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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의 참 뜻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07-02 (금) 21:11 13년전 12019  

                                                           

                                                               거룩(聖)의 참 뜻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은 무엇일까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찍어내어 서양인들이 가장 많이 읽어 온 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답은 뜻밖에도 동양의 고전 <老子>입니다. <노자> 혹은 <노자도덕경>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출신으로 주(周)나라의 장서실(藏書室) 관리였던 노자(본명: 노이老耳)가 지은 짧은 지혜의 책입니다. 최근 <노자>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중국 국영TV인 CCTV는 지난 2001년 7월부터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백가강단(百家講壇>이란 학술강좌를 지금까지 방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방송대학 형식으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출연해 전문적인 고급지식을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이 <백가강단>에서 노자연구의 석학인 야오간밍에게 <노자>강의를 맡겼는데 야오간밍이 <백가강단>에서 강연한 내용이 그대로 책으로 출간되어 나왔습니다. <노자강의, 김영사 2010. 3월 출간>
이 책이 기존의 다른 <노자>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기존의 책들이 대부분 <노자>를 번역, 주석한 것이라면 <노자강의>는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실제적인 ‘삶의 자리’에서 <노자>의 가르침을 살펴본다는 점입니다. 이천오백년 전의 <노자>의 지혜가 이 시대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씨름하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도 과연 유용한가? 야오간밍은 <노자강의>에서 현대인의 음식문화, 현대인의 심리, 성공, 여성의 아름다움, 연애와 결혼, 가정, 이혼, 인간관계 등 현대인의 삶의 실제적인 문제에 <노자>의 지혜가 어떻게 유용한 답이 될 수 있는지를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을 넘나드는 다양한 실제 이야기를 통해서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초반부에 노자의 출생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노자가 태어나자 노자의 부모는 갓 태어난 아기의 귀가 남달리 큰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무어라고 붙일까 고민하다가 아이가 가진 신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이름 붙이기를 좋아했던 옛 풍습대로 유달리 큰 귀를 가지고 태어났다 해서 아이의 이름을 그냥 이이(李耳)라고 지었답니다. 노자는 그 후 노담(老聃)이라고도 불렸는데 담(聃)은 ‘귀가 아주 크다’는 뜻이랍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는 이 사실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노자는 초나라 고현 여향의 곡인리 사람이다. 성은 이(李)씨이고, 이름은 이(耳), 자는 담(聃)이다. 주(周)나라 장서실을 지키는 관리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남달리 큰 귀를 가지고 태어나 이이(李耳)로 불리게 된 이 아기는 희한하게도 눈썹마저도 하얗게 태어나 사람들이 늙은이(老子)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이가 노자로 불리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게 된 노자는 훗날 도교에서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 불리며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 지혜가 성인(聖人)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귀가 커서 이이(李耳)라 불리게 된 노자가 성인(聖人)이 되었다는데 아주 재미있는 의미연관이 있습니다. 한자로 거룩함을 뜻하는 글자 ‘성(聖)’은 ‘귀’ 이(耳)와 ‘입’ 구(口) 그리고 임(壬)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聖)’자는 형성자(形聲字)로 귀를 뜻하는 이(耳)와 발음요소 정(呈)이 합해져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거룩한 성(聖)이란 다름 아닌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통순(通順)의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갑골문에서는 ‘성(聖)’자가 사람 위에 큰 귀를 그려 넣은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답니다. 거룩함이란 곧 ‘통(通)한다’는 뜻입니다. 이 점은 우리 신앙인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신자(信者)의 거룩함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거룩하신 존재, 곧 하나님과의 소통입니다. 거룩함 자체이신 하나님과 소통(疏通)하는 것 그것이 곧 거룩에 이르는 길입니다. 야곱이 벧엘에서 꾼 하늘사닥다리 꿈은 곧 야곱이 하늘과 소통하는 인생이 되리라는 계시의 꿈이 아니겠습니까? 야곱이 꿈에서 깨어난 후 외친 한마디 <이는 하늘의 문이로다> 이 한마디가 하늘과 통하는 거룩의 문(門)이 자신 앞에 활짝 열린데 대한 야곱의 경외감을 잘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門)은 통로(通路)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과 통하는 길(通路)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거룩해질 수 있습니다.

거룩(聖)은 말귀를 알아듣는(耳)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耳) 그 뜻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과 통(通)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신통(神通)의 경지에 다다른 신자의 거룩입니다. 성서의 위대한 성인들 모두가 하늘과 소통하는 문이 활짝 열렸던 신통(神通)한 사람들입니다. 말씀을 듣고(耳) 기도를 아뢰고(口) 그럼으로써 하나님과 통했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거룩한 사람들(聖人)이었습니다.

오늘 하나님과는 물론이거니와 사람들과도 도무지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고집(固執)하며 불통(不通)인 사람들은 거룩함의 뜻이 무엇인가를 찬찬히 새겨보아야 합니다. 정치든 신앙이든 소통부재(疏通不在)야말로 오늘날 모든 천박(淺薄)함의 원인입니다.

(2010.7.4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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