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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상

"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윤상 (전북노회,성야고보교회,목사) 2014-06-12 (목) 14:11 9년전 2086  

2014년 3월 16일 사순절 둘째주일 경동칼럼 


 "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흠뻑 적셨습니다. 겨우내 움츠린 대지는 메말랐던 갈증을 풀고 생동하는 기운의 기지개를 펴겠죠? 기지개 켜듯 꽃샘추위도 가볍게 안으며 이제 우리는 생명이 움터오는 기쁨을 보게 되겠죠? 그래서 인지 옛 선현들은 이 계절을 '봄'이라 했나 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생동하는 기운만은 아닙니다. 오늘 아침 잔뜩 긴장한 채 앞다리를 절룩거리며 불안한 걸음을 하는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사람과 마주치차 겁에 질려 위태롭게 도망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왜? 고양이가 앞다리를 절까? 고양이가 담을 넘다 다리를 접질렸을까요? 그럴리 없지요. 아마 추적추적 비 내리던 지난 밤 교통사고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너무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며 잔뜩 겁에 질린 그 고양이는 잘 살아 갈 수 있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생활고로 삶을 마감한 이들을 생각하면 고양이가 뭐 대수냐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는 생활고로 생을 달리한 이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무관심합니다. 언론에 보도되면 당시에는 관심을 보이다 그마저도 시들해집니다. 저마다의 삶의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관심을 돌릴 만큼 삶이 말랑말랑하지 않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분이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가난한 자는 힘든 일을 하면서 박해를 받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정의를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갈채를 받습니다" 교황께서 말씀하시는 요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2013년 11월 24일 교황청의 홈페이지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문이 공개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충격을 던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문 중 경제불평등이 오늘날 살인자와 같으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써 싸울 것을 촉구한 취지가 담겨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문 53항에서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규제였던 것처럼,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래서는 안돼"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들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을 하다가 죽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는 반면,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 뉴스가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것은 배제의 사회다.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음식이 버려지는 상황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나? 이것은 불평등의 사회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저는 선배이신 김재준 목사님의 길, 장준하 선생님의 길, 문익환 목사님의 길, 문동환 목사님의 길, 은명기 목사님의 길, 강원용 목사님의 길을 따라 왔습니다. 잘못된 세상에 분노하지만 저는 사회 변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저 하나만이라도 바른 삶을 살려 합니다. 그런데 제 안에 소용돌이가 일어납니다. 제 안에 모순들이 충돌합니다. 브라질 돔 헬더 까마라 대 주교가 한 말은 제 내면의 소용돌이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가난한 사람들이 왜 빵이 없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한다.  (When I give food tothe poor, they call me a saint.  When I ask why the poor have no food,they call me a communist.) " 


저는 가난한 이들에게 빵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빵이 없는지 묻게 되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세상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의를 이야기하면 저는 불편했습니다. 제 내면의 소리입니다. "차라리 사회운동을 하지, 왜 목사로 살아?"


목사가 정의를 외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고린도전서 13:2-3) 


그리스도인에게 정의는 십자가에 자신을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을 보고, 그 사랑으로 이웃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극한 사랑이 없는 정의는 나의 의를 드러낼 뿐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나라를 이루지 못합니다. 


사순절의 맞아 지극한 사랑으로 하느님의 나라와 뜻을 이루는 정의로운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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