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토) 새벽 여느때와 같이 일어나서 주변을 산책한 후 수도원식 아침을 먹는다. 참 정갈한 식탁이다. 전통 수도원식 아침이 마음에 든다. 식후에는 다시 아침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떼제를 찾아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탈리아 기사와 소통부족으로 엉뚱한 길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소동으로 조금 늦었다. 이미 시작된 기도회에 참석했지만 어제의 감동이 다시 이어졌다.
예배 후에는 신한열 수사가 자기 일정을 접고 우리와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이미 책을 읽었고 길어지는 것 같아서 필자가 프로그램을 끊고 수도원 라운딩과 쇼핑을 제안했다. 1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마을 예배당과 묘원,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쇼핑도 제한 시간이 있어서 불야불야 십자가와 떼제음악 시디 등 꼭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다시 둘러보려니 금방 낮기도회 시간 때문에 문이 잠겨서 꼭 가보고 싶었던 침묵의 동산은 가보지 못했다.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낮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는 바로 스위스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런데 식당 배식구에서 진풍경을 보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장면이었다. 무려 3천 여명이 먹는 배식이니 얼마나 큰 볼거리인가. 그 큰 일도 역시 자원봉사자들로 섬기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하여 하니 모두가 기쁨가득이다. 식사도 죽, 과일 하나, 비스켓과 방 한 조각이 전부다. 맛있게 먹고 뭔지 모를 기쁨을 안고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다시 스위스 취리히로 무려 6시간을 이동하는 장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