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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들 이야기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11-02-19 (토) 14:24 13년전 4094  

전북기독신문(2011.2.18)에 실은 칼럼입니다.
기장게시판에 언젠가 소개했었는데
의외로 파급이 잘 안되는 간증인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시각을 교정시키는, 부정적인 메시지라서 그럴까요?
하지만 우리를 정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기독교적이고요.

"cf.고후 4:7"을 여기에다는 다시 넣었고요.
저 역시 '악'을 '약'으로 오타한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어떤 아들 이야기’ 같은 글 제목을 보면 반사적으로 탕자의 비유를 떠올리며 진부한 내용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지나쳤는데요, 나중에서야 이 속에 ‘보석’과 같은 간증이 묻혀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굴해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를 담은 글을 ‘옥고’(玉稿)로 만들어 버리는 가치가 있어 함께 나눕니다[cf. 고후 4;7].


구약학자 류호준 목사님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자랑스럽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 그래서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연입니다. 류목사님이 지금 50대 후반이신데, 40여 년 전 십대 중반 때 겪은 일입니다.

1969년 11월 13일, 그 때 류목사님은 16세 어린 소년이자 한 집안의 장남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백혈병 투병을 하시다가 이 날 임종하시게 됩니다. 임종 전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녀들을 둘러앉게 하신 후 유언을 하십니다. 어린 소년에게 그러한 상황은 당황스럽고 두려웠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다른 말들은 알다듣지 못하고 마지막에 하신 말씀만 또렷이 이해하는데요, 그 유언은 뜻밖에도 “너는 악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유언에 어린 소년은 충격을 받아서 거의 정신을 잃을 뻔합니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부모님께 성실하고 착한 아들인 나에게 어떻게 그런 유언을 할 수 있는가?’

아버지는 소천하셨지만 그 후로 소년의 가슴에는 “너는 악해”라는 유언이 칼처럼 가슴 한 곳에 꽂혀있었습니다. 그렇게 회고합니다. “아버지의 유언은 받아 삼키기에는 너무나 큰 알약과 같았다.” 청년 시절에도 종종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동시에 아버지를 불러 가신 하나님도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시골 교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성실한 집사님이셨으며 온갖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린 장남인 내가 가족을 떠맡기는 무거운 책임을 진데다가 이해 못할 유언에 상처까지 안고 살아가야 하다니요.’

‘평소 아버지가 나에게 무슨 한이 있어서 임종 때 그런 무서운 발언을 하셨을까?’ 그렇다고 이것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평판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혼자 이 일을 가슴 속에 묻고 수십 년 간을 살아옵니다.

그런데 어느 때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마음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기도하던 중에 갑자기 눈물이 흐르면서 아버지 유언이 떠오르고 이런 기도를 합니다. “맞습니다. 아버지, 나는 악합니다.” 이렇게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근본적인 허물을 직시하면서 소천하신 아버지의 유언을 신앙적으로 수용하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 악담 같은 유언을 녹여버립니다. “아버지가 이런 큰 신앙적 교훈을 주시려고 유언을 하셨구나!” 그때 아버지를 용서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신앙적 치유를 받고나서 종종 이런 생각이 하셨답니다. “그래, 나는 악한 자야! 이 말씀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동안 수없이 방황하고 방랑했을지도 말라. 그 말씀이 나를 붙잡아 매는 닻줄이었어. 나의 죄성을 깊이 돌이켜 보고 다시금 하나님의 은혜를 쳐다보도록 했어”

오래 힘들게 했던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었다고 여겼는데 어느 날 새로운 일이 터집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듯했습니다. “너의 아버지가 한 유언은 원래 그것이 아니었단다.” 겨우 수습을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듯한 일에 놀랍니다. “아니라니요. ‘너는 악해’라고 하신 것이 아니면 뭐였단 말입니까?” 그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은 너무도 황당하고 기가 막힌 대답이었습니다. “너의 아버지가 너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너는 악해’가 아니라, ‘너는 약해!’였단다.”

16살짜리 장남, 착하기만 했지 어떻게 세상을 헤쳐 나갈까 걱정되어서 아버지가 숨을 참아가면서 “너는 약하니 강하게 살아야한다”는 의미로 하신 유언인데 그것을 “너는 악해”로 알아들은 것입니다. 류목사님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빙그레 하늘을 향해 웃었다. 이 기막힌 사실을 배우는데 40년이 걸려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 먼저는 악으로, 그 다음에는 약으로 - 나를 가르치는 그분을 향해 크게 웃었다. 아마 하늘에 계신 두 분의 아버지께서도 함께 웃고 계실 것임에 틀림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 그렇지 어찌 내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실 수 있었겠어!’ 악(惡)과 약(弱)은 하늘과 땅 차이처럼 다르지만 동시에 신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악한 아들, 약한 아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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