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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직무유기'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20-02-11 (화) 06:39 4년전 2320  

1.

 

금년도 교회 표어가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살전 1:3)이어서, 연초부터 주일(아침)예배 설교는 데살로니가전서를 순서대로 새기고 있습니다.

 

그제 본문은 2:1~12, 제목은 사도바울 전도팀 같은 교회였는데, 사도바울 전도팀의 마음을 가지고 목회자를 비롯한 교인 모두가 그렇게 교회를 섬기자는 권면을 하였습니다.

 

사도바울 전도팀이 데살로니가교회 교인들을 대할 때 품은 마음은 [1] 청지기 마음(4) [2] 어머니 마음(7) [3] 아버지 마음(11)이었습니다. 목회자들만 품어야 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만인사제론 ver.1.5만인목회자론들어 보셨나요?

 

하지만 이 말씀의 일차적 적용 대상이 목회자이어서, 답안지 맞추어보는 기분으로, 저의 지난 목회를 반성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

 

다행히 방향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함량은 여전히 부족하고요. 특히 아버지 마음 부분이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아버지 마음(1) 가족을 책임지고 먹여 살리듯이 교회를 먹여 살리는책임감 (2) 가장으로 모범적인 삶 (3) 훈계 중에서 마지막 부분이 잘 안됩니다.

 

20년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농촌 교회에서는 예배당 경내의 풀을 뽑는 것이 여신도회의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힘든 일이고요. 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찍부터 여신도들이 풀 뽑는 봉사를 하였는데 한나절 지나서 오신 분이 당신이 심어놓은 백합들까지 뽑아버렸다고 화를 내셨고 이에 다른 분이 대응하는 바람에 다툼이 일어납니다.

 

목회자로 화해 시켜야 하겠는데 이런 일이 그때는 참 어려웠습니다(지금은 쉽다는 말, 결코 아닙니다). 부임 초기였고 당사자 중 한 분이 상당히 까다로운 분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잘못을 가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연하자(年下者)가 먼저 사과하는 것이 화해의 실마리였는데 하필 연하자가 그분이었던 것입니다. 막막하고 조심스러워 이삼일을 그냥 보내면서 사태가 길어지지 않을까 염려만 하고 있었는데요.

 

연장자 되시는 권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상대방이 사과하였다고요. 그러면서 이 부탁을 하더랍니다. “목사님이 전화로 호통치는 바람에 사과하는 것이니 목사님께 전화로 우리 화해했다고 말씀드려주셔요

 

 

3.

 

생각할수록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추억입니다. 하나님도 그분을 보며 빙긋 웃으셨을 겁니다.

 

그러나저러나 아버지 마음으로 훈계하는 것, 어쩌면 저에게 영구 미제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직무유기인 것은 인정합니다.


박경범 2020-02-12 (수) 07:40 4년전
목사님의 진지하고 진솔한 고백의 글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며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우리 공동체에는 예리한 분석과 비판도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임을 믿습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교단 홈페이지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목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늘 강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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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솔문 2020-02-12 (수) 09:29 4년전
봄비 내리는 아침에 생기를 주시는 격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성함을 보니 수십 년 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은 두 분 모습이 떠오릅니다. (따스한 마음 가진,) 제 동기 ‘노*진’과 함께 다니셨던 서양 영화배우 닮은 형님과 철학과 조교하셨던 샤프한 선배님 모습인데요. 이분들이시면 반갑고, 두 분 다 아니시라면 더더욱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표현, 한동안 음미해보겠습니다. 의미로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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