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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하필이면 이익(利)부터 말하는가?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03 13년전 4246  


                                           하필이면 이익(利)부터 말하는가?



맹자와 위나라 양혜왕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때는 춘추전국시대로 중국천하를 누가 통일하느냐 패권을 다투던 시기입니다. 위나라를 찾은 맹자가 양혜왕을 알현하자 양혜왕이 물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천리를 멀게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또한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王曰 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그러자 맹자가 답하기를, "왕은 하필 이로움(利)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孟子對曰 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양혜왕이 맹자더러 자신의 나라에 어떤 이익을 가지고 왔느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하필이면 어째 이익부터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만이 있을 뿐이라고 답하였습니다. 맹자의 이 대답 속엔 정치를 비롯한 인간사 무슨 일에서든지 이익부터 먼저 탐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매사에 오직 어짊(仁)과 의로움(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맹자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하며, 사서인(선비)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를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王曰 何以利吾國 大夫曰 何以利吾家 士庶人 曰 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 而國危矣) "만일 의(義)를 뒤로 하고 이(利)를 먼저 하면, 빼앗지 아니하고서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오직 인의를 말씀하셔야 할 따름인데,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王 亦曰 仁義而已矣 何必曰利)

며칠 전 동대문 의류상가에 전도팀 모자를 사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전도용 모자를 사고 스낵코너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두 청춘남녀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우리사회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여자청년이 이렇게 불쑥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다들 돈에 미쳐있는 것 같아. 돈 되는 일이라면 별짓을 다하고 돈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는 정말 천민자본주의야, 너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청년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천민자본주의라! 동대문 의류상가 스낵코너에 앉아 20대 때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사회경제학 용어를 그렇게 젊은 청년의 입을 통해 다시 듣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에 기독교적 윤리가 뒷받침 될 때에는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지만 기독교적 윤리를 상실하면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천민자본주의는 정상적인 근면한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 보다는 자본의 변칙적인 운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타락한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말인데 정경유착을 통한 부정부패나 경제정의의 부재, 도덕성의 결여, 빈부격차 등을 당연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배금주의가 바로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젊은 청년의 눈에 비친 우리사회의 모습은 다들 돈에 미쳐있는 천민자본주의사회입니다.

"부패해도 무능한 것보다는 낫다" 경제만 성장시킨다면,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국가의 지도자는 도덕적으로 아무래도 상관없다. 꿩 잡는 게 매요, 잘 살면 그만이다. 이 생각이 바로 우리사회를 따뜻한 인간의 사회가 아니라 비정한 야수의 정글로 만드는 주범이요 국민이 주권자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위임한 권력에 의해서 도리어 천민(賤民) 취급받는 사회를 초래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때 교회와 신자들마저 돈의 매력과 위력 앞에 무릎을 꿇고 성공 자체를 신화처럼 숭배한다면 세상의 암울한 어둠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증언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야훼신앙의 가장 강력한 적은 바로 무조건 배부름을 약속하는 바알신앙이었습니다. 광야에서 예수께서 처음 당하신 시험도 돌을 떡으로 만들어 네 배부터 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마저 제 잇속(利)부터 챙기는데 발 빨라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온통 돈을 숭배하며 미친 듯이 돌아가는 이 시대에 교회와 신자마저 하필이면 이익(利)을 말해서야 되겠습니까? 성서는 사랑이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전13:5)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대신에 남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고전10:24) 세상이 이익(利)를 좇을 때일수록 교회와 신자는 의(義)를 좇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교회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너는 마땅히 공의만 좇으라 그리하면 네가 살겠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을 얻으리라, 신16:19>

(2009.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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