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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조고각하(照顧脚下)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40 13년전 4886  

                                                   조고각하(照顧脚下)



선방(禪房)에 가면 신발을 벗어놓는 섬돌 곁에 조고각하(照顧脚下) 라고 쓰인 패찰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신발을 벗는 섬돌에서 자기 ‘다리(脚) 아래를 살피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단지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으란 뜻이 아니라 자신이 딛고 서 있는 다리 아래 ‘발의 뿌리’를 잘 살피란 뜻입니다. 즉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 나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고 살펴보라는 교훈입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 자신의 현존재를 늘 살피란 뜻입니다. 이는 다만 선방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닙니다. 진리를 찾는 모든 구도자라면 반드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진리의 말씀입니다. 성서에도 <너희는 하늘로 눈을 들며 그 아래의 땅을 살피라>고 했고(사51:6),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고 했습니다.(갈6:4) 조고각하(照顧脚下)는 개인적으로 제게 늘 제 자신을 살피게끔 알려주는 영혼의 자명(自鳴)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최근에는 이 말씀을 도장(圖章)에 새겨 새로 구입하는 책마다 첫 페이지에 낙관처럼 찍어서 독서하는 제 마음을 여미고 있습니다. 성서를 보든 다른 서책을 보든 결국 독서의 목적은 진리의 등불로 나 자신의 발밑을 밝혀서 지금의 내 현존재가 절대자인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구색(具色)을 갖추는데 급급합니다. 세상은 갖추고 있는 구색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기에 너도 나도 구색을 갖추는 일에 더욱 힘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보다 좋은 구색을 갖추는 길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신앙은 우리 자신의 본색(本色)을 찾는 일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본색을 찾는 일에 신앙의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람의 삶(人生)의 참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것은 구색(具色)의 세계가 아닌 본색(本色)의 세계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신앙을 갖는 것이고 모든 종교는 그 물음에 대해 저마다 제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갖춘 구색이 나 자신의 본색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구색이 곧 나의 본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색이 본색을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께서 사데교회에  하신 말씀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 계3:1>라든지 라오디게아교회에 하신 말씀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 계3:17>는 모두 구색이 곧 본색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조고각하(照顧脚下)는 네가 신고 있는 신발이라는 구색을 벗고 맨발인 네 본색을 살피라는 뜻입니다. 나를 치장하고 있는 온갖 구색들로부터 눈과 마음을 돌이켜서 맨발인 나 자신, 알몸 그대로인 내 영혼을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신을 신었을 때는 가리어져 보이지 않던 맨발의 때와 냄새, 그 본색을 스스로 살피라는 말입니다. 누구나 멋진 신발을 사서 신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구색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신을 벗었을 때 깨끗한 발은 오로지 발을 씻은 자만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미 목욕한 자는 발 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요13:9>고 말씀하셨습니다. 발은 제자들이 마지막까지 씻어야 할 그들의 본색입니다. 본색은 구색의 껍질을 벗을 때 비로소 드러나고 보이는 것입니다.  

신자인 우리 삶의 본색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발뿌리는 어디에 놓여 있습니까? 우리의 맨발은 지금 어디를 딛고 있습니까? 우리의 맨발 본색이 새까만 때를 보이고 쾌쾌한 악취를 뿜고 있지는 않습니까? 구색은 그럴듯한데 실상 본색은 어떻습니까? 신앙은 바로 이것을 살피는 것입니다. 자신을 살피는 자기성찰이 없는 신앙은 허구입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본색을 살피지 않으면서 남의 구색을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을 가리켜 위선자라고 나무라셨습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 눅6:41~42>

우리 모두는 신자(信者)로서 자신의 현재 모습이 과연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바르고(正) 의로운(義) 모습인가를 늘 살펴야 합니다. 예배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기도생활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일에 자신을 드리고 있는가? 하나님의 종의 모습으로 서 있는가 아니면 교회의 주인행세하며 서 있는가? 자신의 발밑을 늘 살펴야 합니다. 조고각하(照顧脚下)는 자신의 본색을 성찰하는 길이요 진리로 나아가는 길이며 하나님 앞에 서는 길입니다.

(2010.5.1)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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