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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15-01-05 (월) 14:12 9년전 14620  

1.

오늘 새벽기도회 요한복음 2장의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 이야기 나누었습니다(<생명의 삶> 순서). 많이 알려져 있고 그전에 이 본문 다룰 때 잠깐 언급했었던 한 일화가 어제 밤에는 새삼스럽게 마음에 깊게 와 닿아, 이것을 새벽기도회 메시지의 중심으로 했습니다.

시인 바이런(Byron) 이야기입니다. 케임브리지대학 재학시절, 기말고사 때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서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합니다. 시험 시간 내내 쓰지 않던 바이런이 마지막에 쓴 답안은 “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였고 이 답안은 교수님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겁니다.


주님을 이 물처럼 대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2.

막상 예배시간에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원고에는 있었던 글이 있었습니다(오늘 예배시간 1분 늦었어요^^). 수년 전 총회교육원 대림절 묵상집에 쓴 것입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를 읽을 때마다 콜린 맥긴의 논문 한 구절이 기억납니다. "어쨌거나 물질적인 두뇌라는 물이 의식의 포도주로 바뀐 것 같긴 한데 그러나 우리는 그 전환과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모른다." 마음의 신비를 지적(知的)으로 알 수 없다는, 한 물질주의자의 고백입니다.

사실 우리의 인생도 이러한 신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다만, 우리 신자들은 항아리에 물을 채운 하인들처럼 어떤 분이 역사 하시는지, 은총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해로운 것조차 오히려 선하게 바꾸시는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고(창 50:20),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님 역사를 위해서 우리의 빈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일입니다.

무엇이 바닥났는지 모른 채 즐기는, 가나의 잔치 속 하객처럼 연말의 세상은 떠들썩합니다. 우리 신자들은 이 와중에서 벗어나 하인들처럼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명령에 귀 기울이면서 송구영신을 준비해야 합니다. 빈 항아리를 준비하고, 그 안을 신심(信心)으로 채우고 주님의 손길을 앙모해야 합니다.

인생 항아리를 비우고 채우는 자세로 오늘부터 세모 기도회를 드려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주님을 물처럼 맞이하여 ‘성숙’해지고 주님의 도우심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잘 풀어가는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註]

바이런 일화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바이런의 답안은 사실 바이런의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었던 어떤 시를 적은 것이죠. 17세기 영국 시인인 리처드 크래쇼(Richard Crashaw)가 이 기적에 대해 쓴 짧은 시가 있다는군요. “The conscious water saw its God and blushed”(의식있는 물이 그의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조금 딱딱합니다. 그런데 원문은 정말 시적입니다. 라틴어 시를 드라이든(John Dryden)이 영어로 옮기면서 그렇게 되었는데, 라틴 오리지날은 이것입니다(라틴어 번역은 영어 중역합니다. ‘Nympha’는 ‘Lympha’의 동의어라네요). “Nympha pudica Deum vidit, et erubuit”(수줍은 물이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제가 보기에 오리지날이 바이런 것보다 더 시적(詩的)이네요. 무엇보다도 리처드 크래쇼는 매우 신실한 사람입니다.

처음 포도주보다 나중 포도주 좋았듯이, 바이런 이야기도 처음보다 나중이 더 좋군요!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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