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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落在天 水上地盡(월락재천 수상지진)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6-25 (금) 13:44 13년전 5661  

                                     月落在天 水上地盡(월락재천 수상지진)



조선왕조실록의 순조실록을 보면 순조 1년(1801년) 2월 18일 자에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지사 권엄(權) 등 63인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지금 이른바 서양학(西洋學)이라는 것이 과연 어찌 요사한 마귀(魔鬼)의 술수를 허락하겠습니까마는 천륜을 멸절시키고 인류를 함닉시켜 사람들을 모두 금수(禽獸)와 이적(夷狄)의 지경으로 급속하게 몰아넣고 있습니다. 부모를 제사지내지 않고 신주(神主)도 받들지 않으니 이것이 과연 천지에 용납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 더욱이 이승훈은 스스로 연경(燕京)에 들어가서 사서(邪書)를 구득해 왔으니, 이것이 탐닉하여 즐긴 것이 아니고 무엇이며, 또한 숭상하여 믿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여항(閭巷)의 사이에 매우 번다하게 전습(傳習)하여 더욱 심하게 물들었으니 전후에 속임에 미혹된 사람이 무릇 몇 명이나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서 때문에 스스로 사학에 빠져들고 다시 다른 사람까지 빠져들게 하였으니 오늘날 화란(禍亂)의 근본을 논한다면, 첫째도 이승훈이고 둘째도 이승훈입니다…” >

천주교를 요사한 마귀의 술수를 부리는 사학(邪學)으로 지칭하며 사학으로 인한 모든 환란의 근본으로 지목당한 이승훈은 조선인으로서 최초로 세례를 받고 예수교인이 된 사람입니다. 이승훈은 절친한 친구였던 이벽의 권유로 1783년 말 동지사(冬至使) 서장관(書狀官)에 임명된 부친 이동욱을 따라 북경으로 가서 프랑스 선교사들로부터 교리를 배우고 이듬해 그라몽(J.J. de Grammont)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한국 최초의 영세자가 됩니다. 1784년 조선으로 돌아 온 이승훈은 권일신 이벽에게 세례를 줌으로 조선 땅에 최초로 자생적인 천주교공동체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정조대왕의 갑작스런 의문의 죽음이후 정권을 잡게 된 노론벽파에 의해 천주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일어나는데 이승훈은 1801년 2월 26일 정약용을 비롯한 다른 6명의 교우들과 함께 서소문밖에서 참수되었습니다.

망나니의 칼을 받기 전 그는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지막으로 짧은 시구(詩句) 하나를 남겼습니다. <月落在天 水上地盡> <달이 비록 서산에 지더라도 하늘에 남아 있고 물이 비록 연못 위로 치솟아도 여전히 연못 속에 다함일 뿐이다> 달이 비록 서산에 지더라도 하늘에 남아 있음같이 내 신앙은 천주 안에 그대로 남아 있고 물이 비록 못 위로 치솟아도 그 못 속에 머물러 있음같이 내 목숨을 앗아 가도 내 신앙은 변함이 없다. 생사여탈을 초월하는 신앙의 숭고함이 담겨 있는 이 한마디 말을 되새겨볼 때마다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참으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땅에서 처음 예수를 구주로 믿고 하나님을 신앙했던 신앙선조들은 자신이 신봉하는 신앙진리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초개처럼 버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박해와 죽음이 두려워 신앙을 내버리는 대신 목숨을 얻는 비굴한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신봉하던 하나님과 진리를 부인하면서까지 욕된 삶을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어 없어짐으로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해박해(1839년) 때 참수당한 정약종은 망나니의 칼을 받기 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엎드려 땅을 보고 죽는 것보다 하늘을 우러러 보며 죽고 싶다> 정약종은 목덜미를 형틀에 대고 누워 하늘을 우러러보며 그렇게 망나니의 칼을 받았습니다. 생사를 초월한 이 신앙의 화신 앞에서 칼을 든 망나니가 도리어 두려움에 칼을 들고 떨었다고 합니다.

조선 땅에서 처음 하나님을 믿었던 우리 신앙선조들은 졸장부들이 아니었습니다. 조그만 일에도 철없는 계집애처럼 시쭉새쭉 토라지기나 일쑤며 교회를 들락날락하는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제 이익과 시류(時流)를 좇아 송사리 떼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그런 졸렬한 시정(市政)의 잡배들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힘을 빌려 이 땅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함은 물론 저 세상까지 가서도 영원토록 호의호식하기를 탐하는 그런 욕심꾼들이 아니었습니다. 진리를 위해서 자신의 삶은 물론 때론 목숨까지도 통째로 드릴 줄 알았던 순결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오늘 우리들의 신앙을 두고 뭐라고 말할까요? 오늘 우리들의 교회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교회와 신앙인은 비록 오늘 죽어도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영원히 사는 길을 가야 합니다.

(20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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