간을 보는 듯 하여 마음 한구석이 싸합니다. 낙화한 개나리처럼 떠난 그대들, 한 달이 넘었건만 사고의 원인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들의 죽음을 두고도 여전히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있고, 그 죽음을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짐승만도 못한 이들이 활개치는 세상입니다.

 

봄이면 노랗게 피어나는 개나리, 마음의 눈이 열리지 않아 오는 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개나리가 피면 봄이 왔구나!’느끼기 마련입니다. 어릴 적에는 봄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진달래며 개나리 가지를 꺾어 화병에 꽂아놓았습니다. 그러면 물만 먹고도 그 잘린 가지에서 화사한 꽃을 피우던 진달래와 개나리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개나리는 꺾꽂이도 가능해서 그렇게 잔뜩 물을 먹고 피어난 가지를 땅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생명의 신비감을 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피어난 개나리가 이젠 푸른 이파리를 내면서 하나 둘 노란 추억들을 봄바람에 봄비에 떨구는 봄날입니다.

 

제주도에 살 적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인 봄에 개나리가 피어나기 때문에 한동안은 개나리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유채꽃의 노란 물결에 개나리의 빛이 발하는 것이지요. 어느 봄날, 제주시로 가는 중 함덕에 있는 학교담장을 따라 노란 개나리가 무성하게 피어난 것이 눈이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밝게 피어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고맙다. 꽃들아!’했습니다. 고마운 이유는 유채꽃의 노란 물결에 밀려 봐주는 이 없는데도 그렇게 밝게 피어나서 고맙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누가 봐주든 말든,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입니다.

때론 상하고 찢기기도 하지만 보란 듯 상하고 찢긴 꽃에서도 열매가 열리고, 수정을 마치지 못하고 떨어진 꽃들이 있어 남아있는 꽃들이 실한 열매를 거두게 되는 그 평범하고도 비범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떨어진 꽃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배웠습니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혹은 나의 사랑은 당신의 사랑보다 깊습니다.’입니다.

노란색을 희망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희망이라는 것의 속성은 절망보다 깊은 것이겠지요. 그리하여 또 다른 꽃말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 깊은 사랑을 하기 위해 개나리는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웠을 것입니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개나리의 줄기를 잘라보면 속이 비어있습니다. 그 비어 있음으로 인해 꼿꼿하지 않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자라납니다. 어떤 분들은 이 부드러운 개나리조차도 철사로 동여매서 분재를 하고, 모양을 만들지만 그것이 개나리의 참모습을 아닐 것입니다.

 

개나리의 학명은 ‘Korean golden bell’, 조롱조롱 달린 가지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이 귀여운 꽃입니다.  ‘Korea’가 들어간 식물이 학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식물분류가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탓에 일본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가 한반도 식물 4000여종을 분류하면서 우리 식물 대부분에 일본식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나리만큼은 한국 토종 식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친일청산을 이야기할 때, 식물의 학명 같은 것들도 이야기 되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만 아직 식물학계에서 그런 시도는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예만 들면 한국 특산 식물인 금강초롱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입니다. 우리 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 금강초롱에 일본인 이름이 둘이나 들어 있는 것입니다. Hanabusaya는 초대 주한일본공사를 지냈으며 한일합병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그가 일본 식물학자 Nakai를 초청하여 한국의 식물을 조사하게 했지요. 그에 대한 답례로 금강산에서 채집한 금강초롱의 학명에 하나부사야의 이름을 넣어준 것입니다.

 

이름이 가지는 중요성은 성서에 잘 나타나있을 뿐 아니라, 이름을 제대로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름을 찾아준다는 것은 정체성을 찾아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고에 대해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아픈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위해 필수적인 일일 것입니다. 그것 역시도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겠지요.

 

낙화한 개나리처럼 떠난 젊은이들, 그들의 장례식도 치렀지만, 아직도 사고의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정확하게 사고의 전모를 밝혀줘야 할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정보를 가지고 공개를 하지 않아 전국민들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만들고, 이런저런 의혹설을 조장해서 특정 집단에 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장병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척하며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늘도 슬퍼 이렇게 봄날, 여름 소낙비 같이 슬픈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더 피었다가 떨어져도 될 개나리들을 서둘러 떨어뜨리며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노란 개나리가 간밤에 내린 봄비와 세찬 바람에 꽃비가 되어 떨어졌습니다.

그 고운 빛도 이젠 이내 말라버리고, 흙의 빛깔이 되어 대지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다 꽃피우지 못하고 이 땅을 먼저 떠난 젊은 장병들 가는 길에 꽃비가 내립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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