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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저자 이상호 목사를 만나다

이상호 (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4-11-21 (금) 16:23 9년전 7260  
'기다림'의 저자 이상호 목사를 만나다
기다림, 쐐기골 양지목사 이야기
2014년 11월 13일 (목) 12:03:09 박은자기자 pulbat@hanmail.net
   
▲ 이상호목사
[기다림]의 저자 이상호 목사를 만나러 가는 쐐기골 구불구불한 길을 걷다보니 늦가을 깊어진 바람이 따라오며 수런거린다. 풀벌레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빈 들판엔 참새 떼가 날고, 길가 산등성이에는 노랗게 핀 산국 향이 발걸음을 잡는다. 저만큼 숲속에서 교회가 정답게 반긴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죽 늘어선 탁자, 먼지조차 향기가 있을 것 같아 닦지 않고 그냥 앉았다. 세광교회 담임 이상호 목사는 출타중이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온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나무 아래 앉으니 낙엽을 끌고 다니던 바람이 내 몸 구석구석 소리 내며 씻는다. 아, 정말 시골이다. 쐐기골 이름처럼 골짜기 깊은 곳에 앉은 교회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저자 이상호 목사는 무엇을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것일까? 저자를 기다리는 동안 이상호 목사의 저서 [기다림]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종소리, 쐐기골에 울려 퍼지다.’가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짤막한 글이다. 단숨에 읽고 나서 교회 마당을 둘러본다. 아, 정말 종탑이 있다. 얼른 다가가서 종 줄을 잡아 당겼다. 순간 땡그렁! 울려 퍼지는 종소리, 서른 번쯤 치고 싶었지만 세 번만 치고 얼른 종 줄을 놓았다. 그 종소리 때문이었을까? 승합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이상호 목사가 사모와 함께 내린다. 이상호 목사, 상대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좋은 인상이다. 그가 안내하는 사택은 1층이고, 2층은 ‘엔학고레’라는 이름을 가진 찻집이다. 찻집이라고 하지만 찻값이 없는 참 좋은 찻집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모님이 다과를 내놓는다. 차를 마시면서 이상호 목사에게 물었다.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이상호 목사의 대답은 한 편의 시다.
“책 앞머리에 ‘기다림’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권두시 ‘기다림’처럼 저에게는 늘 많은 기다림이 있습니다. 목회수기를 내면서 제목을 기다림으로 정한 것은 107쪽에 있는 ‘멈춰지지 않는 기다림’에서 따온 것인데.......”
갑자기 이상호 목사는 말을 멈춘다. 나는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평생을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성도님 가정이 교회를 떠났는데, 도무지 그들 가정을 향한 기다림이 멈춰지지 않는 겁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세광교회는 작은 교회다. 교회당이 있는 곳은 열대여섯 채 정도 되는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깊은 골짜기, 이 마을을 지나서는 더 갈 곳도 없는, 그래서 쐐기를 박듯 쐐기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주일이면 시끌벅적 떠들썩해진다. 마치 잔치가 열리는 것 같다. 시낭송회라든가 혹은 음악회가 열리면 교회 마당은 사람들로 꽉 찬다. 때때로 마을잔치가 교회 마당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20년 전 쐐기골로 들어가서 농촌목회를 시작한 이상호 목사, 그는 학창시절 해보지 못했던 반장을 쐐기골에서 해 보았다고 말한다. 시골마을에서 반장을 맡은 이상호 목사, 그가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도 푸근하다. “지금은 동네 사람들이 교회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교회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몹시 냉담했지요. 교회는 동네 한가운데 떠 있는 외로운 섬 같았어요. 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밥을 먹고, 논두렁이나 밭두렁 혹은 길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인사를 하고,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열심히 참석을 했어요. 또 교회 행사에 마을 사람들을 초청했고요. 이제는 교회와 마을이 절친이에요.”

