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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패자의 법칙

김성 (서울동노회,예수원교회,목사) 2013-03-28 (목) 15:43 8년전 2694  
패자의 법칙
 
<전세는 점점 더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기대하였던 구원군은 오지 않는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식조차 없다. 어찌하여 구원군은 오지 않는가?> 1453년 5월의 어느 날, 비잔틴제국의 마지막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제국의 종말을 며칠 앞두고 신음처럼 내뱉은 탄식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의원이 비잔틴제국을 함락시킨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2세와 비잔틴제국의 마지막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를 두 주인공으로 내세워 <술탄과 황제>라는 제목으로 천년의 영화를 누린 비잔틴제국의 종말을 그린 역사소설을 썼다.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두고 벌어진 54일간의 치열한 공방전을 꼼꼼한 역사적 고증과 사실에 입각해 쓴 이 책이 소설로 분류되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이 순전히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쓴 가상의 일기와 비망록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두 군주의 일기와 비망록이란 형식을 빌려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마치 전쟁 당사자가 기록하듯이 소개하고 있다.
 
날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제국이 바뀌고, 군주가 바뀌고, 마침내 신이 바뀐 전쟁, 천년 비잔틴제국에 종말을 가져온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서 마지막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서방 기독교세계의 지원군을 간절히 바랬다. 이교도 이슬람제국의 말발굽아래 짓밟히는 것을 그리스도 신앙형제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는가? 황제는 서방 그리스도교 형제국가들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도성 대부분의 시민들과 성직자들이 굴욕감을 느끼며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동서교회의 통합마저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교회는 이미 1054년 서방의 로마가톨릭과 동방의 정교회로 분리되어 있었다. “교황은 태양이고, 황제는 달이다”라고 생각하는 로마가톨릭의 수장 교황의 지원을 받으려면, 비록 교황의 최종허락을 받은 4차 십자군이(1203년) 같은 그리스도교 형제국인 비잔틴제국을 유린한 끔찍한 배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을지라도 교황에게 원군(援軍)의 굴욕적인 손을 내밀어야 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 시민들과 성직자들은 4차 십자군이 제국의 영혼의 심장부인 하기아 소피아대성당까지 도적떼처럼 난입해서 성물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약탈해간 신성모독적인 만행 이후로 로마가톨릭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제국의 운명이 위태롭다고 해도 비잔틴제국의 정교회가 로마가톨릭의 교황 밑으로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황제의 신하 가운데서도 “나는 이 도시에서 추기경의 모자를 보느니 차라리 술탄의 터번을 보는 편을 택하겠노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자가 나올 지경이니 서방교회에 대한 일반 민중들의 감정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지원군이 절실히 필요했던 콘스탄티누스 11세는 1452년 12월 12일, 하기아 소피아대성당에서 동서교회통합율령을 반포하고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통합을 선언했다. 콘스탄티노플시민들과 성직자들은 하기아 소피아대성당에서 예배드리지 않는 것으로 황제의 결단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 11세가 신앙적 굴욕과 정치적 반대를 감수하면서까지 그토록 간절히 얻기를 원했던 서방 형제국가들의 구원의 손길은 끝내 오지 않았다. 고작 7천명의 군사로 8만의 오스만군대의 침공에 맞서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는 비잔틴제국에 교황은 고작 무기와 식량을 실은 세 척의 배를 보냈을 뿐이다. 콘스탄티노플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자국의 경제이익이나 부지런히 계산하기 바빴던 나라들도 있었고 술탄의 협박을 받고 오금이 저려 형제국가가 오스만군대에게 짓밟혀도 꼼짝도 않은 나라들도 있었다. 심지어 돈을 받고 오스만군대의 용병이 되어 같은 그리스도교 형제들을 살육하는 데 주저 없이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이들에게 신앙양심적인 행동을 기대했던 황제가 그저 측은할 뿐이다. <성벽보다 먼저 마음이 붕괴되는 것, 그것이 패자의 법칙이다> 소설 속에서 술탄 메흐메드2세가 비망록에 남긴 말이다. 콘스탄티노플을 천년동안 지켜 온 테오도시우스 삼중성벽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하나 되었던 사람의 마음부터 무너진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하나였던 형제들조차 비잔틴제국의 종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최후의 만찬을 마친 후, 예수는 제자들을 위해 마지막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요한복음(17장)에만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이 기도의 핵심은 제자들이 <하나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17:11>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요1:21)>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그들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요17:22)>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요17:23)>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는 부모까지 나서서 자리다툼을 일삼은 형제들도 있었고(마20:20~24), 멸망의 자식도 있었고(요17:12), 예수를 저주하면서까지 부인한 제자도 있었다.(마26:74) 예수가 체포되는 순간,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도망가기에 바빴다.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막14:50> 제 욕심을 쫓아, 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이런 제자들을 세상에 남겨 두고 홀로 십자가를 향해 발걸음을 떼는 주님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아버지여,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제국도, 국가도, 교회도, 가정도, 한 개인의 영혼조차도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할 때 망하는 법이다. 성벽보다 먼저 마음이 무너진 비잔틴 제국을 바라보며 술탄 메흐메드2세는 말했다. <이것이 패자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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