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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에는 코가 없다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0-11-06 (토) 13:32 13년전 7776  

                                                             


                                                         스핑크스에는 코가 없다




몇 해 전 성지순례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순례 이틀째 되던 날 마침내 그 유명한 기자(al-Jῑzah)의 피라미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제4왕조(BC 2575~2465)의 2대왕인 쿠푸왕과 그의 아들 카푸레왕, 손자 멘카루에왕 삼대가 각각 묻힌 피라미드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대(大)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로 높이가 무려 147m에 이릅니다. 피라미드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작은 산을 올려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대(大)피라미드 남쪽에 스핑크스가 있었습니다. 카푸레왕 재위시절에 제작되었다는 스핑크스는 사람의 얼굴과 사자의 몸통을 가진 반인반수(伴人伴獸)의 신화적 동물입니다. 사람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을 갖춘 피라미드의 수호신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스핑크스를 처음 본 느낌은 뒤편의 피라미드가 워낙 거대해서 그런지 그동안 책을 통해 보고 상상해 온 것보다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높이가 20미터에 길이가 70미터라니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핑크스의 얼굴은 카푸레왕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코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습니다. 스핑크스의 코가 떨어져 나간 데는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 첫째는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스핑크스의 코를 과녁으로 사격연습을 해서 그 바람에 날아갔다는 설이 있고, 둘째는 중세 이집트를 침공한 기독교도들이 우상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코를 끊어버렸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보다는 후자의 설이 더욱 인정을 받는 것은 스핑크스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수많은 신상(神像)과 왕과 왕비의 석상(石像)들의 코가 한결같이 떨어져 나가고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사회의 대표적 지식인인 이영희 교수는 그의 책 <스핑크스의 코>(1998. 까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기전(世紀前) 오랜 시간의 유산으로 남겨진 여러 종교와 여러 민족의 문화재들이 유독 중세 기독교와 기독교도에 의해 사정없이 훼손된 수많은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인류 공동의 문화재인 이집트의 수없이 많은 신들과 왕과 왕비의 크고 작은 석상에는 한결같이 코가 없다. 처음부터 코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중세에 이집트를 점령한 기독교인들이 자신들보다 우월한 문명을 창조했던 이교도 우상들의 생명의 원천인 숨(호흡)을 끊어버리기 위해서 석상들의 코를 모조리 깨버리고 얼굴까지 뭉개버렸다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핑크스의 얼굴에도 코가 없다. 문둥이 얼굴 같다.>

이영희 교수는 위의 책에서 스핑크스와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은 종교건축물을 터키 이스탄불에서 보았다고 합니다.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오늘의 이스탄불)에 세워진 성(聖)소피아사원입니다. 1453년 비잔틴제국의 멸망과 더불어 이스탄불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신앙의 상징이었던 성소피아사원을 허물어버리는 대신 증축했으며 그들에게 이교도적인 그리스도교 벽화나 성상(聖像)을 파괴하지 않고 단지 회칠로 덮어두기만 했습니다. 이영희 교수는 성(聖)소피아사원에서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종종 이교도에 대한 공격과 파괴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이슬람은 오히려 자신들과 다른 이교문화에 대해 관용을 베푼 반면에 사랑과 관용을 전매특허처럼 부르짖어온 기독교는 도리어 이교문화에 대해 철저한 파괴와 박멸로 대응해 온 이 엄연한 사실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스핑크스의 얼굴을 할퀴고 간 야만스런 손길이 남긴 상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이런 반문명적인 야만행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상을 척결한답시고 사찰에 불을 지르거나 불상에 오물을 투척하고 단군상의 목을 자르는 일은 지금도 열렬기독교인들에 의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서울시내 유명 사찰에 들어가 법당에서 손을 들고 이른바 땅밟기 기도를 한 철부지 기독교인들이 사회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그 사찰주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비는 참으로 망신스러운 짓을 저질렀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입니다. 한 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독실한 불교도들이 교회에 들어와 불을 지르고 십자가를 도끼로 쪼개며 성당에 몰려가 성모마리아상의 목을 자르고 성화(聖畵)를 찢어발기면서 그리스도인들더러 더 이상 예수우상을 섬기지 말고 부처님 품으로 돌아오라고 한다면 그들의 그런 모습에 깨달음을 얻고 감동을 받아 불교에 귀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종교적 열정 이전에 건전한 양식부터 가져야 합니다.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부터 갖추어야 합니다. 영혼을 구원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가 그렇게 몰상식하고 무례하고 배타적이고 폭력적이면서 어떻게 남의 영혼의 길잡이가 되겠습니까?

이영희 교수는 ‘내가 아직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이교도박멸의 명분아래 종교가 자행한 수많은 만행과 종교의 유무(有無)로 인간과 사회의 선악(善惡)을 가르는 종교의 독선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깊이 새겨보아야 할 말씀입니다.


(2010.11.7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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