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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비스 효과의 반대말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10-10-08 (금) 12:35 13년전 5699  

겪어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축구 승부차기에서 골키퍼가 공과 반대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 시청자들 눈에는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죠. 집중해서 잡으면 될 것을…. 지지난 월요일 제가 골키퍼로 페널티킥을 상대해보았습니다. 예장 목회자로서 아마추어로서는 수준급 실력인데요, 그래도 킥을 하는 순간 방향을 잡고 잽싸게 잡아낼 자신감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방향을 인지한 순간 이미 공은 네트 안에 자리 잡은 지 ‘한참’ 지났더군요. 일단 한쪽을 찍어 몸을 던진 후 마침 그 방향으로 공이 오면 종종 쳐내기도 하는 것이 승부차기 실상이었습니다.


골키퍼는 거의 안 합니다만 근래에는 축구모임에 갔다하면 골키퍼를 합니다. ‘3D포지션’이라 선뜻 골키퍼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반년 만에 한번 씩 나가는 불성실성 때문에 좋은 역할 달라고 할 수 없어 그냥 제가 해버리죠. 대개 후반전에는 한번 뛰어보라고 교체해주니 전반전만 잘 버티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을 새롭게 하고 해보았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했던 것입니다. 공격수 슛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눈에 띄는 운동복들은 공격수에게 시각적 혼란을 주기 위해 골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옮겨 놓고, 이리저리 골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골대의 위치에 몸이 적응되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한가하면 멍하니 서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과 함께 나갔다 물렀다 하면서 수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지요(그래도 틈틈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쳐다보았습니다). 공격수가 다가오면 정신을 집중해서 온 몸으로 볼을 막아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하기 싫은 것도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니 제법 잘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재미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공격수들이 몰려올 때 명성황후를 지키는 최후의 무사와 같은 비장함으로 최선을 다하곤 했습니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 골키퍼 입에서 나온 말이었더군요.


1964년 3월 뉴욕에서 20대 여인 제노비스가 35분간 괴한에 의해 노상에서 칼부림을 당하고 죽습니다. 정작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 밝혀진 사실입니다. 무려 38명이나 그 광경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리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 별종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제노비스신드롬(방관자 효과)라고 합니다.


제노비스신드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들어서 심리학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만) 바로 “골키퍼 효과”입니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다”는 책임감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대한 교우 여러분의 태도는 제노비스 구경꾼입니까? 교회 골키퍼입니까?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스타일입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져 막아내는 스타일입니까?


앞으로 작심하고 골키퍼를 해보려고 합니다.


                                                                 (2007. 1. 21)


                                                      전주갈릴리교회 예배당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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