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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먹는 밥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2:52 13년전 6958  


                                                  장례식장에서 먹는 밥



목사의 자리는 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지, 혹은 친구나 직장동료, 이웃들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됩니다. 그런데 목사는 그에 더해 교인들의 죽음과 그들의 가족, 친지의 죽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인이 아님에도 인정상 모른 척 할 수 없어 이래저래 많은 죽음을 접하게 됩니다. 그동안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백세 가까운 노인으로부터 백혈병으로 요절하는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죽음은 우리의 삶과 너무도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죽음은 우리네 삶의 일부분입니다. 하루해가 뜨고 지듯이 한쪽에서는 사람이 나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사람이 죽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나고 죽습니다. 단지 우리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이기에 그다지 상관치 않고 살아갈 뿐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처럼 죽음은 우리에게 일상입니다.

병원 안치실에서 시신을 닦고 염을 한 뒤 수의를 입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에게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죽음은 일입니다. 그들에게 타인의 죽음은 오히려 자기 삶의 한 방편입니다. 그들은 죽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죽음과 함께 하루 일과를 끝냅니다. 목사로서 장례를 치르면서 죽음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뼈저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을 때입니다. 특히 화장장에서 밥을 먹을 때 그렇습니다. 대개 장례식장에서 발인 후 화장장을 향해 오전 일찍 떠나더라도 화장장에서 순서에 따라 시신을 다 화장하고 그 유골을 수습하기까지는 대개 네댓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점심시간이 되고 상주 측에선 화장장까지 따라온 조문객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마련입니다. 준비한 도시락이나 음식을 대접하기 마련인데 그 때 밥을 먹을 때의  기분이 참 묘합니다. 방금 전까지 통곡하며 몸부림치던 유족들, 그 모습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치던 조문객들, 그들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밥을 먹습니다. 몇 발자국 떨어진 화장막 안에선 고인의 시신이 불꽃 속에서 한 줌의 재로 타 들어가고 있는데 그 옆에선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사람들이 밥을 먹습니다. “목사님, 많이 드세요” “국 좀 더 드릴까요?” "떡이 맛있는데 좀 드셔보세요" "여기 도시락 하나 더 줘요, 고기도 좀 더 주고"

저는 이 순간만큼 삶과 죽음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을 따로 보지 못했습니다. 이 순간만큼 삶과 죽음의 명암이 교차되는 때가 또 있을까요? 죽음은 분명 견디기 힘든 슬픔이요 말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것은 배고픔처럼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산 자는 배가 고픕니다. 바로 옆에서 죽은 자가 한 줌 재로 타 들어가고 있어도 산 자는 그 곁에서 배가 고픕니다. 이것이 산 자의 진실이요 산 자의 눈물겨움이요 산 자의 축복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저는 삶과 죽음의 엄연한 이 진실을 목격합니다. 죽은 자는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 자는 배가 고픕니다. 죽은 자는 더 이상 가야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산 자는 돌아서서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죽은 자는 더 이상 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산 자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갈림길을 봅니다. 죽음 앞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고픔을 느끼며 산 자인 내가 가야할 길, 산 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마8:22)는 예수님의 말씀은 죽은 자는 죽은 자의 길로 가게하고 산 자는 산 자의 길로 가라는 뜻이 아닐까요?

노무현 전직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성별, 학력, 지역의 차별없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세상,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하는 세상을 향해 걸었던 그의 길은 이제 산 자인 우리가 가야할 길이 되었습니다.
고인을 애도하며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2009.5.30)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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