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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2:54 13년전 3576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다무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의 한 청년이 자신의 아내에게 한 말입니다. 이 청년은 달릿(Dalit)이라 불리는 이른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입니다. 불가촉천민은 인도의 신분계급제인 카스트제도 바깥의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목에 깡통을 달고 다녀야 합니다. 그들의 침이 땅을 더럽힌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엉덩이에 빗자루를 달고 다녀야 합니다. 그들의 발자국이 땅을 더럽히기 때문에 지나온 발자국을 지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딸랑이가 달린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다녀야 합니다. 다른 카스트의 사람들이 자신을 피해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힌두교도이면서도 힌두교사원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들의 그림자만 닿아도 사원의 신성함이 더렵혀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을의 우물도 길어 마실 수 없습니다. 우물이 더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권리는 구걸할 수 있는 권리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던져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음식을 가져가며 우리 집 불행도 다 가져가거라. 버리는 것보다야 네 뱃속에 넣는 게 낫지. 우리 집 우환을 가져간다면!> 인도에는 이렇게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사는 달릿이 1억 7천만 명이나 됩니다.

다무는 마을의 온갖 더러운 일을 다해주고 상한 음식찌꺼기나 개처럼 받아먹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어린 아내를 데리고 대도시인 뭄바이를 향해 고향을 도망치듯 떠납니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천형(天刑)과도 같은 꼬리표를 달고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던 다무는 어느 날 달릿해방운동을 이끌고 있던 암베르카드의 연설을 듣고 인간의 존엄에 눈뜨게 됩니다. <여러분의 권리를 빵 부스러기 한 줌에 판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우리가 자조의 정신을 배우고 자존심을 되찾고 자각해야만 우리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다무는 특히 <자식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라면 짐승과 다를 게 없습니다>라는 암베드카르의 말이 가슴에 송곳처럼 와서 박혔습니다. 그 때부터 다무는 날품팔이, 철도회사 노동자 등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달릿해방운동에 적극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여섯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교육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대도시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하루 먹을 끼니를 얻기 위해 온종일 발이 타들어가도록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허탕을 치고 기진맥진해 집으로 돌아오는 다무를 보고 어린 아내는 밤새도록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무는 어린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다무는 세 가지 치열한 투쟁을 했습니다. 하루하루 먹을 양식을 얻기 위한 생존투쟁, 인간의 존엄을 되찾고자 하는 달릿해방투쟁, 그리고 자식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한 교육투쟁. 다무의 이 투쟁은 헛되지 않아서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불가촉천민제도는 최소한 법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카스트제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시행령이 공포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관직과 교육기관의 일정비율을 달릿에게 특별할당하고, 각 자치단체와 주 의회, 연방의회에 달릿을 대표하는 의석을 인구비례로 할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무의 자녀들은 모두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 막내 니렌드라 자다브는 미국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인도중앙은행 수석경제보좌관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후 지금은 푸네대학총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그를 차기 인도의 대통령감이라고 까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저주스런 삶을 운명처럼 물려주지 않고 보다 나은 삶을 선사하고자 했던 다무의 투쟁은 성공했습니다. 이토록 치열했던 다무의 삶은 막내아들 자다브가 쓴 <신도 버린 사람들: 원제 Untouchables>를 통해 세상에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굶주림과 차별, 저주의 장대비가 자신의 얼굴을 때리며 쏟아져 내려도 결코 무지갯빛 꿈을 잃지 않았던 다무!, 오늘 이런 저런 어려움 가운데 눈물짓고 한숨 쉬며 사는 우리에게 그는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2009.6.20)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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