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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김민수 (서울북노회,한남,목사) 2014-12-05 (금) 21:39 9년전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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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겨울맞이를 하고 있습니다.

겨울맞이를 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방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나무의 방식은 모두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나뭇잎을 놓아버리기 전, 자기 속에 품고있던 색깔들을 드러냅니다. 봄의 연록과 여름의 청록,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과정이 단풍이 드는 과정이지요. 그리고 자기의 속내를 모두 보여준 후에는 나뭇잎을 전부 놓아버립니다. 나뭇잎을 놓아버리면 광합성작용이 멈추고,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던 나무는 이제 제 몸에 있는 물을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배출합니다. 그렇게 배출을 해야만 추운 겨울에도 나무가 얼어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텅 빈 충만의 지혜를 배웁니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 오로지 쌓아두거나 축적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우리 삶에서 비워야 할 것들, 없어도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소유욕이라는 바구니에 가득 채우려고 할 수록 우리의 삶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뭇잎을 모두 놓아버린 겨울나무를 보면서 텅빈 충만혹은 비움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는 천천히 자랍니다.

사람의 눈에 나무가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른 봄 연록의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자라는 모습 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도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환경이 척박할 수록 나무는 천천히 자랍니다. 천천히 자란 나무는 단단하고 향이 깊습니다. 그리고 작아도 나무의 모양이 멋지지요. 한 계절 혹은 두 계절 사이에 급성장한 나무는 무르고 여름가뭄이나 겨울 혹한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거목이 되지 못합니다. 거목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천천히 자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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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향이 가장 깊은 곳은 옹이랍니다.

옹이는 나무에 상처가 생겼을 때 아물며 생긴 흔적입니다. 나무의 향이 가장 깊은 곳일뿐 아니라 가장 단단한 곳이기도 하지요. 삶에서 만나는 상처 혹은 고난, 그것은 우리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향기를 깊게 하고, 우리를 연단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좌절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상처가 너무 깊으면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살기 힘들다는 것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상처를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포기하지 않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그 상처를 극복하여 더 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시길 바랍니다.

 

나무는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지만큼 나무의 뿌리는 뻗어있다고 합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균형을 이룬 것이지요.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제주도 해안가에 서있는 나무의 가지들은 육지쪽으로 향해있습니다. 뿌리는 어디를 향해 있을까요? 바다입니다. 그래서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언젠가 태풍에 뜰에 있는 팽나무 가지가 부러졌습니다. 가지치기를 하는데 동네 어르신께서 상하지 않은 반대편의 가지들도 잘라주어야 균형을 잃지 않은다고 하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세상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외모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히게 여겨줄 줄 아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균형이 잡힌 나무처럼 건강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여러분은 균형잡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요? 보이지 않는 다고 소홀히 여기지 마시고, 그것이 자신의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중요한 것임을 잃지 마십시오.

 

나무가 잎을 놓아버린 자리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거기엔 꽃눈이 있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진 이유는 꽃눈이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가을에 낙엽이 질 무렵 꽃눈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꽃눈은 겨울을 나야합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을 맨 몸으로 나야만 봄이 연록의 새순이 그것에서 돋아나는 것입니다. 참 재미있지 않나요? 씨앗도  꽃눈처리를 해야만 봄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꽃눈처리란 영하의 온도에서 최소한 15일 정도를 보내야 하는 것인데, 저온처리라고도 합니다. 겨울, 추위 그것은 고난을 상징하지요. 그런 고난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연록의 새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우리 삶도 꽃피고 열매맺으려면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삶에 고난이 찾아올 때그것은 나를 절망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꽃 피우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무는 단단한 것 같지만 부드럽습니다.

이른 봄 쑥쑥 자라는 나뭇가지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만져보시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릅니다. 그렇게 부드럽기 때문에 나무가 자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 나무의 부드러움을 보면서 내유외강의 지혜를 배웁니다. 경직되어 있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고, 경직되어 있는 사람도 깊어질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것은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키워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나무는 상록으로 겨울을 납니다. 상록의 나무들을 보면 이파리가 바늘처럼 뾰족하지요그래서 여름에는 넓은 이파리를 가진 나무들보다 광합성 작용을 풍성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목마를 수 있지만, 그 목마름이라는 것은 인내할 수 없을 만큼은 아닙니다. 이런 상록의 나무는 제 몸에 물을 많이 저장하고 있지 않아서 겨울에도 조금씩 물을 끌어올려야만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이파리가 필요한 것이지요상록의 나무는 상록의 나무대로 활엽수는 활엽수대로 이유가 있어 나뭇잎을 간직하기도 하고 떨구기도 합니다. 때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이 구분을 잘 해야 마음 넓은 사람이 될 수 있지요.

 

겨울입니다.

잎을 모두 놓아버린 앙상한 나무, 그러나 그 속엔 봄과 여름과 가을이라는 꿈이 가득합니다. 겨울 숲의 빈 공간에 그러한 꿈들을 채워놓은 것이고, 그 꿈은 아직은 꿈이기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보이지 않는 꿈을 볼 줄 아는 것여러분의 꿈이 지금은 현실이 아니기에 보이지 않지만 꿈을 꾸는 이들은 반드시 그 꿈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겁니다


이상호 2014-12-11 (목) 07:41 9년전
나무에 대한 깊은 묵상입니다.
김목사님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과 글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그 자리 말입니다.
은혜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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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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