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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에 대한 오해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2:43 13년전 3769  

                                                            박쥐에 대한 오해



최근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세간의 화제입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神父)의 치명적인 욕망과 사제로서의 신앙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는 이 영화에 대해서 관객들의 평은 양극단으로 나뉜듯합니다. 제62회 깐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Thirst, 갈증입니다. 뱀파이어로 변한 신부의 피에 대한 갈증, 억눌러 왔던 성(性)에 대한 갈증, "나는 앞으로 모든 욕망을 갈구하기로 했다"는 극중 신부의 말은 이 영화가 욕망에 대한 영화임을 말해줍니다. 그런데도 제목을 굳이 <박쥐>라고 한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이 뱀파이어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오래전부터 박쥐는 흡혈귀를 상징하는 동물로 영화 속에서 그려져 왔습니다. 영화 속 흡혈귀들이 밤이면 깨어나 검은 망토로 몸을 두른 채 피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캄캄한 동굴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밤이면 어김없이 검은 날개를 펴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박쥐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흡혈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박쥐는 알고 보면 사실 그렇게 흉측하기만 한 동물이 아닙니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책에 의하면 지구상의 대부분의 박쥐들은 과일이나 곤충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다만 흡혈박쥐들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데 그들이 피를 먹는 방법도 영화 속 흡혈귀들이 희생자의 목을 물어뜯어 피를 빨아먹는 그런 흉측한 모습이 아니라 잠자고 있는 동물의 목 부위를 가만히 발톱으로 긁어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핥아먹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흡혈박쥐는 신진대사가 굉장히 활발해서 하루 이틀 피를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금방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밤이면 밤마다 피를 빨 수 있는 큰 동물들이 늘 곁에 있는 것도 아닌지라 많은 흡혈박쥐들이 밤새 돌아다녀도 피 한 방울도 목을 축이지 못한 채 허기진 배를 안고 동굴로 돌아올 때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흡혈박쥐세계에서는 저들 나름의 생존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그 방법이란 다름이 아니라 서로 피를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피를 배불리 먹고 돌아온 박쥐가 피를 먹지 못하고 돌아온 박쥐에게 피를 나누어 줍니다. 피를 배불리 먹고 온 박쥐가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피를 게워내면 피를 먹지 못하고 돌아온 박쥐가 그 피를 받아먹습니다. 대체로 가까운 가족이나 친족끼리 우선해서 피를 나누지만  꼭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더라도 흡혈박쥐들은 이렇게 서로 피를 나누어줌으로써 서로의
생명을 보존해가고 있답니다. 자연계에서 사람을 제외하면 헌혈로 사랑을 나누는 유일한 동물이 흡혈박쥐라니 우리가 흉측하게 여기는 박쥐에게 이런 박애적인 사랑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피를 나누어 주는 사랑만큼 진실하고 위대한 사랑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피를 나누는 사랑, 그것은 생명을 나누는 사랑입니다. 캄캄한 동굴 속에 거꾸로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도 이렇듯 피를 나누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데 광명한 하늘아래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은 과연 무슨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저녁식사 자리에서 포도주를 나누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막14:24)" 피를 나누어주신 예수님의 사랑, 그 힘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2009.5.9)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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