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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10 13년전 4259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아메리카 원주민 라코타(Lakota)인들의 지혜를 담은 책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원제 The Lakota Way>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라코타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중에서도 미주리 강 서쪽의 대평원에서 살았던 대부족입니다.  책의 저자 조지 마샬 3세는 라코타 수우(Sioux)족 출신으로 사우스다코타 중남부의 로즈버드 인디안 보호구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제일 처음 배운 언어는 라코타어였고 외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며 라코타인들의 삶과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라코타의 지혜와 정신을 배웠습니다. 저자가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일입니다. 하루는 두 백인 아이가 인디언을 모욕하는 온갖 나쁜 별명들을 열거하며 인디언꼬마인 저자를 모욕하였습니다. 그 날 밤, 자신이 받은 모욕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어린 죠지는 할아버지에게 낮에 일어난 사건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말이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되도록 허용할 때만 그래. 걔네들은 너를 공격하기 위해 고약한 별명들을 총동원했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그런 별명들이 뜻하는 것으로 변했니?” “그런 말들이 날아올 때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데 너는 걔네들이 한 말들을 잊을 수가 없는 모양이구나. 만일 네가 그 바람이 너를 그냥 스치고 지나가게 하는 법을 익히기만 한다면 너를 쓰러뜨릴 수도 있는 그 말들의 힘을 없애버릴 수 있어. 바람 같은 그 말들이 너를 화나게 하고 자존심을 건드리게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나가게 하면 그것들은 네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거야”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 지혜로운 조언은 그 후로 저자가 살면서 만나야 했던 수많은 인생의 폭풍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해에서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2003년 9월, 사라호 태풍 이래 가장 큰 태풍이었다는 슈퍼태풍 ‘매미’로 교회 교육관이 전파되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 매미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최대순간풍속 60.0m/s, 최대풍속 51.1m/s가 관측, 기존의 최대순간풍속, 최대풍속의 역대 1위 기록을 단번에 경신했습니다. ‘매미’는 육지에 상륙한 뒤에도 태풍이 지나는 경로에 위치해 있던 경상도 남해안 지역 대부분의 관측 지점에서 기존의 최대풍속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강한 바람과 함께 하루 이틀 사이에 300∼400m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교회와 마을의 아름드리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전신주가 쓰러지고 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물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시골집을 나지막하게 둘러싼 돌담들은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벽돌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세운 집과 담벼락들은 무너져도 돌들을 생긴 모양 그대로 얼기설기 쌓아서 만든 돌담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돌 틈으로 바람이 지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인생의 바람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요? 작은 미풍(微風)앞에서도 속절없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삶이 주저앉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요?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왜 우리는 그토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고 도무지 분노를 감추거나 참지 못하고 울화통을 터뜨리게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에게 바람이 지나갈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 결벽증, 그리고 타인의 한줌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꽉 닫힌 마음이야말로 작은 바람 앞에서도 마냥 괴로워하며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落心) 이유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바람이 지나갈 틈이 없으므로 겉으론 강해보여도 바람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멘트 담벼락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허술해보여도 거센 바람을 그냥 지나가게 하므로 여전히 굳건하게 서있는 돌담 같은 삶이야말로 정녕 바람을 이기는 삶이 아닐까요?

라코타인들은 숲속에서 생활할 때는 돔형의 집을 짓고 그 위에 나무껍질이나 억새 등을 덮었고, 평원에서 생활할 때는 원뿔모양의 얼개에 짐승가죽을 덮은 집을 지었습니다. 문(門)은 가을과 겨울에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잘 지나가도록 동쪽을 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가지 집 모두 짓고 헐기가 무척이나 간단하면서도 강풍에 잘 견딜 수 있는 구조입니다. 대평원 한가운데서 늘 불어오는 바람과 맞서며 살아야 했던 라코타인들은 바람을 지나가게 함으로써 바람을 이기는 지혜를 터득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바람을 지나가게 하는 이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전1:14>

(200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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