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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우리 마음 차고 차나 성신불로 덥게 하세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20 13년전 3326  


                                     우리 마음 차고 차나 성신불로 덥게 하세



1903년 5월, 평양의 남산현교회에서는 400여명의 남녀가 운집한 가운데 조선 최초로 여성글짓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조선에서는 최초로 열린 여성글짓기대회라 세간의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때까지 글을 읽거나 시를 짓는 일은 양반남정네들의 전유물이었기에 일반 여성들이 글을 짓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이 날 글짓기의 시제(詩題)는 ‘화덕(난로)’였고, 운(韻)은 ‘게, 네, 세’였습니다. 즉 시를 짓되 주제는 화덕으로 하고, 1,2,4연의 끝자를 ‘게’, ‘네’, ‘세’로 마쳐야 한다는 규칙이었습니다. 양반들이 한시(漢詩)를 지을 때 사용하던 규칙을 그대로 차용한 셈입니다. 당시만 해도 언문(諺文)이니 ‘암글’이니 하며 양반들에게 천대받던 한글로 조선 최초의 여성백일장이 열린 것입니다. 이 날 출품된 작품 중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 <신학월보> 1903년 11월호에 소개되어 전해져 옵니다.

먼저 임통달이란 여성이 지은 시입니다. <식은 지체 되지 말게/ 항상 사람 덥게 하네/ 네가 참말 화덕이냐/ 덥게 하니 화덕일세> 그 다음은 전삼덕이란 여성이 지은 시입니다. 전삼덕은 당시 미감리회 한국선교를 담당하던 스크랜턴 선교사에게 당시 북한지역의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례를 받은 여성입니다. 전삼덕의 시는 이렇습니다. <찬화덕에 불씨두게/ 석탄불로 덥게하네/ 우리마음 차고차나/ 성신불로 덥게하세> 또 한사람 김소라의 시입니다. <맘이찬자 이리오게/ 천국화덕 여기있네/ 예수천하 화덕되니/ 온화하고 더움일세> 나라의 국운(國運)이 기울어가던 구한말 조선의 초대교회 여성들은 방안의 온기를 데우는 화덕에서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뜨겁게 덥히는 성신(聖神)의 모습을 유추해 보았습니다. 차갑게 식어져 냉랭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차가운 화덕 같은 영혼을 뜨겁게 덥힐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신불’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라도 예수를 믿고 천국을 믿으면 예수가 곧 화덕이 되고 천국이 곧 화덕이 되어 가슴이 뜨겁고 온화한 사랑의 사람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불씨가 꺼져버린 찬화덕 같이 차갑고 냉랭한 사람의 가슴을 무엇으로 따뜻하게 덥힐 수 있을까요? <성신불로 덥게하세> 성령의 불이 그 가슴에 담겨지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한일서4:7-8> 성령(聖靈)은 하나님의 영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므로 성령은 곧 사랑의 영입니다. 성령을 받으면 어떤 사람은 방언을 하기도 하고, 혹은 예언을 하거나 환상을 보기도 하고, 사람마다 제각각 각양 은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우선하고 중요한 것은 사랑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으면 사랑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사랑의 마음을 가지지 못하면 다른 모든 것이 무의미합니다. 사도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전13:1-3> 성령은 우리에게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해줍니다. 우리의 차갑고 냉랭한 마음을 뜨거운 사랑의 마음으로 덥혀줍니다. 사랑은 모든 율법의 완성입니다.(롬13:10)

하나님을 믿느냐 여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속하였느냐 여부입니다. 사랑의 마음 없이도 얼마든지 교회를 다니고 하나님을 믿을 수 있습니다. 차가운 화덕 같은 가슴으로도 얼마든지 방언하고 예언하고 구제하고 전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무슨 유익이 있겠습니까?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 라는 짤막한 시에게서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全文- 시인의 이 물음 앞에 언제나 고개가 떨구어집니다. 누군가에게 뜨거움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하얀 재가 될 때까지 불사르는 연탄 앞에서 좀 더 뜨거운 가슴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늘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차가운 겨울, 뜨겁게 달구어진 화덕처럼 서로에게 사랑의 온기(溫氣)를 전하며 살아 갑시다.

(2009.12.5)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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