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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Buen Camino)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02 13년전 12013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기독교의 3대 성지입니다. 산티아고는 이베리아반도의 서쪽땅 끝까지 와서 복음을 전했던 사도 야고보의 이름을 붙인 도시입니다. Santi(聖)+Iago(야곱). 산티아고 대성당에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있습니다. 지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산티아고로 순례의 길을 떠났습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고 부릅니다. 까미노란 ‘길'을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까미노'는 모두 아홉 개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길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까지 장장 800㎞에 이르는 ‘프랑스길(Camino Frances)'입니다. 이 길은 19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원래 성지를 찾는 순례의 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길(Camino)' 자체가 순례의 대상이 되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찾습니다.

순례자들은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자연의 광활함과 그 아름다움 앞에서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이 정화되는 경험을 합니다. 800km가까운 길을 걸으면서 몸과 마음의 불필요한 지방(脂肪)의 찌끼들이 다 녹아져 빠져버립니다. 먹고 걷고 자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길 위의 삶을 통해서 평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히 채워져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순례자들끼리 서로 인종도, 국적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결국은 모두가 한 곳을 향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대를 배우게 됩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결코 내가 가려서 선택할 수 없기에 다만 나와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도 배우게 됩니다. 한 이탈리아 여인이 ‘까미노 프란세스'의 피레네산맥 구간을 넘다가 눈 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나타나 둘은 함께 무사히 산을 넘게 되었습니다. 개가 길을 찾았습니다. 순례의 길에서 만난 둘은 그 후로 수백km를 함께 산티아고를 향한 순례의 길을 나란히 걷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순례자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신을 믿지는 않는데, 만약 신이 있다면 이렇게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관계’속에 있다고 생각해"(김희경의 나의 산티아고-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中에서) 순례자들은 길 위에서 그렇게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는 길의 ‘끝'인 산티아고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서' 완성되어 갑니다.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걸은 이유는 단지 산티아고대성당 지하에 안장되어 있는 사도 야고보의 유해를 참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티아고로 걸어가는 그 여정 자체가 곧 순례이기 때문입니다. 어딘가에 꼭 도착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안달하지 않고 그리로 가는 길 자체를 목표로 삼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순례가 아닐까요? 신앙이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삶을 향한 길이라고 한다면 신앙의 그 무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바심내기 보다는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서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누리는 것이 진정 축복된 신앙의 삶이 아닐까요?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순례자들은 서로의 순례길을 축복해주며 이렇게 인사한답니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말 그대로를 옮기면 "좋은 길!"이란 뜻인데 "멋진  순례의 길 되시길!", "평안한 순례의 길 되시길!"이라는 뜻입니다. 순례의 목표를 향한 분발을 재촉하는 말이 아니라 순례의 길 위에서 하나님과 자연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평안과 기쁨을 누리라는 축복의 말입니다. 우리의 삶도 ‘산티아고로 가는 길'처럼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부엔 까미노!(Buen Camino)

(200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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