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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게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37 13년전 3855  


                                                           맑고 향기롭게


법정스님이 창건한 성북동의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습니다. 김영한이라는 요정의 주인이 10년간 법정스님에게 간청해 요정을 희사하고 그 건물을 사찰로 개조해 창건한 것이 1997년의 일입니다. 법정스님은 길상사를 ‘맑고 향기로운 근본도량’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설법(說法)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자(佛者)들은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가르쳤습니다. 법정스님이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벌이며 만든 시민모임의 이름도 (사) ‘맑고 향기롭게’입니다. 여기서 ‘맑음’은 개인적인 청정(淸淨)을 말합니다. 기독교용어로 바꾸면 성결, 혹은 경건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향기’는 그 청정의 메아리입니다. 개인의 청정이 사회적으로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말합니다. 꽃이 제 몸에서 아름다운 내음을 내는 것이 청정이라면 그 내음이 주변에 아름답게 퍼지는 것이 향기입니다. 맑고 향기로운 삶이란 개인의 맑고 깨끗한 삶이 이웃과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말합니다.

이는 성서의 가르침과도 같습니다. 성서는 개인의 청정한 삶을 강조합니다. 대제사장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에 쓰인 ‘여호와께 성결’이라는 문구는 야훼신앙의 정수가 성결함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서가 기록하고 있는 각종 정결법과 제사법 등은 하나님 백성의 성결을 지키기 위한 방편입니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자신의 성결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불교만 하더라도 여름, 겨울 각 90일씩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라는 이름으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기도와 수행에 정진하면서 몸과 마음을 씻고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해 애씁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떻습니까? 단 며칠이라도 우리의 눈길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 하나님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까?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절대 부족합니다. 꽃이 주변에 향기를 퍼뜨리려면 먼저 제 자신이 향기를 내뿜는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과연 나 자신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꽃으로 피고 있는지를 스스로 냉엄하게 살펴야 합니다.
  
(사) ‘맑고 향기롭게’ 에서는 개인의 삶을 맑게 하기 위한 실천덕목으로 3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자. 둘째, 화내지 말고 웃자. 셋째, 나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더불어 살자. 오늘 그리스도교가 세상으로부터 많은 비난과 조롱을 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좋은 향기를 퍼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코를 찡그리게 만드는 역겨운 냄새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욕심이 더 많고, 더 이기적이고, 더 양보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며 세상 사람들은 코를 감싸 쥡니다. 예수님은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 눅12:15>고 가르치셨는데 정작 예수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욕심이 너무 많습니다. 성서는 탐심 자체가
우상숭배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골3:5> 성서는 우리에게 <분노와 다툼이 없이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기를 원하노라. 딤전2:8>고 교훈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회에 와서도 못마땅한 게 너무 많고 화내는 일이 너무 잦습니다. 이 모두가 자신의 삶을 맑게 하려는 자기성찰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진리의 말씀을 거울삼아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고 혼탁해진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노력이 없이는 욕심과 이기심, 분노로부터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맑게 하는 사람은 주변을 향기로 채울 수 있습니다. 교회와 신앙인이 먼저 자신의 삶을  맑고 깨끗하게 하면 그 영향력은 향기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갈 수 있습니다. (사) ‘맑고 향기롭게’에서는 향기로운 삶의 덕목으로 이웃과의 관계에서 세 가지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첫째, 나누어주며 살자. 둘째, 양보하자. 셋째, 칭찬하자. 나눔과 베풂의 삶입니다. 자연과의 관계에서는 첫째,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자. 둘째, 꽃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아끼며 살자. 셋째, 덜 쓰고 덜 버리자. 자연친화적 생태적 삶을 살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나누고 베푸는 일에 힘쓸 때 그리스도의 향기가 세상에 퍼질 것입니다. ‘스스로 그러하게 있는(自然) 것’을 ‘사람을 위하는(人爲) 것’으로 마구잡이로 파헤쳐 바꾸는 것은 무어라고 그럴싸한 이름을 갖다 붙여도 추악하고 위험한 인간의 욕망일 뿐입니다. 4대강사업은 창조세계에 대한 명백한 범죄입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할 것 없이 오늘 이 땅의 모든 종교가 종파를 초월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그리스도인들부터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백년도 살지 못하고 떠날 인간들이 억겁의 세월을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살아온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고 제멋대로 바꾸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강물이 더럽다며 파헤쳐 살리겠다고 삽 들고 달려들기 전에 제 자신의 삶부터 맑고 깨끗한지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불가의 한 선승(禪僧)이 남긴 화두(話頭), ‘맑고 향기롭게 사는 삶’,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부터 살아야 하는 아름다운 신앙의 삶입니다.  

(2010.4.10)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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