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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43 13년전 4475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조선시대 후기 이옥(1760~1812)이란 선비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옥선생이 저녁 서늘해진 무렵 뜰에 나가보니 처마 끝에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선생이 지팡이를 들어 거미줄을 걷어내려 하자 거미줄 위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내 줄을 짜서 내 배를 채우려고 하는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기에 내게 해를 끼치는 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거미였습니다. 이옥선생은 거미에게 대뜸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상한 것(거미줄)을 설치하여 생명을 해치는 것은 벌레들의 적이다. 나는 너를 제거하여 다른 벌레들에게 덕을 끼치고자 한다” 그러자 거미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어부가 그물을 설치하여 바닷물고기가 걸려든다고 어부를 두고 포학한 짓을 일삼는다고 말할 수 있겠소?” 거미는 한바탕 크게 웃은 다음 이옥선생에게 자기의 그물에 걸려드는 벌레들은 어째서 그물에 걸려드는 지를 하나씩 설명해나갔습니다.

“나비는 방탕한 자라서 분단장을 해서 세상을 속이고 번화한 것을 좋아하여 쫓으며 흰꽃, 붉은 꽃만 편애한다오. 그래서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오. 파리는 소인배라, 술과 고기에 맛을 들여 제 목숨이 중한 것을 잊으며, 이익을 좋아하여 싫증을 내지 않으니 이로써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오. 매미는 청념정직하여 문학하는 선비 같지만 제 울음이 좋다고 스스로 자랑하여 시끄럽게 울어대니 이로써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오. 벌은 마음이 비뚤어진 놈이라 제 몸에 꿀과 칼을 지니고선 아문(衙門:벌집을 가리킴)에 간다고 하면서 부질없이 봄꽃을 탐내니 이로써 내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오. 모기는 가장 엉큼한 놈으로 낮에는 숨고 밤에는 나타나 사람의 고혈을 빨고 다니니 그 때문에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오. 잠자리는 품행이 방정맞아 귀공자처럼 촐랑대어 제자리에 눌러있지 앉고 회오리바람처럼 이리 날고 저리 날다가 내 그물에 걸리는 것이오. 그 외에도 부나방은 재앙을 즐기고, 반딧불은 활활 타오르는 듯 과장하고, 하늘소는 감히 하늘이란 이름을 몰래 훔쳤기 때문이고, 선명한 빛깔의 치마 같은 하루살이와 사마귀의 무리들은 허물을 스스로 만들어 흉액(凶厄)을 피할 수 없기에, 그물에 몸이 걸려 간과 뇌가 땅에 짓밟히게 된다오. …저들이 그물에 걸린 것은 저들의 잘못이니 내가 그물을 친 것이 어찌 나의 잘못이란 말이오? 사정이 이렇거늘 선생은 어찌 저들에게는 사랑을 베풀면서 나에게만은 화를 내고 나를 훼방하며 도리어 저들을 보호한다는 말이요? …아무쪼록 이것을 잘 보시고 삼갈 것을 삼가시오. 스스로 이름을 팔지 말고 스스로의 재주를 함부로 자랑하지 말며, 이익을 추구하다가 재앙을 부르지 말고 재물 때문에 죽지 마시오. 스스로 똑똑한 채 망령되이 굴지 말고, 남을 원망하거나 시기하지 마시오. 땅을 잘 가려서 디딜 만한 곳인지를 알아본 뒤 발을 내딛고, 때에 맞추어 갈 때 가고 올 때 오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엔 나보다 훨씬 큰 거미가 있으니, 그 그물은 내가 쳐놓은 경계정도가 아니라 훨씬 큰 그물이라오. 선생, 세상의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이옥선생은 거미의 이 말을 듣고
거미줄을 걷어버리려던 지팡이를 얼른 내던지고 방안에 들어와 문을 닫아걸고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이옥은 성균관 유생시절 소설식 문체를 쓴다는 이유로 정조에게 벌을 받고 내쳐진 후 초야에 묻혀 살아야 했던 비운의 선비였습니다. ‘문장은 진한(秦漢)시대의 것을 본받고 시(詩)는 당(唐)시를 본받아야 한다’는 철칙이 율법이던 시절 문체(文體)가 순정(醇正)치 못한 소설식 문체를 쓴다는 것이 이옥이 자초한 필화(筆禍)였습니다. “스스로의 재주를 함부로 자랑하지 말며 스스로 똑똑한 채 망령되이 굴지 말고…세상의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거미의 말은 어쩌면 이옥선생이 자기 자신을 두고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릅니다.

시대를 앞서갔던 한 천재적인 선비가 거미의 입을 빌어 세상에 건넨 ‘삼가야 될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성서 역시 그물을 조심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시기를 알지 못하나니 물고기가 재앙의 그물에 걸리고 새가 올무에 걸림같이 인생도 재앙의 날이 홀연히 임하면 거기 걸리느니라. 전도서 9:12>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고 새가 올무에 걸리는 것은 먹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끼속의 바늘을 보지 못하고 먹이 사이의 덫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생도 자기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그물에 걸리는 것입니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들이 가졌던 물욕(物慾), 과시욕(誇示慾), 방탕욕(放蕩慾)이 오늘도 인생들을 세상의 거미줄에 걸리게 합니다. 거미줄에 걸리지 않으려면 이 욕(慾)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잠언6:5> 내 안의 욕(慾)의 날갯짓이 멈출 때 세상의 그물에 걸리지 않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나는 새처럼 구원받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2010.5.29)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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