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
 
 
 

토론 맹점[행시 면접/가상화폐 토론]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18-02-07 (수) 08:56 6년전 1940  

1.

 

앞글에서 토론/토의를 언급한 김에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하나 해볼까 합니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허무한 일을 적지 않게 겪지만,

그 중의 하나는 행정고시 3(면접)에서 탈락했을 경우입니다.

거기까지 오른 것 인정받지 못하고

내년에 1차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막막함을 가중시키지요.

 

교인들 일로 저는 시간을 두고 이 씁쓸함을 2번 겪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 두 분 다 3차까지 통과해서 그렇지

만일 그러하지 못했다면

쉽게 이 일을 꺼내지 못했을 겁니다.

상처가 깊어서요(저도 한나절 누워있었습니다).

 

행시 3차 시험의 관건은 그룹 토론이라고 들었습니다.

세심하게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토론이라는 명칭부터 바꾸어야할 것 같습니다.

 

토론에는 쟁점이 있고 이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존재합니다.

면접자들이 찬반으로 나누어져야 하는데

어떤 쟁점에서는 어느 측이 되느냐에 따라 유리하기도 하고 불리하기도 합니다.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평가 기관에서 그렇지 않은 쟁점을 정선하겠습니다만

이 외에도 공정한 평가를 막는 우연적 요소들을 배제하기 쉽지 않습니다.

 

토론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설득입니다.

핵심을 놓쳐도 발언자에게 언어적 순발력이 있거나

언어 구사력이나 포장 능력이 뛰어나면 평가자가 오판할 수 있습니다.

 

사실 행정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논쟁에서 이기는 능력보다는

주어진 당면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이 더 필요합니다.

혼자이든, 동료들과 함께이든

책상에 앉아서 많은 자료와 사례들을 검토하고 창의적 접근을 하면서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 말입니다.

이것이 곧 행정 능력이지요.

토론에 필요한 행정가는

대변인 뽑듯이 그들 중에서 소질 있는 분을 세우면 됩니다.

 

이런 점에서

행시 3차 면접은 토론보다는 토의가 적절합니다.

토의도 면접자들끼리 하게 하는 것보다는

마이클 샌델처럼

면접 주관자가 직접 논의를 이끌어가면서

면접자들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듯싶습니다.

 

 

 

2.

 

몇 주 전 JTBC에서

가상화폐에 관한 토론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교과서적으로 나쁜 토론자를 보았습니다.

무슨 협회 관계자이신데요.

 

현학적인 표현을 통해

핵심을 피해가려는 술수가 있었다는 것은 차치하겠습니다.

토론 기술이라면 기술이니까요.

 

하지만 상대편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조심해야 했습니다.

 

(1)

 

상대 측 시사평론가가 이런 비유를 들었습니다(그대로 옮기지는 못합니다).

 

아기를 키우면 성인(인간)이 되지만, 돼지 새끼를 키운다고 인간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가상 화폐가 현실적 화폐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였던 같습니다.

이 비유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은

비유를 무시하고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굳이 비유를 가지고 반박하려면

억지스럽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합니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 어린 돼지도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 토론자는

장난치는 것을 택하더군요(역시 그대로 옮기지는 못합니다).

 

아기나 돼지 새끼나 똑같이 젖을 빤다

 

 

(2)

 

논쟁 중에 선의의 51%”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수학의 게임 이론에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과학 이론이 수학 이론을 근거로 삼았다고 해서

그 과학 이론이 자동적으로 수학적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은 아주 많이 강한 개념입니다.

반박 불가를 함의합니다.

 

게임 이론이 수학의 이론이라고 할지라도

현실과 접촉하는 지점에 대한 몇몇 가정들이 있습니다.

그 가정 하에서

수학적 계산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게임 이론을 장착했다고

수학적 증명이 된 이론이 아닙니다.

 

이 나쁜 토론자께서 상대방 교수님께 갑자기 수학적인 증명을 요구하니

그 교수님, 당황해하시는 것이 역력하더군요.

그 짧은 시간에

이 속임수를 간파해내기 쉽지 않지요.

 

머뭇거리면서 이런 것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증명하는가...” 하셨는데요,

이러한 답변이 얼핏 꼬랑지 내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 정확히 반박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맹점 때문에

저는 토론보다는 토의를 선호합니다.

당회 회의도 토론보다는 토의에 가깝습니다.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츲ҺڻȰ ⵵ ȸ ѱ⵶ȸȸȸ ()ظ ѽŴѵȸ μȸڿȸ ȸ б ѽŴб ûȸȸ ŵȸ ŵȸ ȸÿ ѱ⵶ȸȸͽ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