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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속의 대화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2:53 13년전 4155  


                                                           자궁 속의 대화



헨리 나우엔의 <죽음, 가장 큰 선물>에 나오는 이야기 한토막입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자라는 이란성 쌍둥이가 이런 얘기를 속삭였습니다. 여동생이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난 말이지, 태어난 후에도 삶이 있다고 믿어.” 오빠는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 여기가 전부라니까. 우리는 우리를 먹여주고 살려주는 탯줄만 잘 붙들고 있으면 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동생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 캄캄한 곳보다 분명 더 좋은 곳이 있을 거야. 마음껏 움직일 수 있고, 환한 빛이 비치는 그런 곳 말이야. 그리고 난 엄마도 있다고 생각해.” 쌍둥이 오빠가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난 엄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내가 말했잖아. 여기가 전부야. 딴 생각 말고 여기에 만족하라고.” 여동생도 지지 않고 대꾸했습니다.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분명히 캄캄한 이곳보다 아름다운 곳, 엄마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야.” 동생의 바보 같은 말에 질려버린 오빠는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습니다.

과연 누가 바보일까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삶이 과연 전부일까요? 죽음 저 편의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고 부질없는 일일까요? 우리가 단지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 저편의 세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 만물에 생명을 부여한 신(神)의 존재 따위는 애당초 없는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까요?

정약종이 지은 <주교요지>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장인(匠人)을 보지 못하여도 집을 보면 집 지은 장인이 있는 줄을 알 것이요, 천주(天主)를 보지 못하여도 천지(天地)를 보면 천지를 지으신 임자(主)가 계신 줄 알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집을 보고 "저 집은 기둥과 들보와 토벽과 문창이 저절로 합하여 되었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을 두고 모두가 지각(知覺)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집을 지은 장인(匠人)이 있기에 집이 있는 것입니다. 작은 집 하나도 저절로 되지 못하고 반드시 그 집을 지은 장인(匠人)이 있기에 집이 있거늘, 하물며 천지만물이 어찌
저절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주(宇宙)라는 말은 다름 아닌 "집"이라는 말입니다. 우주는 한자어 집 우(宇), 집 주(宙)로 이루어진 뜻글자입니다. 우주는 천지만물이 깃들어 있는 하나의 커다란 "집" 입니다. 우리가 비록 우주라는 집을 지은 신(神)을 보지 못하였어도 우주라는 집을 보면 집을 지은 창조의 장인(匠人), 즉 참 신(神)이신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神性)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로마서1:20>

자궁 속의 태아에게 이 세상이 보이지 않아도 이 세상은 엄연히 존재하고, 태아가 엄마를 본 적이 없어도 엄마가 존재하는 것처럼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죽음 너머의 영원한 세상은 엄연히 존재하고, 하나님을 본 적이 없어도 하나님은 존재하십니다. 자궁 속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그 속에서의 10개월의 삶이 생(生)의 전부인 줄 알고 사는 태아의 생각이 어리석은 것처럼 이 세상의 삶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인생은 분명 어리석은 인생입니다. 하나님은 계십니다. 정녕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는 그 분을 믿고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궁속의 아기가 태어나 그 엄마를 믿고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듯이.

(200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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