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을 좋아합니다. 씨앗이 날아왔는지, 어느 해 시골 교회 사택 화단에서 피었을 때 ‘처음’ 보았습니다. 첫 인상을 돌이켜보면 과장되어 있습니다. 꽃을 훨씬 크게 보았고, 달이 뜨면 달맞이꽃이 ‘빵’하고 소리 내며 핀다고 여겼습니다. 아무리 관찰해도 ‘빵’ 소리 안 나서 그런 말을 한 아내에게 항의하니 ‘방긋’ 핀다고 했다네요.
도시에 와서는 한동안 못 보았습니다. 어느 해 바로 옆 세내(삼천)에서 많이 보이더군요. 그 해에 갑자기 꽃 피운 것이 아니라 아마 부임한 후 그때쯤 마음의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한 그루 캐오고 싶었지만 ‘불법’이라는 말을 얼핏 들어서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재작년 여름, 청년부 수양회 하는 장수군 팬션 담장 옆에 많이 피어 있길래 한 그루 가져와 예배당 화단에 심었습니다. 성공적인 정착은 아니었습니다. 작년에 달맞이꽃을 화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요.
새벽기도회 마치면 현관의 화단을 둘러봅니다. 봄에 아내가 달맞이꽃 싹이 난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개망초로 보였습니다. 낮에 공원의 개망초와 비교해보니 개망초더군요. 증거 사진도 찍어두었었지요. 다음 날 또 달맞이꽃이라고 해서 급기야 내기를 했습니다. “10만원”
지지난 주인가요, 두 말할 것 없이 패배를 승복했습니다. 달맞이꽃이 이렇게 나왔으니 달맞이꽃이지요. 성령의 인도받는 것인지 육정의 인도함 받는 것인지도 그 ‘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갈 5:16~26). 단 인간의 마음과 행동과 이 둘의 관계는 달맞이꽃보다 엄청 복잡해서 곧바로 단정하지는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