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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차라리 바리새인의 위선이 그립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18 13년전 4896  


                                          차라리 바리새인의 위선이 그립다



예수께서 가장 가증하게 여긴 사람은 바리새인들이었습니다. 바리새인은 예수님 당시 종교적 경건을 남달리 추구하던 무리들로 철저한 율법의 준수를 신앙의 강령으로 삼고 나름대로 경건한 삶에 힘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바리새인들의 위선적인 행태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시며 그들을 책망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3장을 보면 예수께서 바리새인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는지 그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의 대화중에 바리새인을 가리켜 “화 있을지진저”라며 저주를 하셨는데 무려 일곱 번이나 저주의 말씀을 반복 하셨습니다. 게다가 그들을 가리켜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라며 극언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려진 바 되리라”고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리셨습니다. 바리새인에 대한 예수님의 분노와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런 바리새인에게도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이 있음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이 말씀에서 예수님은 바리새인의 말과 행위를 분명히 분리하고 계십니다. 바리새인의 말은 ‘행하고 지킬’ 만한 것이고 그들의 행위는 ‘본받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즉 예수님의 이 말씀은 바리새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은 위선적인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으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바리새인을 위선자로 낙인찍고 정죄하기에 앞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리새인의 ‘말’이 가지는 효용성입니다. 예수께서는 바리새인의 행위는 본받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그들의 ‘말’은 ‘무엇이든지’ 행하고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즉 바리새인들이 비록 말한 대로 행하지 않는 위선자들이었지만 그들의 말만큼은 백번 옳은 말이므로 바리새인의 말은 무엇이든지 행하고 지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들은 비록 잔과 대접의 안은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차 있어도 겉은 깨끗하게 하려고 애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무덤의 안은 죽은 사람의 뼈와 더러운 것이 가득해도 겉은 아름답게 회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안으로는 위선과 불법이 가득해도 겉으로는 옳게 보이려고 애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자신들은 의인으로 살지 못해도 선지자들의 무덤과 의인들의 비석을 꾸밀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리새인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의인으로 내세우려는 허영심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무엇이 옳고(眞) 선하며(善) 의로운(義) 것인지를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비록 옳고 선하며 의로운 것을 행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옳고 선하며 의로운 것을 행해야 한다는 도리(道)를 알고 그 도리를 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오늘의 우리사회 모습은 어떻습니까? 행위가 옳지 않고 선하지 않고 의롭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말(言)조차도 옳지 않고 악하며 불의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바리새인은 그래도 옳고(正) 그름(誤)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바르게 말했습니다(正言).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바르게 말했습니다. 의와 불의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바르게 말했습니다. 비록 제 입은 비뚤어졌을지언정 말은 바른 말(正言)을 했습니다.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이 점은 높이 사셨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의 말하는 바는 무엇이든지 행하고 지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면 비록 행동은 말처럼 못할지언정 말만큼은 옳고 바른 말을 했던 바리새인의 위선이 차라리 그립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9일 언론관련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대해 드디어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회에서 일사부재의 원칙을 무시하고 재투표, 대리투표 등 온갖 투표부정을 통해 여당이 강제로 통과시킨 미디어법의 불법성을 묻는 청구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고심 끝에 내린 판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투표과정은 위법이나 법안통과는 합법이다” 이 무슨 해괴한 말입니까? 투표과정이 위법이고 불법이면 그 결과는 마땅히 무효한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상식 아닙니까? 과정이 위법이라도 그 결과는 합법이라는 것은 법의 논리에도, 상식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 권력자의 눈치나 보며 그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정치논리의 추악한 산물일 뿐입니다. 우리사회 법질서와 양심의 최후보루가 되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해괴한 논리가 참으로 안쓰럽고 눈물겹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도둑질은 위법이지만 일단 훔친 것은 도둑의 합법적인 소유물이다”는 말과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커닝은 위법이지만 성적은 인정한다”는 말과도 하나도 다름이 없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정언(正言)이라는 관직이 있었습니다. 사간원(司諫院)에 속한 정육품의 관직으로 왕에 대해 간쟁(諫爭)과 논박(論駁)하는 일을 맡은 관직인데 두 명의 문관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권력자에게 바른 말(正言)을 함으로써 자칫 권력자에 의해 국본(國本)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려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기개(氣槪)가 그립습니다. 비록 위선자라고 예수께 욕을 얻어먹기는 했지만 하는 말만큼은 바르고 옳았던 바리새인들의 위선이 차라리 그립습니다. 사람이 비록 행함이 미처 뒤따르지는 못한다손 치더라도 말이라도 바르게 하고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200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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