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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피를 흘립니다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0-08-22 (일) 09:54 13년전 4182  

꽃도 피를 흘립니다

박주가리

식물의 피는 무슨 색일까요?

동물의 피가 붉은색이라면 식물의 피는 색깔이 다양합니다. 식물이 무슨 피를 흘리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진액’이나 ‘수액’이라고 부르는 것이 식물의 피인 셈이지요.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은 노란 피가 많은데 주로 독성이 많습니다. 소나무의 송진도 엄밀히 말하면 피요, 고무나무나 봄철에 수액으로 애용되는 고로쇠나무의 맑은 물 같은 것들도 식물의 피입니다. 하얀 진액이 나오는 것들은 몸에 좋다고 하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민들레나 씀바귀, 고들빼귀, 왕씀배 같은 것들은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맛은 쓰지만, 몸에는 좋습니다. 요즘 피어나는 꽃 중에 하얀 진액이 나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박주가리입니다. 뜨거운 여름 풀섶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은 마치 털옷을 입은 형상입니다. 꽃이 지면 열매가 열리고, 열매는 익으면 민들레 씨앗 같은 것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는 그 열매를 따서 먹기도 했습니다. 주로 아침에 이슬을 잔뜩 머금은 것을 따서 먹으면 촉촉한 맛이 좋습니다. 물론, 단맛에 길든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겠지만, 주전부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박주가리 열매뿐 아니라 아카시아나 찔레순 같은 것들도 훌륭한 주전부리요, 고소한 개암 열매나 밤 같은 것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주전부리였습니다.

육식이 일상화되면서 ‘고기’를 얻으려고 동물들을 사육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잉여를 위해서 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면서 키우지요. 항생제는 물론이요, 꼼짝도 하지 못하게 좁은 우리에 가둬놓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부리를 잘라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고기를 먹고 자라는 세대, 그 고기 속에 인간이 그들에게 가한 폭력이 내재하여 있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이젠 동물에게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전자조작(GM)을 통해서 식물 종의 본래적인 특성을 바꿔버리는 것이지요. 흔히 GMO(유전자조작식품)이 그런 것인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입니다. 옥수수의 전분은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식품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탄산음료의 단맛을 내는 재료로는 물론이요, 과자를 만들 때에도 GMO 옥수수와 관련된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다국적기업은 이미 종(種)에 대한 유전자조작도 마친 상태여서 매년 씨앗을 사서 파종하지 않으면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그러니까 생명이 들어 있지 않은 열매를 맺는 현실입니다. 그뿐 아니라, 특정한 다국적기업에서 나온 씨앗을 파종하면, 그 회사에서 만든 농약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먹을거리가 위협을 당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동식물, 모두 인간에 의해 본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결국, 그것을 먹을거리로 삼는 인간도 비인간화된 삶을 살아가게 되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먹을 것이 남아돌아도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먼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쌀이 남아돌아 가축용 사료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같은 동족이 쌀이 없어 굶주림으로 죽어가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식물을 먹을거리로 주시고, 동물도 먹을거리로 주셨습니다. 그러나 억울하게 ‘피’를 흘리게 하거나, 피 째 먹는 것을 금하셨지요. 근동지방과의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 보면 ‘피’는 ‘생명’이므로 동식물을 먹을거리로 취할 때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것이며, 피는 생명이니 함부로 피를 흘리게 하지 말라는 말씀이지요.

소비자들이 고기 혹은 생선회 같은 것들을 식탁에 올릴 때에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 과정을 보지 못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맛나게 먹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것들을 죽이는 과정을 본 경험을 하면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지 몰라도 조금은 꺼려집니다. 그러나 식물을 대할 때에는 그다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동식물의 소통하는 차이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뿌리만 살아있으면 잘린 가지나 줄기에서 다시 새순이 돋아오는 것을 보면서 ‘죽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식물은 뿌리만 남아있으면 다시 새순을 내고, 제 몸의 분신인 씨앗은 GMO 씨앗이 아니라면, 가장 적당한 시기에 자기가 싹을 틔워야 할 시기에 싹을 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동물보다는 식물을 먹는 것이 덜 잔인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채식주의자들도 있습니다. 무엇을 먹든지 과하게 먹지 않는 것과 음식을 대할 때,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지구 상에서 ‘소비자’로 살아가는 것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저런 음식을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먹으라고 주신 것일지라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음식을 먹든지 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자는 것이요, 그 먹을거리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공동체의 것이니 혼자 배부르게 먹지 말고 나누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 쪽에서는 너무 먹어서 병에 걸리고, 어느 한 쪽에서는 못 먹어서 병에 걸린다면 그것이 어찌 정의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성서는 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 단지 개인적인 죄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공동체의 죄에 대해서 묻는다는 것입니다.

박주가리의 꽃은 작습니다. 그만그만하지요. 열매 속에 들어 있는 씨앗도 그렇습니다. 그냥 그만그만합니다. 한 줄기에서 피어난 꽃, 열매, 씨앗 할 것 없이 특출나게 화사하거나 크거나 예쁘거나 한 것이 없습니다. 가느다란 줄기를 타고 적절하게 고루고루 분배가 잘 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박주가리의 피는 하얀 색입니다. 나무의 수액은 그들의 피입니다. 그 ‘피’는 생명과 직결된 것이므로 늘 남의 생명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8월 말이 되어가는데도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마철이 끝났다는데 국지성 호우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경고입니다. 그동안 오로지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서 자연을 대해온 것에 대한 자연의 응답입니다. 이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오로지 인간의 욕심을 채우는 방편으로 자연을 바라보면 절대로 자연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자연을 통해서 당신의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그 소리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제, 자연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 소리를 듣는 출발, 그것은 이렇게 풀섶 아무 곳에서나 저절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을 보는 일로 시작됩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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