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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기독교를 망치는 눈 먼 기독교 사랑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1-02-26 (토) 16:54 13년전 4206  

 

                                                          인터넷신문 www.veritas.kr에 <김성칼럼>으로 연재 중

                                             

                                                         기독교를 망치는 눈 먼 기독교 사랑




<진리보다 기독교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은 기독교보다 자기 교파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예수세미나’의 창설자인 로버트 펑크가 자신의 책 ‘Jesus for a New Millennium: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서문에서 인용한 사무엘 테일러 콜러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의 말입니다. 18세기말~19세기 초를 살았던 콜러리지의 이 한마디 말이 지금의 한국교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예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기총 해체운동에 나설 것을 공언한 교계원로 손봉호 교수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기독교 역사상 가장 타락한 상황”이라고 개탄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작 한국교회를 타락시키는 장본인들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진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진리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기독교를 사랑한다는 망상에 빠져 있습니다.

며칠 전 인터넷에 중국 간쑤성(甘肅省) 샤허(夏河)에 있는 티베트불교 사원 라부렁사(拉卜楞寺)에 한국기독교인 세 명이 현지인을 시켜 성경구절이 새겨진 말뚝을 박은 사진이 관련내용과 함께 올라왔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기독교인들의 이런 몰상식하고 배타적이며 정복적인 선교활동을 보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샤허는 전체 인구의 78%가 티베트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라부렁사(拉卜楞寺)는 ‘생불(生佛)이 거처하는 사원'이라는 의미로 티베트인들이 성지(聖地)로 여기는 사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그곳까지 찾아가서 저들의 신앙의 혈맥(血脈)을 끊어놓겠다며 말뚝을 박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저들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저들에게 한국의 기독교인이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정신머리를 가진 사람으로 여겨질까요? 봉은사 법당에 들어가서 손들고 ‘땅밟기 기도’를 한 철부지 기독교인들이 그 사찰주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비는 망신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이 엊그제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더니 이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남의 나라 성지에까지 찾아가서 그들 신앙의 맥(脈)을 끊어놓겠다며 말뚝을 박는 짓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민족의 정기(精氣)를 끊어버리겠다며 조선의 명산(名山)을 찾아다니며 쇠말뚝을 박았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만행과 그 발상이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문제는 이런 짓을 자행하는 자들이 스스로를 옳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철부지 만행을 기독교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된 기독교 사랑이 기독교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몇 해 전(2008년) 여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의 모교회 홈피에 <이순신은 사탄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성리학의 이교도 만행이 극에 달했던 사탄의 왕국 조선’을 정벌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8~1600)에게 ‘조선을 정벌하라며 십자군원정의 천명(天命)을 내리셨다’는 겁니다. 이 천명(天命)을 받들어 ‘십자가 깃발을 앞세우고 조선전장에서 고귀한 희생을 무릅쓰고 피 흘려 싸우신 고니시는 비록 왜군이었지만 참 주님의 종’이었고 이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은 ‘불신자요 주님의 주(主) 자(字)도 모른 지옥권세에 속한 사람’이므로 ‘이교도의 괴수’, 곧 사탄이라는 주장입니다. 문제의 글은 “고니시 덕에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에서 이교도 괴수 이순신을 도륙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끝맺고 있습니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고니시 유키나가가 조선 정벌의 선봉에 나선 것은 당시 큐슈지방에서 급격히 세를 불려가던 기리시단(吉利支丹; 막부시대에 크리스천을 일컬었던 말)에 위협을 느끼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6~1598)의 정략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큐슈는 그리스도교로 귀의한 영주(領主)와 토호(土豪), 농민들의 수가 많았던 곳으로 히데요시는 이들을 조선침략전쟁의 전장(戰場)으로 내보내 자연스럽게 기리시단세력의 몰락을 꾀했던 것입니다. 사실(史實)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두 번에 걸친 왜란(倭亂)을 ‘이교도 조선에 대한 십자군원정’으로, 그 선봉에 선 왜장(倭將)을 ‘주님의 참된 종’으로, 그에 맞서 나라를 구하려고 싸우다 순국한 이순신 장군을 ‘이교도의 괴수,
사탄’으로 서슴없이 주장하는 기독교인은 과연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일까요? ‘십자군원정’이라니 아니 조선이 잃어버린 일본의 성지(聖地)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역사에 대해서든 신앙에 대해서든 무지(無知)는 제아무리 경건과 거룩으로 위장해도 무지일 따름입니다.  

맹목(盲目)은 멀어버린 눈을 말합니다. 눈이 멀었으니 보지 못합니다. 보지 못하니 분별(分別)하지 못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타락상을 주도해가는 기독교인들은 진리에 눈먼 체 맹목적인 기독교사랑, 교회사랑, 자기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진리가 아니라 자기종교, 자기교단, 자기교회, 그리고 결국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눈 먼 사랑이 기독교를 망치고 있습니다. <진리보다 기독교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은 기독교보다 자기 교파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콜로리지의 혜안(慧眼)에서 나온 이 한마디의 뜻을 지금 한국교회는 깊이 새겨보아야 합니다.  

(2011.2.27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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