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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미노제(Numinose)

육순종 (서울북노회,성북교회,목사) 2011-11-04 (금) 11:15 12년전 14060  
"누미노제"(Numinose)란 말을 들어보셨지요?
이 말은 독일의 신학자 루돌프 오토(Rudolf Otto)가 한 말로,
인간이 거룩한 존재 앞에 섰을 때 자신이 진실로 피조물임을
존재론적으로 통감하는 감정적, 미학적, 직관적체험이라고 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누미노제는 "거룩의 체험"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이 누미노제 체험 안에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신비하고 매혹적이며 두렵고 떨려오는 요소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토는 모든 종교의 시작에는 이런 누미노스적 차원이 실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지난 여름 쏟아 붓는 빗줄기를 보면서
저의 원초적인 '누미노제'라고 부를만한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입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은 너무 분주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해 여름도 저희들과 휴가를 지내실 겨를이 없으셨습니다.
어린 저는 해수욕장이 무척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리다고 보내주시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궁리하던 끝에,
어느 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쳐다보다가 번쩍 생각이 스쳤습니다.
곧바로 옷을 다 벗고 팬티 바람으로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목적지는 아버님 집무실 앞이었습니다.
집무실 앞마당에서 저는 소리를 냅다 지르면서 뛰어다녔습니다.
해수욕장에 보내달라는 일종의 시위였습니다.
인자하신 아버님은 어이없는 저의 행동을 꾸짖지 않으시고
삼촌과 함께 해수욕장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날 빗속을 달리면서 제가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이었습니다.
온 몸을 적셔오는 그 빗줄기가 그렇게 청량하고 충만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를 쏟아 붓는 잿빛 하늘이 너무 푸르고 따뜻했습니다.
아마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은혜의 단비로 온 몸과 영혼을 적시고 싶은,
아직은 숙성하지 못한, 감추어진 열망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뛰면서도 왠지 눈물이 났으니까요.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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