쐐기골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서 사는 이상호 목사, 그가 즐겨 글을 쓰고, 즐겨 사진을 찍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상호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일기를 써 왔어요. 목회를 하면서 목회수기를 지속적으로 써 온 것은 어릴 적 일기를 쓰던 습관입니다. 또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평온해지고 따뜻했어요. 마치 하나님이 제 등 뒤에 서 계신 것처럼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이상호 목사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 욕심도 생깁니다. 이왕이면 수필가로 등단하고 싶고, 작가로서의 삶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제 글이 결코 잘 쓰는 글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착하고 온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따뜻한 모습으로 번져갔으면 해요. 누군가 기다림을 읽고 잠시 옛 추억에 잠기고, 기다림을 회복하고, 또 행복해진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이상호 목사는 추천사를 써 준 나태주 시인과 각별한 정을 나누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보내오신 몇 편의 글을 읽어보았지요. 흔히 인용하는 말에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역시 목사님의 글은 목사님의 분신이었고, 목사님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목사님의 글은 다른 목사님들의 글과는 다른 무늬를 가진, 인간적이고 솔직하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글은 사람이다’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느껴지는 점은 이상호 목사님은 지극히 꿈이 많으신 분이란 점입니다.

 이러한 점이 이 분으로 하여금 목회의 길로 이끌었고, 또 오늘날 글 쓰는 목사님으로 안내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왜 이상호 목사님이라고 젊은 날 목마름이 없었고, 울분과 답답함이 없었겠습니까? 그 모든 것들을 가슴에 안고 새기는 방법이 아마도 그분의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해봅니다. 시간은 흐르고, 인생도 흐릅니다. 세상도 흐르고, 사물도 흐릅니다. 흐르는 온갖 것들 가운데서 흐르지 않고 더욱 맑아지고 더욱 깊어지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영혼이요 내세에 대한 신앙이요 또 우리들이 살면서 남긴 글과 같은 정신적 자취입니다. 얼핏 글이 별스럽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글은 위대한 것이고, 책은 더욱 훌륭한 것입니다.”

글쓰기가 즐겁다고 말하는 이상호 목사, 그가 세상에서 가진 직함도 많다.
“한 교회에서 오래 섬기다보니 교단에서는 물론 지역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하나님으로 인해서 살고, 하나님으로 인해 의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세광교회 성도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상호 목사가 들려주는 세광교회 이야기는 정말 뜨겁고 아름답다.

“우리 교회에는 지금도 여전히 장애를 가진 분들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성도들은 장애인들을 가장 먼저 우선하고 있어요. 식사를 할 때도 장애인들 먼저 챙깁니다. 예전에 장애인들에게서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며 교회를 옮겨간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냄새가 나기도 했겠지요.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사람에게서 냄새가 난다면 그건 생명이 있다는 뜻이고, 또 건강한 사람들로 하여금 할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혹 씻지 않아서 냄새가 난다면 함께 목욕을 가면 되는 거고요. 또 아파서 냄새가 난다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 거지요.”

세광교회에 함께 기거하던 장애인들이 지금은 대형화된 시설로 모두 옮겨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인 이상호 목사, 그는 장애인들과 나들이를 즐겨한다. 이상호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애인들은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누군가 마음을 써 주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자주 장애인들과 나들이를 합니다.”

이상호 목사의 저서 [기다림], 그는 저서를 통해 삶 자체가 기다림이라고 피력한다.
민주가 억압되고, 불의가 자행되던 현대 역사의 어두운 시절, 민주가 꽃피우기를 갈망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었다. 행동하는 목회자였다. 지금도 가끔 그 옛날 예배당 안에서 터졌던 최루탄 가스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이상호 목사, 그는 여전히 옳은 목소리 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의 가슴에는 통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뜨겁다. 아름다운 가을, ‘기다림’을 읽으며 우리가 가슴에 품어야 할 기다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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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cwmonitor.com/news/articleView.html?idxno=41056

신솔문 2014-11-22 (토) 07:26 9년전
기자 분에 대해서 모르지만 인상깊은 인터뷰 기사입니다. "기다림"이라는 말이 가슴에 확 꽂힙니다. 대림절 앞두어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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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2014-11-22 (토) 10:33 9년전
이곳에 글을 올리면 보는 분이 많지 않은데
신목사님이 읽어주셨군요.
글 잘 쓰는 기자를 알아주심도 고맙습니다.
우리 교단 목사의 아내, 즉 사모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자 크리스찬신문 기자이십니다.
언제 오프라인에서 보고 싶은 목사님인데...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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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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