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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낙엽을 쓸며!

이선규 (서울남노회,대림다문화센터,목사) 2011-11-24 (목) 16:37 12년전 2290  
 


                낙엽을 밟으며!

교회 주위에 아파트 경비원에게 반찬 나누는 일을 시작 하였다.

어제  아파트 마당을 들어서니 경비원 아저씨가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을 쓸고 잇다

낮부터 불던 바람이 마당한 구석에 낙엽을 한 무더기 몰아다 놓았다.

‘아저씨 낙엽이 많이 떨어져 소고가 많으시네요?’

아직도 한 열흘은  땀을 더 흘려 야지요.  싸늘한 바람에도 추운 줄도 모르고 낙엽을 치우는 아저씨와 대화에서 낙엽의 향수에 젖어 본다.   

 저 낙엽들은 의지하고 달려있던 제 어버이 나무에서 떨어져 거센 바람이 부는 대로 저항 없이 굴러다니다가 아파트 구석에까지 왔는데 또다시 바람에 굴러간다.


 붉은 한 개의 단풍잎 아니, 하나의 생명이 분명한 작고도 진솔한 심장 하나를 , 형언할 길이 없이 아름답고도 처절한 붉은 잎 새 하나를 ,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진다.


  어찌 저 붉은 진실을 어찌 생명 없는 물체라고 죽음의 잔해라고만 할 수 있으랴 감정이 없는 꿈의 껍데기 만이라고 할 수 있으랴.

  비록 벌레 먹은 상처는 선연해도 붉고 누르고 타드는 듯 제 마음 제 느낌을 송두리째 몸에 새기고 물들인 낙엽은 한 생명의 결정이자. 최후이며 붉은 절규이자 허무이고 절망이자 환희가 아닌가.


의사 전달이란 인간만이 가진 수단은 아닐 듯하다.  새는 소리로 몸짓으로  풀포기는 잎 새 와 꽃으로 바람이 없어도 스스로 짓는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할 것이다.


제 나름의 방법으로, 또는 수단으로 표현하며 의사를  소통하며 살 것이다. 검고도 붉고 누르고도 찢겨진 한 장의 낙엽에는 한 생애 목숨이 거쳐야했던 애환이 그대로 담겨졌으리라.

 그 뿐 만이겠는가?  천둥치고 번개 치던 울분과 증오 일 수도 있고 , 먹구름이 쏟아 붓던 장맛비의 원한도 자국이 졌을 것이다.

 지난 봄 산천 을 뒤흔들던 뻐꾸기 울음도, 푸른 잎 새마다 붉게 아니면 검붉게 피 멍이 들었으리라. 


 지금은  11월 늦가을, 아직 겨울은 아니다 따라서 동짓달도 아니다. 그러나 도처에서 신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경건한 신앙심을 느끼게 하는 낙엽의 세상, 앙상한 빈 가지만 바람 속에 남겨 둔 채 추락하여  흩어져 가는 허무의 세상 일 뿐이다.

 그 허무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 숭고함은 절망이 아니라 환희라고 해야 옳으리라.


떨어져 누운 한 장의 낙엽 같은 말 한 마디가,  그 한 장의 낙엽 같은 위로가 그리워진다. 저 핏빛 낙엽 한 장으로 집약된 언어를 찾고 싶다. 딱 한마다로 충분한 언어를 , 그 한마디의 말을 찾아 기도문처럼 외이며  낙엽 한 장만큼 경건해 지고 순수해 지고 겸허해 지는 참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낙엽을 밟으며 인생의 황혼기를 생각 해 본다. 그 무엇에 매달려 젊음 을 불태우다가 저 낙엽처럼 내 박쳐진 인생의 그 모습,  오로지 모든 것을 자식들을 위해 목숨을 걸 듯 자식 하 나 만을 바라보면서 어느 텃밭을  내 놓기도 했고 자신의 분신과  같이 키우던 소를 자식 놈 공부시키기 위해서 팔기도 하였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 “한 많은 이 세상 야속도 하다”라는 가사가 있다.

정말이지 우리들의 어버이들은 한 많은 세상을 살아오셨다.  나이가 들고 늙으면 누구나 평  준화 된다고 하지 않나!  볼품이 없고 추하고 냄새나고 매력이 없어진다. 제아무리 젊을 때  기고 나는 사람이라고 해도 별수 없는 법,

  

요즘 젊은 들은 노인 들을 싫어한다. 냄새나서 싫고 병들어서 싫고 볼품없어서 그런 다고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들의 어버이들도 젊고, 패기 넘치고, 저 나무가 무성했을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언제 가는 늙고 병들고 볼품없는 노인의 때가 온다는 것이다.

마침 평소 사랑했던 초등학교 후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갈이 왔다.


어머니를 떠나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  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느냐  낙엽처럼 어디로 혼 자 떠나고 있느냐? 한 밤중에 이는 바람 소리에도 나는 이제 무심히 들리지 않는다. 이상 한 소리를 품은 바람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베개에서 귀를 소스라뜨리며 행여 사람들의 죽 은 혼이 밤이면 저렇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해 본때도 있었지.


인생 낙엽 지듯이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하고 있으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 승룡님의 시 귀가 떠오른다.


많은 이들 나에게 하는 이야기 있는데,   알아듣지 못할 때 많이 있다.

나 위한 정직한 충고 멀리하고,          나 위한 솔직한 의견 무시했으니

이제 아무도 말하지 않기 전,            난 좀 더 들을 수 있는 자가 되어야겠다.

가난한자의 소리,  외로운 자의 소리들,  신음하는 자의 소리들, 저 형제의 고통의 함성.

너무도, 너무도 외면하여 모른 체 ,

귀를 닫고 살아 왔다.  주여! 내 귀 열어, 많은 음성 듣게 하시고 , 겸손히 받아 들여 , 새로워지게 하소서!

낙엽 지는 소리를 통하여 주님께서 나에게 들려오는 듯하다. 이 늦가을에 더 많은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것 같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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